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이세용(영화평론가) ()
  • 승인 199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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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레스트 검프>

 
영화 <포레스트 검프>
감독 : 로버트 제메키스
주연 : 톰 행크스, 로빈 라잇

지능이 모자라 놀림감이 되는 소년 포레스트 검프가 악동들의 돌팔매를 피해 필사의 달음박질을 한다. IQ 75짜리 인간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포레스트 검프>의 달음박질 순간은 <E.T.>에서 경관한테 쫓기던 아이들의 자전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처럼 관객에게 기분좋은 현기증과 함께 안도의 순간을 맛보게 한다.

이후 영화는, 모자라는 아이가 어떻게 대학생이 되었으며 미식축구 스타로 이름을 떨치는지 재치있게 보여준다. 월남전 영웅으로 훈장을 받은 포레스트는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고, 존슨 대통령의 코 앞에 맨 궁둥이를 들이대고, 웨터게이트 사건을 적발하여 닉슨을 난처하게 만든다.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은 앨라배마 출신 시골 바보 포레스트의 인간성이 이 세계가 반한 것처럼 묘사했다. 제대한 포레스트가 새우잡이로 재벌이 되고, <포춘> 표지에 등장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미국이 기회의 나라이며, 정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성취감을 안겨준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드러내놓고 찬양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헛똑똑이들이 감히 꿈꿀 수 없는 언행으로 세상이 살 만한 곳임을 알려준다. 포레스트는 이제 멍청이가 아니라 레인 맨과 동키호테를 앞져놓은 인물이 되는데, 이 작품은 꼴찌 포레스트에게 갈채를 보낸다.

톰 행크스가 또 하나의 연기 영역을 개척하고, 컴퓨터 기술로 합성한 역대 대통령과의 만남. 워싱턴에서의 반전 시위 장면이 놀라운 이 영화는, 포레스트와 제니 사이의 우정과 애정의 개인사를 앞세우지만 바닥에는 지난 40년 간의 미국 역사를 담고 있다. 월남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참전과 반전, 히피 문화와 록가수, 중국과의 탁구시합, 워터게이트 사건, 수염 기른 명상가들과 조깅 열풍 등 사회적 이슈를 총망라했다. 포레스트는 이 격동기를 통과하여 매번 승리자가 되므로 착한 사람이 복 받는 미국은 그래도 좋은 나라라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포레스트라는 환상의 인물을 통해 쓴 가상 역사 소설 같은 영화이다. 과거가 부끄럽지 않다면 대체 역사란 필요하지 않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의 아픈 곳을 들춰내면서 미국을 찬양하는 점이 돋보인다.

종횡무진으로 재미있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사건의 아귀가 꼭꼭 맞아떨어지는데, 하도 기가 막혀서 종종 낚싯대를 던지기 전에 연못에 물고기를 풀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실패해서 자주 놀라는 관객의 처지에서 주인공의 IQ는 위안거리이다. 할리우드 영화답다.
- 李世龍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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