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美 수출 ‘단단한 꿈’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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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실렉트웨어社, ‘미스김’ 등 CD-ROM에 담아 본고장 진출 계획

 “미국시장에 국산 소프트웨어를 수출한다.”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실태를 웬만큼 아는 사람에게는 가당치 않은 말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동안 척박한 풍토에 놓여 있었다. 최근에는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국내 진출 때문에 그나마 가지고 있던 기반마저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국내에서도 제대로 버티기 어려운데 외국시장, 더욱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흥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시장 진출이라니, 선뜻 수긍하기 힘든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담한 계획을 가지고 미국시장 문을 두드리겠다고 나선 젊은 기업인들이 있어 소프트웨어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30대의 고교 동창생 3명이 자본금 5천만원을 가지고 시작한 코리아실렉트웨어사는 제삼자에게는 얼핏 무모하게 차린 회사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3명에게는 자신들의 구상을 현실로 옮길 아이디어와 기반이 있다. 이들이 꼽고 있는 기반은 최근 몇년 사이 미국 최대의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실렉트웨어사의 아시아 판권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외국 소프트웨어 유통이 홍콩 싱가포르 등의 지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회사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렉트웨어사는 미국에서 갓 출반된 2백여종의 소프트웨어, CD-ROM(CD는 콤팩트디스크. ROM은 Read Only Memory의 약자로 정보를 읽어낼 수만 있을 뿐 새로 입력시킬 수는 없다는 뜻. 《시사저널》 114호 참조) 타이틀(CD-ROM을 상품화한것), 멀티미디어 프로그램 등의 데모프로그램(원래의 프로그램을 선전하기 위해 제작한 프로그램)을 최근 대용량 저장매체로 각광을 받고 있는 CD-ROM에 담아 판매하는 회사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 5천3백여개의 대리점을 포함, 약 1만개 정도의 판매망을 가지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 CD-ROM만 구입해 컴퓨터에서 작동시키면 매뉴얼 없이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코리아실렉트웨어사는 그동안 CD-ROM 제품을 부분적으로 한글화해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센터를 통해 보급해왔다. 그러나 이들이 궁극적으로 꿈꾸고 있는 것은 국산 소프트웨어의 미국시장 진출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국내에서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광고료와 함께 데모프로그램을 보내오면 이를 미국 본사로 보낸다. 미국 본사에서는 이를 CD-ROM에 실어 자사 유통망을 통해 미국 전역의 일반 소비자에게 보내게 된다.

 코리아실렉트웨어사의 젊은 기업인들이 이토록 미국시장 진출을 열망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이윤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나름대로 기여하고 싶다는 젊은이다운 순수성 같은 것이 엿보인다.

업체들 적극 호응, 제품 3개 선정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나름대로 상당히 유능하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소프트웨어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엉뚱한 일을 하면서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정당하게 대우해주는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金容和씨의 말이다. 원래 실렉트웨어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약 3백만원 정도의 광고료를 내야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유망업체에게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실렉트웨어사의 이러한 구상은 최근 서울 용산에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유통센터측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해옴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소프트웨어유통센터는 용산 부산 대전에 있는 20여개의 군소업체들이 공동출자 형식으로 설립한 컴퓨터 전문 유통회사인데 실렉트웨어사의 구상에 대해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유통센터측은 우선 자신들이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중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제품 3개를 선정했다. 그 중에는 새한데이타의 일정관리프로그램인 ‘미스김’, 인포시스템의 ‘워드프로세서’, ‘CISAM'이 포함돼 있다. 솔빛미디어사에서도 멀티미디어 프로그램 제작용 개인컴퓨터의 수출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성과보다는 해외진출에 더 큰 의미”
 실무작업을 맡고 있는 유통센터의 李宗相 과장은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방식이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한다. 아직까지는 당장 커다란 성과를 올리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독창적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데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렉트웨어 방식의 소프트웨어 수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게 되면 앞으로 소프트웨어 수출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소프트웨어의 미국시장 진출과 함께 현재 실렉트웨어사에서 구상중인 또하나의 사업은 국산 CD-ROM 타이틀을 개발하는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백과사전 등의 대형 출판물이나 데이터베이스를 CD-ROM에 담아 상품화하는 사업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반기술이 취약해 한두개 기업에서 시제품을 생산해낸 것이 고작이다. 실렉트웨어측은 기술의 취약을 유관기업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극복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9일 7개 관련기업이 참여하여 ‘한국 CD-ROM 연구조합’ 창립총회를 열었고 과학기술처에 연구조합 설립신고서도 제출했다.

 연구조합 관련자들에 따르면 현재 이 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나름대로 기술력은 있지만 국내시장에 한을 품고 있다. 즉 소프트웨어 개발만으로는 먹고 살길이 막막해 컴퓨터학원이나 무역업 등 엉뚱한 곳에 정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합에 참여한 안시스템의 경우 원래는 소프트웨어 주문 생산업체였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달라는 구매자들의 성화로 기업 운영이 어려워 현재는 사장 혼자 하드웨어만 판매하고 있다. 서전물산은 도서정보 프로그램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인데 먹고 살길이 막막해 무역업을 겸하고 있다.

 연구조합의 운영은 여태까지 각 기업들에게 축적된 역량을 서로 합쳐 기반기술을 획득하고 이 기술을 회원기업들이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개발된 CD-ROM 제품은 코리아셀렉트웨어사의 시스템을 이용해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이것이 코리아실렉트웨어사에서 현재 꿈꾸는 최종 목적지이다. “젊은 사람들의 치기로 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기 때문에 큰 꿈을 꿀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김용화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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