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총기사용 확대
  • 한종호 기자 ()
  • 승인 1990.11.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죄와의 전쟁’선언 후속조처로 경찰은 전 외근경관에 대해 총기를 지급키로 하였다. ‘범죄선진국화’예방에 필요하다는 견해와 인권침해시비가 뒤섞인 가운데 이 조처는 집권후반기를 대비한 체제정비와 관련 각별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찬성

최중락 치안본부형사연구관.  순경에서 시작 40년간 형사로 근무.

텔레비전극 〈수사반장〉자료제공.

● 우리 사회의 범죄현실과 관련하여 이번 총기사용 확대조처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의 범죄는 날이 갈수록 집단화 잔혹화 연소화되어가고 있고 충동적 ( 우발적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또 우리 사회에서는 6ㆍ29이후의 민주화분위기에 편승하여 제몫만 찾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법보다는 주먹을 앞세우며 거리질서는 말이 아니고 가정이나 사회의 도덕도 땅에 떨어져 있다.  지도층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심리에 사로잡혀 있고 국민은 모두 들떠 있다.  또 파행국회 등 정치의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무질서와 범죄에 대한 전쟁이 선포된 것이고 총기사용 확대조처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 총기사용 문제가 대두된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경찰의 무장력이 범죄의 흉포화를 방지하기에 미약하다는, 혹은 미약한 경찰력이 범죄확대의 한 원인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총기사용 확대조처의 직접적 효과는 어떤 것인가. 

최근의 범죄양상을 보자.  도둑이나 강도는 물론이고 10대 소년범들도 거의 칼이나 각종 흉기로 무장하고 있다.  비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매일 2.5명의 강찰관이 무장한 범인들에 의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은 자구책을 찾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점점 대담해지고 중무장한 강력범죄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서도 이번 조처는 필요한 것이다.

● 총기사용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떨어뜨려 범죄를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범죄예방이라는 차원에서 총기사용의 필요성은 어떻게 설명되는가.

총기를 사용하면 범죄가 늘어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올해 19세 미만의 청소년범죄는 모두 7만건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또 4건의 유괴살인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범인은 유괴 직후 인질을 살해하고 돈을 요구하였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러한 범죄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총기사용 때문에 범죄가 증가한다면 경찰은 맨손으로 강력범과 싸우라는 말인가.  얼마전 식당에서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모두들 ‘총을 쏘아서라도 범죄를 막아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국민투표를 한다고 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은 범죄에 대한 공포와 증오감 그리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기사용은 범죄를 증가시키기보다는 더이상의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최중락 “경찰은 맨손으로 강력범과 싸우라는 말이냐”

● 치안본부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1조의 개정으로 총기사용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사용준칙을 엄수하겠다는 치안본부의 발표도 있다.  총기의 지급범위 사용한도 사용준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의 규제기준에 큰 문제는 없다.  중요한 것은 ‘모든 범법자에게는 총을 쏜다’는 인식이 자리잡는 것이다.  그래야만 범죄억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아무에게나 총을 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현재 경찰은 철저한 정신교육과 사격훈련을 통해서 엄격한 내적 통제와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총기사고 때문에 총기지급을 중단하라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지난 22일 부산에서는 권총살인강도사건이 발생하였다.  범인은 청원경찰인 갖고 있는 권총을 훔쳐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총기지급이 확대된다면 이런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놓아지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  이번 사건은 오히려 총기지급이 왜 필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총기로 무장한 범인을 맨손으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경찰의 무장은 강력사건에서 기선을 제압하여 범인의 검거를 용이하게 해줄 것이다.

● 점점 흉포화해가는 범죄 앞에서 국민은 무방비상태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위군’ 차원에서 국민의 총기소지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가.

  모든 범죄자가 총기로 무장하게 된다면 국민에게 호신수단으로 총기소지를 허용해야만 할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총기소지허용은 오히려 범인들의 무장을 도와주는 꼴이 되어 범죄를 대량 유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 물론 이번 조처가 전체 범죄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장기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범죄예방 및 억제조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가 있는 한 범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모두가 지금이 비상시기라는 인식을 갖고 자기 주변에서부터 법을 지켜 범죄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미 발생한 범죄의 해결을 담당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무너진 도덕을 바로 세우고 참된 사랑으로 청소년들을 감싸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범죄예방 대책이다.

 

반대

 배종대 고려대 법대 교수.  고려대 법대ㆍ동대학원 졸업.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법학박사(84년)
● 10 · 13선언에 이은 15일의 ‘총기사용 확대’조처가 나오게 된 배경은 어떤 것이라 보는가.

  포괄적으로 말해서 나는 ‘정치적 동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싶다.  정치적 동기란 국민에 대한 ‘정치적 효과’를 말한다.  현정부의 정치적 무위 또는 무능력은 국민들의 오랜 불만에 속한다.  이런 시점에서 범죄에 대한 ‘전쟁선포’ ‘총기사용확대’라는 극약처방을 내림으로써 그 불만을 무마시키고 아울러 범죄를 빌미로 땅에 떨어진 정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 범죄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것에서 찾는 입장은 급박한 범죄현실을 생각할 때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것 아닌가.  근본원인으로 논의를 되돌리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강력한 조처’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없는가.

  범죄의 원인에는 크게 나누어 사회적 원인과 개인적 원인이 있는데 보다 근본적인 것은 전자이다.  범죄의 사회적 원인은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전통적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의 ‘사회적 연관’이 깊어지고 개인의 행위결정은 그만큼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근본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강력한 조처’는 현상처방에 불과하며 일시적 ‘충격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면역현상을 일으킴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 ‘총기사용 확대’조처는 일정한 예방효과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범죄예방의 차원에서 이번 조처는 유효한 것인가.

  이번 조처는 범죄예방의 차원에서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충격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처음에 움찔했던 (잠재적)범죄자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 사실을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다.  비상조처는 비상시에 국한하여 제한적ㆍ일시적으로 사용될 때 효과가 있다.  ‘비상’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질 때 이미 그 ‘비상’의 의미는 상실된다.

● 총기사용은 인명살상의 직접적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수단보다도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경찰관의 총기사용, 혹은 총기소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배종대 “총기를 사용해야 할 만큼 급한 상황 아니다”

  경찰관의 총기소지와 사용이 보편화된다면 문제이다.  이 문제는 경찰법상의 공인된 규범원칙인 이른바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서 판단하여야 한다.  비례성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의 핵심이다.  경찰이 투입하는 수단은 목적에 대한 적합성 필수성 적정성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총기의 소지ㆍ사용이 비례적인 것으로 적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긴급한 상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반적 범죄형태를 보면 경찰관이 ‘언제나’ 총기를 소지ㆍ사용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

●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범죄의 경중에 따라 무기사용의 범위와 대상을 정하고 있다.  그것은 적절한 기준인가.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1조는 문언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얼마 만큼 문언에 충실하게 운용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의 해석ㆍ적용으로 귀결되는 문제이다.  이 한계를 넘은 무기사용은 위법행위로서 경찰관 스스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만 위의 기준의 ‘구속성’이 보장될 수 있다.  이것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비례성의 원칙’의 명문화를 들 수 있다.  서독 경찰법에서는 명문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으며 경찰의 무기사용은 형법상의 ‘정당방위’ ‘긴급피난’상황에 국한하고 있다.

● 점점 흉포화되어가는 범죄 앞에서 국민들은 무방비상태로 놓여 있고 그 피해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자위권’차원에서 오히려 총기소지를 허용할 필요는 없는가.

  ‘자위권’이 경찰의 그것을 의미한다면 위의 ‘정당방위’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한 자위수단으로 총기를 일괄 소지케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자위권 차원에서 개인이 총기를 소지하는 문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우리 사회의 범죄억제 및 예방을 위해 어떠한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범죄의 정치적 악용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이것을 충분히 경험하였다.  1961년 군사혁명 이후 끊이지 않고 계속된 ‘비상조처’‘특별형법’의 난무가 범죄를 줄였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나는 이런 것들이 국민에게 ‘형벌불감증’을 갖게 하고 감옥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지금 우리는 나쁜 유산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법치국가의 틀 안에서 보호조처를 하는 것이 범죄에 대한 가장 효과적 대책이며 형법의 ‘정도’임을 깨달아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 수범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형법을 만들 때 우리의 염려는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