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살린 ‘우리 밀’
  • 허광준 기자 ()
  • 승인 199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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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운동 힘입어 생산량 매년 증가



 우리 국민이 하루에 먹는 밀(밀가루)은 6t 트럭으로 1천2백대 분량이다. 그 대부분은 멀리서 바다를 건너온 수입 밀이며, 또 그 대부분은 미국산(70%)이다. 밀은 작년 한 해 약 3백만t이 수입되었다. 현재 자급도는 0.18%에 지나지 않는다. 이나마도 ‘우리 밀’을 되살리려는 많은 사람의 노력 때문에 명맥이 유지되고 잇다. 3~4년 전만 해도 우리 밀 공급량은 이 정도도 못되었다. 60년대에 국가 정책으로 혼ㆍ분식을 장려해, 먹음직스런 국수와 김이 무럭무럭 나는 빵 앞에서 어린이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포스터가 시골 구석구석까지 나붙을 때부터 우리 밀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푸른 밀 싹이 다시 자라난 것은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토종 밀을 되살리자는 움직임 일다가 국민 운동으로 확산된 91년부터이다. 이 단체 회원들은 토종밀 씨앗을 구하기 위해 됫박을 들고 다니며 산간 벽지까지 누볐다. ‘우리밀 살리 운동’은 그 해 11월 각계 인사 1천5백여 명이 발기하여 우리밀살리기 운동본부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국민 운동으로 번졌다.

 89년 경남 고성군 한 마을 24가구가 1만5백평에서 2백27가마를 수확한 것으로 시작한 우리밀 생산은 재배 면적이 작년에 4백50만평, 올해 가을에는 8백20만평으로 불어났다. 올해 생산량은 40kg들이 10만 가마가 넘었다. 생산을 희망하는 농가는 계속 늘고 있지만, 씨앗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밀은 현재 전남 구례 무안, 경남 함안 같은 남도 지방에서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우리 밀이 농민에게 각광을 받는 것은 같은 겨울철 작물인 보리에 비해 수확량도 많고 수매가도 3~5% 높기 때문이다. 몰론 우리 밀로 만든 국수나 빵은 수입 밀로 대량 생산한 제품보다 값이 비싸지만,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화물선에 실려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 밀에 비하면 우리 밀은 골리앗과 맞선 다웟처럼 왜소하지만, 그 뛰어남은 여러 점에서 증명되고 잇다. 수입 밀은 생산 단계부터 많은 농약을 치지만, 우리 밀은 가을에 씨를 뿌려 겨울 동안 재배하기 때문에 농약을 쓸 일이 거의 없다. 또 수입 밀은 4~6주 걸리는 수송 기간에 변질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살충제ㆍ보존제를 쓴다. 맛에서도, 처음에는 매끈한 수입 밀에 길든 입맛 탓에 낯설게 느끼지만, 구수한 뒷맛에 익숙해지면 꼭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운동본부 사업단 金知賢 사업부장은 “우리 농산물 되살리기 운동은 국민 건강과 식량 안보, 환경 보호라는 세 박자가 딱 맞는 사업이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보호ㆍ육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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