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본” 30년 주장 결실
  • 뉴욕·조광동 통신원 ()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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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받은 베커 교수 / 교육 · 가정 · 훈련의 중요성 강조



금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10월12일자 《비즈니스 위크》 경제칼럼에서 경제학자 게리 베커(61) 교수는 “인간자본 토론-부시에게 유리”라는 글을 썼다. 대통령후보들이 벌인 텔레비전 토론 가운데서 교육문제를 끄집어내 서로 비교한 내용이었다.

이 글에서 베커 교수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를 경쟁시켜야 한다는 부시의 교육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인간자본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교육과 직업훈련, 부모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좋은 습관과 가치관, 성취욕구를 심어주는 것이 인간자본을 증식시킨다는 것이다. 이 말은 얼른 들으면 경제학자의 말 같지 않고 사회학자나 교육자의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베커 교수는 바로 이러한 비경제학적인 것 같은 주장을 가지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사람도 자본이라는 ‘인간자본’(human capital) 이론을 경제학에 도입한 공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게리 베커 교수가 인간자본 이론을 세상에 내놓은 것은 1964년이었다. 이때만 해도 인간자본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것은 물론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아 경제학의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했다. 베커 교수가 학회에서 자동차값이 올라가면 자동차를 사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처럼 자녀 양육비가 증가하면 자녀를 적게 가질 것이라고 발표하면 청중들은 웃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게리베커 박사의 명성이 높아지고 그의 이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지금은 경제학의 주류가 되어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서 3년 연속 수상자 배출

경제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베커 박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당사자인 베커 교수도 놀라기보다는 금년에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소 뜻밖이라고 했다. 시카고대학 교수가 3년 내리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베커 교수의 스승이자 197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만 교수는 그를 “현세대 경제학자 가운데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고 베커 교수만큼 경제학의 영역을 확대시킨 사람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베커 교수는 사회 교육 범죄 인구 가정문제 등에 경제학적 분석방법을 도입했다. 고답적이고 권위적인 학문을 일상적인 생활의 마당으로 끌고 나와 경제학을 생활적이고 실질적인 학문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었다. 학문의 다락방에서 잠을 자던 경제학을 눈뜨게 만들어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격찬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에 대한 비판과 저항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사회학자 등 다른 분야의 학자들은 베커 교수의 경제학을 ‘제국주의 경제학’ 혹은 ‘식민주의 경제학’이라고 혹평한다. 제국주의나 식민주의자처럼 다른 분야의 학문을 사정없이 침범해서 경제학의 문패를 달아버렸다는 것이다.

인간자본론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위해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만한 이성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경제적 동기라는 것이다. 사람의 이성과 판단력을 인정한 바탕에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능력을 교육을 통해 계발하고, 경제적 본능을 합리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거이 인간자본론의 관심사이다.

이런 점에서 베커 교수의 인간자본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가정이다. 가정과 교육은 인간생활과 성장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인간의 질, 즉 인간자본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베커교수는 가정을 일종의 작은 생산업체와 같은 것으로 여겨 이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다.

“인간사회 차별은 불완전 경쟁 때문”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것도 상대방의 생김새 경제력 능력 장래성을 참작해서 판단하는 경제적 결정이며 자녀를 몇명이나 가지느냐 하는 것도 자녀를 가졌을 때 받는 이익과 비용의 함수관계라고 설명할 수 있다. 자녀들은 일종의 소비재인 동시에 생산재이고 노동력이기도 하다. 부인이 일을 할 것인지 자녀를 기를 것인지도 경제적 판단이며, 여성에 대한 임금수준이 높아질수록 자녀를 기르는 것보다 일을 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인이 일을 해서 가계 수입이 많아지면 자녀에게 쓰는 돈이 많아져서 자녀에게 높은 교육을 시킬 수 있고 이것은 자녀의 인간자본력을 증가시킨다.

베커 교수는 인간자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교육과 훈련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높은 경제성장을 해온 데는 이러한 교육의 힘이 크다고 말한다. 인간자보의 질은 단순한 지식만이 아니라 성실성과 근면성, 정직성, 성취욕구 등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베커 교수는 사회복지법에도 경제적 분석을 도입했다. 현재의 복지법 아래서는 부인이 남편과 같이 살 때는 혜택을 못받기 때문에 부인과 이혼을 요구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가정을 파괴한다는 논리를 편다.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복지혜택도 균등하게 할 것이 아니라 차등을 두어서 자녀들이 학교에 제대로 출석하면 복지금을 올려주고 학교를 그만두거나 마약을 복용하면 복지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자녀교육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주장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범죄자를 엄벌하며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최저 임금제를 폐지하자는 것이 있다. 범죄자에게 무거운 형량이 떨어지고 범죄에 대하나 대가가 확실하면 범죄가 줄 것이라는 경제학적 분석은 범죄학 분야에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커가 <범죄와 형벌>이라는 논문을 내놓기 전에는 사회적 요소에만 초점을 맞추어 범죄행위를 연구해 왔는데 베커 교수는 범죄행위를 범죄자의 이성적 판단력에 중점을 두고 분석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학생들 시험시간에 맞추어 급히 가야 했을 때 떠올랐다. 시간은 급한데 빈 주차장이 없을 때 법을 어기고 주차하는 것과 거기에 따라오는 비용을 비교하던 중에 떠올랐다는 것이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실험을 해보자는 주장을 펴는 논거는 세금을 부과해서 국고수입을 증가시키고, 마약단속에 사용하는 경찰을 다른 데 더 유용하게 쓸 수 있고, 마약사업으로 만원이 된 법정 체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커 교수는 또 최저임금제를 철폐함으로서 기업체들이 싼 임금으로 다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 실업자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베커 교수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끝없는 그의 지적 욕구에 실려서 그를 ‘제국주의적 경제학자’로 만들고 있는데 베커 교수의 경제철학은 자유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사회의 차별이 나오는 것은 완전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믿는 베커 교수는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인간의 동기와 성취욕을 자극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베커 박사를 지도교수로 하여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1년간 객원 연구원으로 미국에 와 있는 박기성 박사(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는 “지금까지 습관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것으로 지나쳐버리던 것도 경제학적 방법을 사용해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하면서 베커교수가 사회현상을 일관되게 본다는 점에서는 경제사상가로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이 시대의 대표적 노동경제학자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커 교수는 금년으로 1백주년을 맞은 시카고대학의 63명재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 특히 1969년 노벨경제학상이 제정된 이래 32명의 수상자 가운데 15명을 차지한 시카고대학 경제학은 금년도 베커 박사의 수상으로 그 지위와 학문적 업적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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