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개채용
  • 송 준 기자 ()
  • 승인 199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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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교부가 최근 내놓은 국공립교사 공개채용제가 교육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정치적 목적이 개입됐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국립대와 사립대 두 교수의 주장을 들어본다.

 

찬성 ―김인회 연세대교육학과교수. 교육학 박사. 연세대 교육과학대학학장 역임.

●공개경쟁을 통해 교원을 임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교육제도의 역사적 배경을 한번 살펴보자. 일제치하 식민지 시대의 교육은 한국민을 올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식민국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기 위한 도구였다. 일본은 피지배 계층의 엘리트를 유인, 교화해 교사라는 지위를 주었고 이들을 통해 한국민에게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입시켰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한국의 교육정책은 이같은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을 통해 국민의 총체적 교양을 함양하고 창의성을 개발하며 호연지기를 길러 주기는커녕 기존의 권위체제와 문제를 아무 의문없이 이어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개경쟁이 필요하다. 단 교원임용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설립과 운용 등 교육제도 전반에 걸쳐 공개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에서 학교의 설립 운영 인사 재정 교육방침 등을 모두 장악한채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입시위주의 교육제도 안에 가두어왔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교육제도는 지양돼야만 한다. 특수교육을 책임지는 사립학교의 설립과 제반 권리가 자유경쟁의 원리 아래 보장돼야 하며 이런 식으로 분화된 교육제도가 정착될 때 교육의 질적 향상 및 다양성도 확보될 것이다.

●교육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새로운 제도가 논의되었으나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별로 없지 않은가.

 교육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할 때는 두가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안정적인 토대로 인정하고 출발하는 태도이다. 이럴 경우 토론자들은 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기득권층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맴돌게 된다. 또다른 함정 하나는 어느 주장 이면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정치적 목적이다. 교육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참교육을 위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숨은 동기를 잘 살펴보면 교육외적인 요인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간과할 때 교육 자체가 정치집단이나 이익집단에 의해 뒤흔들리게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문교부가 발표한 ‘교사임용을 위한 공개경쟁제도’에 대한 논쟁도 역시 이 두가지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립 사범대 출신들도 사립 중고교 교사로 임용돼온 상황에서 국공립 사범대 출신의 국공립 중고교 교사로의 우선임용이 어떤 점에서 평등권에 크게 어긋난 것이었는지…

 첫째 경쟁상의 불평등을 들 수 있다. 국립대 출신의 경우 우선순위에 따라 국가에서 일괄 임용, 학교를 배정해주었기 때문에 단지 대기시간이 문제가 될 뿐이었지 자리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사립대 출신은 숫적으로 국립대 졸업자보다 많은데도 임용에 대한 보장은커녕 임용순위에 대한 마땅한 원칙조차 제시받지 못해왔다. 둘째 자격상의 문제이다. 국립대나 사립대나 학부과정의 커리큘럼에 큰 차이가 없는데 국립대 출신에게만 그와 같은 특혜를 줘야 할 명분이 무엇인가.

●그러나 국공립 사범대생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미 수업 · 시험거부 등 시위가 벌어지고 심지어 자퇴결정을 내린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범대생은 한정된 교직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기보단 교육재정 확충, 밀집교실 해소 등 제반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사립사범대는 교원교육에 드는 경비를 절감하면서 교원수를 확보하려던 문교부의 정책과 사립대 재단의 재정수익 욕심이 맞아떨어졌던 작품이다.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채 학생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고시를 실시할 경우 사범대생뿐 아니라 교직과목 이수자도 지금보다 쉽게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학생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교사와 만날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틀 안에서 양성된 교사가 오히려 학생에게 편향성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현재 교사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기준은 불완전한 것들이다.

●문교부의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학원가에서는 교원임용고시에 대비한 강좌가 개설되고 서점가에선 고시용 교재와 시험문제집이 팔려나가고 있다. 공개경쟁이 과열경쟁, 교사임용 재수생 등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할 소지도 있지 않은가.

 공개경쟁을 찬성하지만 문교부가 내놓은 획일적 필기고사의 형태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몇장의 시험지로 교사의 조건인 덕성 사명감 전문성 등을 심사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국가고시제를 실시하기로 발표한 것이 시기적으로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주장도 있다.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과거의 법에 따라 우선권을 믿고 국공립사대에 입학한 학생의 권익은 어떤 형태로든 보호해야 한다. 제도의 관성을 무시해서는 안되므로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시정해가야 할 것이다.

반대 ―이돈희 서울대 교육학과교수. 교육철학 박사. 서울대 사범대학장역임.
●자유공개경쟁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중요 원리 중 하나다. 왜 반대하는가.

 공개경쟁원칙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 · 사립사범대도 지금까지 공개경쟁을 통해 학생을 선발해왔다. 하지만 공개경쟁이 일선에서 교육을 책임지게 될 교사임용에 적용되려면 몇시간 혹은 단 며칠간에 걸친 시험만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공개경쟁을 하더라도 평가방법은 학생이 교원으로 양성되는 전과정에 걸친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달라.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립 사대생이 오랜 기간 혜택만을 받아온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국립사대생은 그간 입학금 · 수업료 면제, 국공립중고교 교사직 우선임용 등 특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담도 동시에 지고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예로 국공립 사대생이 졸업후 일정기간의 의무연한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장학금 반환, 교사자격증 박탈등 강력한 처벌조항의 적용을 받았던 사실을 들 수 있다.

●우선임용제 하에서도 교원임용 대기자 적체 등 많은 폐해가 있었고, 공개경쟁으로 전환되더라도 현재 재학생 및 임용대기자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방법등으로 최대한 이익을 보호해준다는 방침이라는데….

 위헌결정이 나오게 된 원인을 우선임용제도 자체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교원양성 및 임용에 관한 정부의 제도와 정책이 단기적이고 종합적이지 못한 데 있다. 문교부는 무계획적으로 사범대 설립을 인가함으로써 교원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초중등교의 경우는 교사수가 오히려 부족한 데도 예산부족으로 더 필요한 인원을 선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기존 제도의 단점을 찾아 보완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보다 옳은 태도다.

 또 하나 재학생과 대기자의 문제인데, 위헌결정된 법률조항은 그 결정이 있은 날부터 효력을 상실토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그 이전의 법에 의거해 입학한 학생은 당연히 구제되어야 한다. 새 제도하에서 예외적인 편법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당당히 우선임용제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학생을 교육하기가 어려워진다.

 문교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앞으로 납득할 만한 선발방식과 시험제도가 제시된다면 존중할 것이나 문교부가 이미 발표한 대로 졸속 고시제를 강행한다면 절대 따를 수 없다. 새 제도에 무조건 적응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새로운 제도가 또다른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국공립 사대생의 시위가 한창인데 시위를 통해 자신의 기득권만을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법에 의해 하루 아침에 피해자가 된 충격과 좌절에 대한 대응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법의 배반’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자구책인 셈이다. 위헌판결의 권위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불만을 표시할 자유는 있는 것이며 법에 승복하지만  불평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시위의 명분이 꼭 기득권 보장에만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생들은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어쨌든 수업 · 시험거부나 자퇴결정은 지나치다고 보며 체계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차분하게 전달, 설득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교원임용고시제는 문교부가 노예교사를 양성하여 교육을 독점.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부학생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선임용제하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전혀없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새삼 문제 삼는 건 설득력이 없는 것 같은데….

 학생에겐 그들 나름대로의 시각이 있다. 법의 한계 안에서 이들의 시각도 존중되어야 한다.

●교사 주말부부문제 해소 등 공개경쟁제도가 갖는 장점도 있지 않은가.

 우선임용제 안에 지역을 구분한 독소조항이 있었을 뿐 임용방식자체가 주말부부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물론 공개경쟁을 하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우수인력이 서울 등 대도시에 편중되는 새로운 폐단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어떤 것인가.

 한마디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어 교사를 양성하고 선발하며 임용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사립사대의 방만한 운영이 우선 정돈되어야 할 것이며 입학생 선발 때부터 수요를 고려한 체계적이고 신축성있는 제도가 적용돼야 할 것이다. 결국 고도로 전문화된 교육과정과 효율적인 관리체계가 요구되는데 교육의 공정성,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기간 중앙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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