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우유, 조사하면 다 나와!”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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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에 비해 효과 적은 제품 수두룩…“건강한 사람은 일반 우유 먹어라”

 
프리미엄 우유 전성시대다. 비타민 A·E, 칼슘, 철분, DHA 등을 추가한 우유에서부터 지방을 줄이거나 유당을 없앤 기능성 우유까지 ‘속을 바꾼’ 우유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우유 회사에서 프리미엄급 우유를 시장에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자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흰 우유 시장이 최근 몇 년 째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는 가운데서도 기능성 우유 시장은 연간 5~10%씩 성장하면서 전체 우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30%까지 높였다.

속을 바꾼 우유는 일반 우유와 값이 다르다. 가격도 ‘프리미엄’이다. 일반 흰 우유는 1ℓ짜리가 1천7백~1천8백 원에 팔린다.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어떤 경우 180㎖짜리 제품 한 두 개씩을 덤으로 주거나 아예 ‘1+1’ 행사를 벌일 때도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우유는 보통 2천2백원 이상이다. 유기농 우유는 6천9백원이나 한다. 그런데 비싼 만큼 제 값을 하는 것일까.

우선 성분을 강화한 우유부터 보자.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리지만 부족한 영양소도 있다. 철분 함유량이 극히 적고 DHA는 거의 없다. 함유량이 적거나 없는 영양소를 첨가한 것이 강화 우유다. 그러나 강화 우유라고 하더라도 첨가된 영양소의 양이 충분하지는 않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 특정 영양소를 극히 소량만 넣은 경우도 있다. 또 꼭 필요한 영양소는 넣지 않고 소비자를 현혹하기 좋은 영양소만 추가한 제품도 있다. 인제대학교 김정인 교수는 “우유를 칼슘 공급원으로 본다면 우유에 그 어떤 영양소보다 비타민 D를 추가하는 것이 급선무다. 비타민 D는 뼈를 위한 비타민이라 불릴 정도로 칼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리미엄급 우유라고 하더라도 비타민 D가 들어 있는 우유가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칼슘 첨가 우유는 비싼 값을 하는 편이다. 한국인은 칼슘을 적게 섭취하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4백96.9mg으로 성인 권장량인 7백mg에 턱없이 모자란다. 칼슘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하는 청소년은 권장량의 절반밖에 섭취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한국 식단으로 아무리 잘 먹어도 칼슘 섭취량은 4백~6백mg 정도여서 영양학자들은 칼슘 공급원으로 우유와 같은 유제품을 권한다.

일반 우유에는 100ml당 칼슘이 1백5mg가량 들어 있고, 강화우유는 2백mg까지 들어 있다. 강화 우유 두 잔만 마셔도 하루 칼슘 권장량은 해결된다.  

DHA 우유 60잔=고등어 한 토막

그러나 칼슘 외 다른 영양소를 첨가한 우유는 그야말로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 적지 않다. DHA가 첨가된 우유를 예로 들어 보자. DHA는 불포화지방산으로 뇌세포막을 구성하며 뇌세포 안과 밖으로 전달되는 신경전달을 유연하게 하고, 속도를 빠르게 하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DHA가 함유된 우유는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유 속에 DHA를 넣는 방법은 제조사에 따라 다르다. 남양유업은 특정한 사료를 먹인 소를 특별 관리하여 우유 생산 단계에서부터 천연 DHA가 생성되도록 하고 있다. 다른 우유 회사들은 생산된 우유에 어류에서 추출한 DHA를 첨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어떤 방법으로 DHA를 강화했든 소위 ‘DHA 우유’로 불리는 제품들이 함유한 DHA 양이란 매우 적다. 사람은 보통 하루에 DHA 2백~3백mg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영양학자들은 권한다. 그런데 DHA 우유 100ml에 들어 있는 양이란 고작 9~10mg 정도다. 고등어 한 토막에는 6백mg이나 들어 있다. DHA 우유 60잔을 마셔야 고등어 한 토막에 들어 있는 DHA 양만큼 섭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철분도 마찬가지다. 일반우유의 철분 함유량이 100㎖당 0.1mg인 데 비해 강화 우유는 0.6~2mg 가량 들어 있다. 강화 우유 속에는 일반 우유에 비해 철분이 많게는 20배나 더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철분 하루 권장량은 16mg이다. 초강력 철분 강화 우유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넉 잔을 마셔야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두부 한 모에는 철분 강화 우유보다 5배나 많은 철분(10mg)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A나 E, 초유 단백질 성분 같은 다른 영양소를 첨가한 제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우유 회사는 천연 초유 단백질 성분을 첨가한 프리미엄 우유를 최근 선보였다. 출산 직후 소량만 나오는 천연 초유 단백질은 뼈의 형성과 성장을 입체적으로 도와준다. 조골세포를 증가시키고 골밀도를 높이는 일을 한다. 그러나 이 성분을 함유한 우유에는 100ml 중 3mg이 들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실제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우유만으로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섭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유 속에 모든 영양소를 가득 넣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비자로서는 경제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철분과 비타민 C를 강화한 우유를 개발한 세종대학교 곽해수 교수(식품공학)는 “철분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하는 빈혈 환자처럼 해당 영양소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강화 우유를 마셔야겠지만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값비싼 우유를 먹을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음식을 고르게 먹고 값이 저렴한 일반 우유를 충분히 마시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저지방 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싸야 한다”

특정 영양소를 추가했다고 해서 몸에서 제대로 흡수되어 기대되는 효능을 발휘하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 우유 업체 연구원은 “어떤 성분이 좋다고 알려지면 그것을 첨가할 뿐이지 해당 제품 자체를 실험 재료로 사용하여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식품 성격상 기능성 우유라고 해도 임상 시험이 필요하지 않고, 그 효능을 입증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그 기능을 확인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능성 우유를 마실 때도 경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표적인 기능성 우유는 지방을 줄인 우유와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꼽을 수 있다. 우유의 지방은 일반 동물성 지방에 비해 인체에 크게 해롭지 않지만 비만인 사람은 우유 지방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저지방 우유가 생긴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지방 우유라면 일반 우유보다 더 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곽해수 교수는 “우유 회사들은 우유에서 빼낸 지방으로 아이스크림이나 버터를 만들어 또 다른 이윤을 남긴다. 그런데도 저지방 우유를 비싸게 팔거나 일반 우유와 같은 값에 판다”라고 지적했다. 우유 회사들은 지방을 제거하는 대신 맛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우유와는 다른 생산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생산 단가가 올라간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런 주장이 무색해진다. 저지방 우유가 일반 우유에 비해 싼 것이다.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선택할 때도 경제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당은 락타아제라는 소화 효소에 의해 소화되나, 일부 사람은 이것이 없거나 부족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우유 회사들은 유당을 제거해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내놓았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하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을 겨냥한 것이다. 물론 특별한 기능을 가진 덕에 일반 우유보다 비싸다.

우유 소화 기능이 있는 사람은 이 우유를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칼슘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유당 제거 우유는 피해야 한다. 유당이 없으면 칼슘 흡수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락타아제가 없는 사람도 우유를 조금씩 나누어 마시면 락타아제가 생성되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만 유당 제거 우유를 마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특정 영양 성분을 강화하거나 기능성 우유가 아닌데도 값을 더 비싸게 받는 우유도 있다. 유기농 우유는 말할 것도 없고 1등급 원유, 신선한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 특별한 공법을 이용한 우유라는 이유로 일반 우유보다 값을 비싸게 매긴다. 원유에 따라 값이 달라질 필요가 있을까. 특별한 성분이나 기능을 보강한 우유가 아니라면 원유에 따른 영양소 차이는 거의 없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우유의 99% 이상이 1등급 원유만을 사용한다. 다만 원유가 생산된 환경이나 가공법에 따라 맛이나 향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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