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극장 양성화
  • 박준웅 편집위원 ()
  • 승인 2006.04.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의 성애장면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포르노 극장을 양성화해 비윤리적 성을 분리하자는 주장과 이를 허용하면 사회적 해악이 크다며 반대하는 주장이 맞서 있다.

 

 찬       최하원 단국대 교수·영화감독

성 문란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해악의 하나이다. 포르노 극장을 허용한다면 이는 문란해진 성 문제의 해결을 포기한 채 사회가 이를 추인하는 꼴이 될 게 아닌가.

 현실적인 현상이 중요하다. 성의 문제가 제도적 틀 속에 가둘 수 있는 문제인가. 문제는 성 자체가 아니라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성인 것이다. 감추고 숨긴다면 문제만 더욱 커진다.

우리는 고유한 미풍양속과 성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송두리째 부인하자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 고유의 성 관념을 지키기 위해서 건강한 성과 병든 성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 법칙이 여기에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현재도 성애장면이 많은 영화를 보러가는 관객은 남이 볼까 봐 숨어들 듯 관람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관객 스스로가 수치심이나 죄의식을 느낀다는 얘기 아닌가.

 부도덕한 성에 대하여 수치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건강한 성과 불건전한 성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포르노 비디오가 널리 퍼져 있고 성적욕구를 분출시킬 장소가 오히려 너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에서 포르노 극장을 허가해 공공기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부도덕한 성의 범람. 그것이 문제이다. 우리 생활에서 부도덕한 성은 추방되어야 하고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보다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포르노를 보고나면 일반극장 영화는 덤덤하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면역성이 생기다보면 일반극장 영화도 점차 포르노에 가까워질 게 아닌가.

 아니다. 극영화의 소재가 성일 수만은 없다. 내가 포르노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도 우리 영화를 성의 굴레로부터 벗게 해 제 구실을 하도록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포르노의 한계를 어디에 두는가. 정도의 차이는 잇지만 일반 작품에도 성애장면이 필요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드라마의 메시지나 주제를 위해 그런 경우가 있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 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성 자체를 표현하기 위한 드라마라면 이는 포르노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청소년들이 ‘관람불가’영화관은 물론 유흥업소에도 예사롭게 출입하고 있다. 청소년의 포르노 극장 출입을 완전히 막을 보장이 없지 않은가.

 좋은 속담이 있다.‘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나’.

청소년들이 포르노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문제 아닌가.

 아무리 감시 감독을 잘한다 해도 일부 극성스러운 청소년이 변장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공개하면 청소년이건 어른이건 3회이상 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곧 환멸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르노를 공식화하면 점차 변태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이는 국민의 정신을 황폐화시킬 뿐이다. 또 이를 만드는 전문 장사치가 생겨나 문화적으로도 해악이 크다.

 그 반대로 생각한다. 보기 어려울 때, 귀할 때 더욱 희소가치는 커지는 것 아닌가. 우리 주변에서 완전한 포르노의 근절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면 그 관람이 쉽고 합법화되어야 희소가치를 잃어 근절될 것이다. 합법화되면 절대로 성행하지 못할 것이다.

포르노 전용 영화관을 만들자는 주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중적인 요구가 없는데 정부가 나서서 포르노를 양성화할 필요가 있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 전체가 성에 빠져 있다고 할 정도로 성애문제는 심각하다. 부도덕한 성 때문에 피해를 입는 청소년의 연령층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옳지 못한 성을 이대로 둘 것이냐 정화해야 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막고 감추려 하니까 극성스런 관객들이 생가고 업자들이 이에 영합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공식화해 볼 사람은 보게 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하원 “건강한 성과 병든 성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반       이중한 서울신문 논설위원·서울 YMCA 영상문화위원장 

포르노 영화를 합법화해서 극영화와 엄격히 구별하면 우리 영화도 섹스의 굴레에서 벗어나 창작예술로 자리잡지 않겠는가.

 ‘포르노 영화’라고 쓰는 것의 의미가 우선 정리돼야 한다. 현재 포르노 영화를 합법화하자는 것은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를 뜻하고 있는 셈인데, 이것은 원칙적으로 극영화 범주에 들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엄격한 구별’이란 것이 어법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포르노를 양성화하지 않으니까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한국영화 전체가 포르노화해가고 있다. 불필요한 성애장면을 삽입하고도 작품성, 예술성을 내세우는 모순을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포르노를 양성화하지 않아서 포르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수준의 작품과 높은 수준의 수용자는 포르노의 존재여부와 관계가 없다. ‘불필요한 장면’에 의지해 만든 작품을 예술성으로 호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섹스물이 단 한편이라도 히트했다면 너도나도 아류를 양산해 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포르노적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은 어디를 얼마큼 잘나내고 수정하더라도 역시 포르노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일반영화와 분리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포르노적 접근의 영화 중 그 어느 것도 영화예술을 표방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리고 일반 영화라는 개념도 모호한 것이다. 예술적 시도인가, 또는 질적 수준을 뜻하는 것인가. 그 어느 것도 아닐 수 있다. 즉 덜 포르노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 역시 분리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주변에는 비디오를 비롯해 많은 포르노가 유통되고 있으므로 이를 양성화해서 하수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포르노의 ‘양성화’역시 우리의 현실에서는 의미 왜곡이 될 수 있다. 이의 원래 의미는 어느 한 사회의 문화 존재 양식에서 ‘외곽화’의 부분이 강조되는 양성화다. 변두리 구석에서 숨어 있는 듯한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서는 지금 외설류의 거의 대부분이 문화의 중심에 나와 있는 형편이다. 포르노를 양성화하면 이 역시 문화의 중심에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안보이는 곳에서 그와 같은 성애행위를 한다. 포르노가 성적 분출구라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택시 드라이버’라는 미국 영화에 이 대답의 하나가 들어있다. 밤을 세운 드라이버가 새벽에 포르노 영화관에 간다. 성적 분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외된 정신의 자학을 위해서이다. 이것은 성인의 경우이고, 청소년에게는 분명히 충동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호기심 때문에 처음에는 관객이 몰릴지 모르나 나중에는 시들해질 것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구에서도 포르노가 퇴조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가 건전하다면 별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바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전한가를 따져야 한다. 지금 건전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지금 우리 영화관객은 청소년층일 뿐이다. 외국은 성인관객으로 영화시장이 운영되고 있으므로 외국의 관점을 그대로 차용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포르노성 영화의 범람을 막아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청소년 보호’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청소년을 어떤 청정구역에 순수하게 놓아두는 것이 보호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혼탁구역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 언제나 보다 좋은 것을 선택해낼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바로 보호이다. 그러므로 좋은 문화를 선별해낼 수 있는 문화감수성 교육이 시급하다.

관광에는 섹스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여가를 즐기기 위한 시설로서 필요하지 않겠는가. 외국에도 포르노 극장이 있다.

 포르노 극장에도 질이 있다. 그 나름대로 세련성이 있고 연기도 있고 플롯도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 포르노를 즐기러 오게 하기보다 그 능력을 우선 우리 예술영화로 만드는 데 쓰는 게 좋다.

이중한 “포르노를 양성화하면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