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무역협상
  • 김재선 (KIET 책임연구원) ()
  • 승인 199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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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국제간의 무역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마련된 국제규범이다.  GATT는 무역이 국가의 간섭없이 오직 국제적 비교우위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도록 권유한다.  따라서 특정산업의 발전에 대한 지나친 정부개입을 억제하고 관세 ·비관세와 같은 무역장벽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도록 촉구한다.

GATT는 1946년 발효된 이래 자유롭고 질서있는 무역으로 위해 다양한 규범을 제정해왔다.  전세계적인 관세인하를 통하여 세계무역은 괄목한 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GATT의 공헌은 라운드라고 불리는 일련의 다자간무역협상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70년대 말까지 일곱차례의 라운드가 열렸으며 가장 최근에 열린 것이 79년에 끝난 도쿄라운드이다.

그러니까 우루과이라운드(UR)는 GATT 주관하에 여덟번째 열리는 다자간무역협상이다.  이것이 우루과이라운드라고 불리는 것은 UR의 개최를 선언한 각료회의가 개최된 지명(우루과이의 푼타 델 에르데)을 딴 것이다.  UR은 이전의 라운드와는 달리 15개에 이르는 광범위한 의제를 다루며, 이를 통해 국제무역질서의 큰 변혁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하기를 꺼렸던 농산물시장 개방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 아니라 GATT규범에서 벗어나 있던 섬유류 교역문제가 집중 토의되고 있다.  나아가 신흥공업국 등 개발도상국에게 큰 어려움을 주었던 수출자율규제 등 ‘회색무역규제’의 철폐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또 UR은 GATT 그 자체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 GATT를 하나의 국제규범에서 국제기구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UR의 더 큰 중요성은 지금까지 국제규범을 만들려는 시도조차 없었던 서비스, 지적소유권, 투자의 문제가 협상의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UR의 의제는 현재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상품ㆍ서비스)을 포함할 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무역마찰 사례를 망라하고 있다.  그래서 UR은 2000년대까지의 국제무역질서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협상인 것이다.

대부분의 협상은 스위스 제네바의 GATT본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협상에는 현재 96개의 GATT가입국 등 모두 1백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국뿐 아니라 사회주의 동유럽권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경제개혁을 추구하는 소련이 업저버의 지위를 얻어 UR의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GATT 가입절차를 밟고 있다.  따라서 UR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경우 하나의 단일시장(one-world market)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UR은 4년간의 협상을 거쳐 오는 12월 브뤼셀 각료회의에서 종결될 예정이다.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 등 주요 공업국은 자국의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농업 석유 서비스 세이프가드 등 주요 협상에서 손실을 극소화하고 개방 뒤의 대비책을 마련하기에 심혈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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