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의 느슨한 ‘클린턴 대책’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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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콜 총리는 이미 수개월 전에 측근 참모들로부터 부시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재선되기 어렵다는 비밀보고서를 받았다고 한다. 독일 외무부와 국방부도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것을 오히려 ‘때늦은 것’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작부터 클린턴 진영의 사람들과 접촉하며 대책을 강구해왔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미국 대통령선거와 비슷한 때에 선거를 치르는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주무부처인 외무부는 클린턴 집권을 대비한 뚜렷한 대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외무부의 주무 당국자는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그때 필요한 준비를 취할 태세가 돼있다”면서 클린턴 정권이 출범한 뒤 대책을 수립해도 늦지 않다는 자세다. 외무부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클린턴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외교 관례상 어긋난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외무부는 얼마전 미국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주미한국대사관과 본부의 북미1과를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들었다. 대책반은 주미한국대사관의 반기문 공사와 의회과장인 조일환 참사 등 실무진 중심으로 선거동향 파악에 힘쓰는 한편 클린턴 진영의 인사들과 비공식 접촉을 벌이는 일을 맡았다. 외무부는 미국내 총영사관에도 선거와 관련한 동향을 파악해 보고토록 하는 등 선거동향을 주시해왔다.

 玄鴻柱 주미대사는 교유를 통해 비중있는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고 있으나 직책상 드러내놓고 활동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사의 이상한 거동이 자칫 부시측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공화ㆍ민주 양당 의원들과 접촉하는 일이 주임무인 4명의 의회담당 외교관도 덩달아 바쁘다. 클린턴 정부의 국무장관감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워렌 크리스토퍼나 리처드 홀부르크 같은 재야인사들은 평소의 친면으로 한시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클린턴의 핵심참모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고 한다.

 차선책으로 한국대표는 민주당측이 2개월 전부터 주최하는 정강정책설명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클린턴 참모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이 설명회에 한국을 포함한 10여개국 중견외교관을 초청해 외교정책을 포함한 정강정책에 대한 견해를 전달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의 반기문 공사와 조일환 참사가 서너차례 참석했다고 한다.

 외무부의 한 실무자는 “주요 초청대상국에 한국을 포함하는 걸로 보아 클린턴 진영도 대한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외부부측은 대통령 선거일인 11월3일까지의 상황을 1단계로 보고 선거동향의 파악에만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지금의 비공식 접촉을 전면 공식 접촉으로 바꾸는 2단계 계획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실무자는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접촉의 폭과 방식을 완전히 달리할 방침이다. 외무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모든 힘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외무부는 클린턴의 정권인수반에 참여할 인사들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고위 당국자는 “클린턴 취임후 1백일 동안을 대외정책의 형성기라고 보고 클린턴 정부는 물론 의회와도 협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공화당이 집권했던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 인사들과의 유대를 소홀히 해온 상황이어서 민주당 정권과 전면적인 대화창구를 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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