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정호용, 長考 끝에 强手
  • 대구·조용준 기자 ()
  • 승인 1992.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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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선언에 “핵 펀치다” “虛名이다” 양론…국민당 갈 가능성도

 15일 첫 지구당창당대회답게 매우 요란했던 민자당 대구 동구갑지구당 창당대회장. 이날 金復東씨의 얼굴사진이 온통 나붙은 대회장 주변에선 곳곳마다 鄭鎬溶 전 의원의 총선 출마소식으로 웅성거렸다. 김씨의 정치일선 진입과 정씨의 정치무대 복귀가 이상야릇하게 겹쳐지면서 우리나라 최대의 정치세력 TK의 앞날을 예고해주고 있는 듯도 했다.

 이날 김위원장은 정씨의 출마와 관련, “정씨는 이번 선거가 13대 총선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지난번(90년 4·3 보궐선거를 지칭하는 듯)처럼 될 수도 있다. 정씨는 판단을 잘 내려야 할 것이다”고 매우 강한 어조로 정씨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김위원장의 강한 부정은 정씨의 출마가 대구 지역, 나아가 경북 지역의 총선에 이미 상당한 변수가 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듯했다. 몇몇 신문의 만평에서 정씨를 ‘돌아온 장고’로 희화화한 것처럼, 그는 출마 선언 하나로 기존 여권 세력을 긴장시키고 있다. ‘돌아온 정호용’의 회오리가 과연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몰고올지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목이다.

 정씨가 미국에서 칩거하고 있는 동안, 여권 핵심부는 정씨에 대해 끊임없이 출마 저지 작전을 펼쳤다. 安敎德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로 담당했던 이 업무는 그러나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15일의 기자회견에서 정씨가 “출마 이외에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처럼 그의 의지는 상당히 단호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 동구로의 지역구 이전설에 대해서도 정씨는 “서갑 이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무리 험난하고 어렵더라도 이번에는 중도에 사퇴하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민자당 지도부가 정씨 출마와 관련해 제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출마 사실 자체보다 이번 공천 탈락자들의 연대 움직임이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탈당계를 제출한 吳漢九 의원(영양·봉화)은 이미 “정씨와 보폭을 같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鄭昌和(의성) 金一潤 (경주시) 두 의원도 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5공 청산 시비에 휘말리기 이전만 해도 정씨가 대구·경북 출신 의원 모임인 경구회의 맡자리를 맡았던 것을 상기하면, 경북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나서는 정치인 상당수가 하나의 단일 세력으로 결집될 수도 있다. 민자당 지도부가 염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즉 ‘무소속연합회’라도 결성된다면 민자당은 경북권 총선전략을 전면 수정해야만 한다.

김윤환·박철언·김복동에 걸림 ‘바위’
 TK 세력의 패자를 노리고 있는 金潤渙 사무총장, 朴哲彦 의원, 김복동씨 등에게 그의 등장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들 3인은 그들이 합심해서 정치권 외곽으로 몰아냈던 정씨가 정치적 부활에 성공할 경우, 90년 이전처럼 다시 힘겨운 패권 다툼을 벌여야 한다. 광주항쟁 당시 발포명령과 관련, 정씨에 대한 인책문제를 제일 먼저 공개 제기한 사람은 김복동씨였다. 그는 외신기자 클럽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죄를 시인하라”고 정씨를 지목했었다.

 그러나 정씨의 전도가 양양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민자당 서구갑지구당의 文熹甲 의원은 “지난 4·3 보선의 상처가 겨우 아문 현실을 돌아볼 때 지역화합 측면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지역 민자당 의원들은 “그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똑같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씨는 지난 10일 대구 서구 평리4동에 선거사무실을 이미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당조직과 형태가 같은 사조직을 10개 동 중 이미 7개동에 마무리 짓고 계속적인 세력확대에 나서고 있다”면서 “선거사무장에 전 민자당 중구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낸 원모씨 등 과거 측근들을 재 규합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미 주사위를 던지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 그는 16일 대구에서 국민당의 鄭周永 대표와 만남으로써 국민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총선기류에 한바탕 파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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