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헐란가 모르겄소” 불신 분출되는 광주
  • 광주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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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들 “일찍 움직일수록 피곤”… 평민 공천경쟁 더 치열

“선거를 진짜로 허기는 헐란가 모르겄소.”그 어느 지역보다도 지역불균형의 현실을 피부 깊숙이 느끼는 도시, 광주. 그런 만큼 이 지역 주민들이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 선거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그러나 지자제 실시를 합의해놓고도 두차례나 약속을 어긴 집권여당에 대한 불신이 가장 짙게 표현되는 곳이 또한 광주다. 집권여당이 지자제 실시에 진심으로 합의하지 않고 있는 게 뻔한 만큼, 국회 협상과정에서 또다시 어떤 꼬투리를 잡아 협상 자체를 무산시킬지 모른다는 것이 광주시민의 ‘경험론적’ 정치 전망인 것이다.

시민들의 냉소적인 반응은 출마예상자들의 굼뜬 동작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평민당의 한 관계자는 “헛물을 켜도 하도 많이 켜서, 이번에는 일단 국회통과를 지켜본 연후에나 움직이겠다는 후보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일찍 움직일수록 피곤하고 힘든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국회협상이 타결되면 지난해에 거론됐던 자 · 타천의 후보 8백여명이 평민당의 공천과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1월30일자로 중앙당에 접수된 이지역 출마희망자 명단에는 전남 · 광주지역 각 지구당 부위원장급과 조직국장 등이 거의 망라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안식구’들간의 ‘공천따내기’ 경쟁은 이미 불붙은 셈이다. 평민당 공천경쟁이 선거전보다 더 치열하리라는 현지의 분석은 ‘평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는 이 지역의 특성과 현실에 근거한 것이다.

광주 토박이라는 시민 金炯水 (68)씨는 “정당공천을 하는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기초단체후보도 김총재가 내부적으로 밀지 않으면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뜻 말한다. 현지의 한 언론인도 “평민당의 압승은 확실하다”고 못박으면서도 전남 · 광주지역의 압도적인 평민당 지지성향을 “단순히 한이나 지역감정, 김총재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즉 광주시민운동 등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정치적 민감성과 선진적인 의식을 가진 광주시민들의 반민자당 의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안이 바로 평민당이라는 것이다.

이 지역의 확고한 ‘평민당 정서’는 몇가지 특이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평민당과 연고권이 없는 친여권 인사들의 방향선회를 들 수 있다. 지역유지 · 재력가들의 의회 진출 움직임은 이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인수(63 · 명성예식장대표), 고제철(57 · 금강공사대표)씨 등 다수가 시의원 후보감으로 거론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광역자치단체의 정당추천제 도입이 확실해지면서, 이들 여권인사 가운데 일부는 아예 기초쪽으로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느 지역보다도 확실한 기반을 가진 재야 운동권 인사들이 평민당과 연대할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이 지역의 특성이다. 明盧勤 전남대교수와 함께 출마가능한 인물로 거명되는 鄭東年씨(민주쟁취국민운동 광주 · 전남본부 공동의장)도 사견임을 전제로 “전라도민들의 평민당 정서를 감안한다면 가급적 평민당과 연합공천함이 바람직하다”며 그 가능성을 일단 수긍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은 평민당 우세의 현실과 관련해 평민당 공천내용에 한결같이 우려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즉 평민당의 공천내용이 부실할 경우, 필연적으로 ‘부실지방의회’가 탄생하게 되므로 공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인은 “지방의회야말로 정치성 보다는 지역의 모든 문제를 다양하게 수렴할 줄 아는 전문적인 인물들을 필요로 한다”면서 “평민당 공천은 조직내 인물이나 재야인사들에 국한되지 말고 전직 공무원 · 언론인 · 중소기업인 등 다양한 직능인들에게 폭넓게 개방돼야 할 것”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이밖에도 나주지역 JC회원들이 도의회선거와 관련해 지역의 이해를 대변할 독자후보를 옹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여성유권자연맹 광주지부에서는 여성들의 출마를 적극 권장하는 등 ‘작은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남 · 광주지역의 성패 여부가 평민당의 공천내용에 달려 있다는 큰 현실만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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