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직장삼아 값진 경험”
  • 이흥환 차장대우 ()
  • 승인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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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뱅크’에서 5년 일한 허 근 박사 체험기

“국내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문화이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조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83~88년 미국 워싱턴 소재 월드 뱅크에서 일한 바 있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許 槿박사(41)는 “젊을 때 일하기는 국제 기구가 좋다”라고 말한다.

 그는 국제 기구 진출이 이제는 제3세계끼리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후진 개발도상국 출신들은 국내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고, 일자리를 구했다 해도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국제기구 전문직을 선호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졸업 후 한국은행에 근무하다가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 대학에 유학했다. 경제학 박사 학위 과정을 밟던 중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서머 인턴’자격으로 월드 뱅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고, 학위를 받은 후 월드 뱅크로 진출했다. 남보다 다소 빠른 32세 때였다. 일찌감치 국제 기구 근무 경험을 쌓은 셈이다.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월드 뱅크 직원이 휴가를 떠난 사이에 임시로 업무를 보조하는 서머 인턴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경우다.
 
“미리 경력 쌓으면 그만큼 유리”
 국제 기구에서 근무하는 것이 마냥 화려하고 선망의 대상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허박사는 “국제 기구에서 일하다 보면 국제 떠돌이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교육이나 문화 배경이 딴판이다 보니 끝내 적응을 하지 못하고 틈만 나면 ‘혹시나 한국에 자리가 나지 않을까 해서 한눈 팔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허박사는 “국제 기구에 응시할 때 한국인이 가장 당황하게 되는 것은 해당 분야 경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가 간접적인 지원을 해주어야만 한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 기구에 진출하면 준외교관이나 마찬가지이다. 학생 시절에 하다 못해 외무부 관련 부처에 파견되어 1년이라도 실습생 노릇을 해보았다면 1년이라는 경력이 쌓이는 셈이다”라고 말한다.

 국제 기구가 반드시 경제학 전공자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허박사는 “오히려 경제학 전공자는 불리하다. 교육학이나 보건 후생 등 복지 관계 전공자와 심리 · 철학 · 환경 · 개발심리 전공자를 더 선호한다”라고 지적한다. 또 학자만이 국제 기구 문을 두드릴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료 등 행정 전문가가 유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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