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중 관계정상화 임박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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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대표부 설립 합의…北의 美日접근 촉진 예상

남북한 관계의 해결방향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최근 강하게 감돌고 있다. 남북고위급(총리)회담이 완만하기는 하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통일축구대회, 범민족통일음악제, 남북영화제, 남북간 의원교류 합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남북교류가 실질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같은 남북한 당사자들의 활발한 접촉 · 교류는 한반도문제 관련국들인 미 · 일 · 중 · 소의 對한반도 역학구조 변화와의 연계 속에 일정한 방향으로 발전돼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한반도 위에 감돌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우리나라와 중국은 북경과 서울에 무역대표부를 각각 설치키로 합의해 남북한과 이른바 주변 4강의 역학관계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李宣其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사장은 이날 중국국제상회(CCOIC) 鄭鴻業 회장과 북경에서 양국 무역대표부 설치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올해 안에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양측 대표부의 명 칭은 각각 대한무역진흥공사 주북경대표부와 중국국제상회 주서울대표처로 하고 20명 안팎의 상주직원을 두며 비자발급 등 사실상의 영사기능을 부여키로 함으로써 앙국은 지금까지의 비공식관계를 벗어나 마침내 ‘공식관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양국의 공식관계 진입은 앞으로 남북한 관계발전 및 한반도문제 해결과 관련,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 중관계가 남북한 관계 및 한반도 주변상황에 급속한 변화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유엔 단독가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측의 유엔 단독가입 신청시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최근 서울 주재 서방 외교관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한 · 중관계는 향후 급속한 발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북한의 대일본관계 및 대미국관계를 자극, 북한으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의 <교도통신>은 북경의 소식통들을 인용, “중국은 일본과 북한의 국교수립을 기다려 한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으며 국내의 일부 관측통들은 한 · 중 양국의 내년 중 수교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무역사무소 개설 등 한국과 중국의 관계정상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과 함께 당사자인 남북한간에도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대화와 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제2차회담은 1차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입장탐색 수준에 머무르긴 했으나, 앞으로의 대화진전과 관련,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남긴 측면이 있다.

 우선 두드러진 점은 한국의 남북간 상호체체인정 · 대남적화노선 포기 요구 및 북한의 3대 선결과제 등 회담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었을 문제에 대해 양측이 서로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이 기습적으로 제시한 ‘북남불가침선언’채택 주장에 대해, 남측이 이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는 등 3차회담에서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총리회담의 성공적 진행’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앞으로 정상회담의 실현에 목표를 맞춰 적극적인 대화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남북 고위 당국자간의 만남은 통일축구대회의 교환 개최, 남한예술단의 북한공연 등 전례없이 활발해진 남북 민간교류를 배경으로 하여 열리고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특색이다. 고위급회담 남측대표단보다 한발 앞서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예술단은 19일의 평양공연을 성공리에 마처 , 북녘 동포들에게 한민족으로서의 정서적 공감대를 확인시켰다. 21일에는 제2차 남북 통일축구대회에 참석키 위해 북한선수단 일행 78명이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도착했다. 23일 남북 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잠실축구장은 또한번 통일의 염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과 북의 당국자들, 민간인들의 왕래로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휴전선도 더이상 남북의 왕래를 차단시키는 분단선의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마당에 지난 20일 단행된 文益煥 목사의 석방조처는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목사의 석방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정부의 성의표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또하나의 돌파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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