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자유주의 “그러나 회복 조짐”
  • 편집국 ()
  • 승인 199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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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브루킹스 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조셉 화이트 박사

 보수주의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통하는 자유주의는 두 번에 걸친 전성기를 누렸다. 첫 번째는 1930년대 뉴딜 정책이 성공을 거둔 때였다. 그 다음은 1963년부터 10여 년간 미국 경제가 튼튼해서 마음이 푸근할 때였다. 케네디의 암살과 때를 같이하여 민주당 존슨 행정부는 인종차별을 금지한 민권법의제정. 각종 기회균등 보장과 사회보장에 관한 기본입법을 거의 다 끝냈다. 그러다가 1974년 오일쇼크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재정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공화당 최악의 사태를 맞아 의회는 민주당이 휩쓸었지만 이 때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 된 지미 카터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균형예산을 짜야 하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친 자유주의 노선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카터는 스스로 제동을 걸었고. 이런 그의 주장에 국민은 호응을 했다. 정확히 말해서 카터의 당선과 함께 자우주의 전성기가 막을 내렸다고 말할 수 있다.

 자유주의 사상의 가수이자 미국 정치이론가인 조셉 화이트 박사(39)는 지난 10여 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자유주의가 다시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75년의 역사를 가진 브루킹스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있는 화이트 박사를 통해 미국의 자유주의와 자유주의자들이 본 조수주의를 소개한다.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정치 · 경제 및 사회적인 의미는?
 미국 건국이념의 하나였던 18세기 유럽 합리주의 사상에 뿌리를 준 계몽주의라고 보면 된다. 이는 또 다른 건국이념인 청교도 정신에 비해 철저한 인본주의 사상이다.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모든 잘못과 불합리한 점을 정부가 개입하여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 문화적으로는 도덕적인 문제를 국가 권력이 관여하는 것을 철저히 배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유주의가 왜 빛을 잃고 있는가?
 먼저 지난 10여 년간 공화당이 백악관을 지배해오는 동안 사사건건 정부를 배판하고 정책을 반대한 세력의 이념인 자유주의는 나쁜 것이라는 쪽으로 여론을 일으켜 자유주의자들이 마치 비애국자인 것처럼 잘못 인식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자유주의가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킨 잘못도 있다.  중요한 사회문제인 범죄를 놓고 자유주의자들은 강력한 징벌보다는 인권존중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주로 이런 이유로 자유주의가 지난 10여 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자유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조짐이 보인다. 낙태문제나 동성연애 같은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선택을 무시한 채 사회가 규제하려는 데 대한 일반 국민의 태도가 지금은 전에 비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자유주의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또 다른 이유는 ‘레이거노믹스’로 알려진 공화당 쪽의 경제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태가 반전되어 자유주의가 다시 환영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뚜렷해 보인다.

보수진영에서는 자유주의가 빛을 잃게 된 것은 뉴딜 연합이 붕괴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자유주의 노선이 정책화하는 것과 민주당 사람들이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과는 엄연히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히는 기회는 남부에서 공화당세력이 차츰 커지면서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반면에 남부에서 의회로 진출하는 의원들이 모두 보수적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뉴딜 연합이 붕괴하면서 역설적으로 의회는 자유주의 경향이 더 짙어 보인다. 민주당의 당면문제는 노동조합 세력의 약화와 도시를 피해 교외에서 사는 사무직 종사자들의 증가, 다시 말해 도시의 황폐화다. 노조세력의 약화는 자유주의의 위축과 궤를 같이 한다.

흔히 말하는 ‘레이건 혁명’이라는 것은 자유주의의 지나침 때문에 생긴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레이건 혁명은 자유주의 정책이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생긴 부산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과다한 자유주의 물결에 대한 반동으로 생긴 것이다. 미국이 하는 일은 다 나쁘고 정책에 희생된 자가 좋다는 자유주의자들이 생각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국제문제에 관해서 미국이 무력을 행사해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자유주의자들이 반대해온 사실을 들어 레이건 정부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이나 이란 혁명의 허물을 민주당과 자유주의자에게 뒤집어씌웠다.

국제 경제사정의 변화, 즉 지구촌 경제가 미국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이 유리하도록 물꼬를 터주었다는 견해도 있는데….
 물론 노조가 약화된 이유 중에 국제경제의 변화로 자유시장경제시대가 활짝 열린 탓도 있다. 해외제조업체가 만든 싸고 좋은 물건이 물밀 듯 들어오는 바람에 국내 제조업체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노조의 수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이 득세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경제의 국제화가 미국을 위해 좋은가 나쁜가를 놓고 민주당이 둘로 갈라져 내분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공화당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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