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차이 확인 합의 가능성 발견
  • 류석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 승인 199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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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회담 /서울선 정상회담 문제 논의될 듯

 2차 남북고위급회담(10월16~19일)에서의 남북총리의 기조연설은 문제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다소의 진전을 보이는 듯했으나 실질내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뚜렷한 입장차이를 확인시켰다. 더욱이 남북한 관계개선의 돌파구를 찾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호체제 인정’문제에 있어서 양측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표현을 썼으나 남측의 ‘인정 요구’와 북측의 ‘인정 거부’라는 기본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남측은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한이 각각 하나의 ‘국가’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북측은 “우리는 북과 남의 서로 다른 권력의 실체나 체제의 존재를 거부하지 않으며, 북과 남의 분열된 현실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아리송한 말로 남측 주장을 일축했다.

 양측은 1차회담 때 긴급과제로 제시됐던 3개항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유엔가입문제와 관련, 북측은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하기 전에는 어느 일방도 먼저 유엔에 가입하지 말자”고 제의했고, 팀스피리트 훈련에 대하여는 완전히 중지할 수 없다면 고위급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잠정적으로라도 이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또 북측은 林秀卿양 등 방북인사의 석방도 되풀이 요구함으로써 그들의 당초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남북교류에 관해서 남측은 경제교류, 이산가족 교류를 역시 중요과제로 앞세웠으나, 북측은 경제교류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면서, 이산가족 교류는 근본처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0월18일 金日成 주석은 盧泰愚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이미 90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로,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하면서 “노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상봉이어야지 아무런 결과가 없는 상봉은 인민에게 실망을 준다”고 말하여 이를 위해서는 총리회담에서 현안에 대한 남북간 타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측이 제의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과 북측이 제의한 불가침선언 문제도 결국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은 몇가지 부분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융통성있는 태도를 보였다. 남측도 1차회담의 남북관계 개선 기본합의서(안)에 북측의 ‘회담 3준칙’을 수용하여 새로 조정한 내용의 합의서(안)를 내놓았고, 북측의 ‘불가침선언 7개항’을 수용한 ‘남북관계 화해와 협력을 위한 합의서 8개항’을 제시했다. 한편 북측은 1차회담에서 이른바 3개의 ‘긴급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을 다소 완화시켰고 내용도 유연해졌다. 북측은 팀스피리트 훈련 절대반대라는 입장에서 물러섰고 방북인사 석방문제도 목청을 낮추어 기조연설 끝부분에 간단히 언급했을 뿐이다. 북측은 3개의 선결과제를 일단 미루어놓고, ‘남북불가침선언’의 채택과 추진에 전적으로 매달렸는데, 그것은 남측이 제안한 ‘8개항’중 무력사용 금지,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등 4개항의 내용에 있어서 일치하는 것이다. 또 북한은 의제토의 우선순위와 관련, 정치 · 군사문제와 교류 · 협력문제를 병행토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김일성 주석이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동감을 표시한 것, 체제인정문제에서도 전보다 다소 유연하게 대처한 것과 3차회담을 12월l1~14일 서울에서 갖기로 한 것등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주변정세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대화를 지속하고, 대내외적인 개방압력과 국제적 고립을 면한다고 하는 절박한 필요에 연유한 것이다. 3차회담에서도 남북한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와 아울러 상호체제인정, 교류확대, 불가침협정 등의 문제를 논의의 핵심으로 삼게 될 것이다. 제4차회담은 팀스피리트 훈련 문제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일 가능성도 있고, 북한 · 일본 수교교섭 등의 주변상황 변화가 앞으로의 대화 지속의 변수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회담이 계속됨에 따라 총리회담의 비중을 다른 민간급 교류 수준으로 낮추고 김일성 주석이 90년 신년사에서나 5월24일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전민족적 통일전선’형성의 일환임을 분명히 할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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