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대부 노리는 군웅의 募兵 나팔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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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3인·김윤환·정호용 출진…인맥 재편 시작

 ‘출정 잔치’를 끝낸 TK들이 속속 총선 전선에 배치되고 있다. 2월12일 金復東씨가 대구 동 갑지구당 개편대회를 시발로 총선 진군 나팔을 불자 14일에는 朴哲彦 의원(대구 수성 갑)이, 20일에는 琴珍鎬씨(영주·영풍)가 각각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민주자유당 깃발을 흔들었다.

 2월20일 하루만 해도 금씨 외에 姜在涉 의원(대구 서 을)·崔在旭 의원(대구 달서 을)·朴世直씨(경북 구미) 등 TK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지구당 개편대회를 열어 대구·경북 지역 분위기는 흡사 TK 단합대회장을 방불케 했다. 최재욱 의원의 대구 달서 을구 지구당 개편대회장에는 김복동·박철언 두사람이 모습을 나타냈는데, 금진호씨는 4시간 전부터 영주에서 대회를 치른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

확실한 代父감 없어 ‘집단체제’ 의견도
 ‘신TK 3총사’라고도 불리는 김복동·금진호·박철언 씨의 등장은 현정권의 최대 지지 기반인 TK의 세력 재편을 예고한다. 특히 향후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꾸준히 거론 되어온 김복동씨의 본격적인 정계 진출 시도는 TK 내부의 무게중심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잠복 변수로 평가된다. 게다가 민정계에서 대통령 후보감을 내자는 데에는 김복동씨의 박철언 의원의 생각이 일치하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의 연합 또는 합작 여부에 따라 민자당 대통령 후보 선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TK 판도 재편의 징조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실세로 떠오름으로써 자기 영토를 확장시킨 金潤煥 사무총장과 6공 초기에 TK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鄭鎬溶씨의 재등장도 TK 인맥의 새로운 판짜기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정호용씨 계파로 분류되었던 鄭昌和·吳漢九 두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되고, 박철언 의원 직계 중 일부가 교체된 것은 TK 인맥의 이합집산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TK의 본거지 대구·경북지역에서 “TK가 흔들린다”는 자평이 나오는 것도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힘들다. 공천 물갈이에서 가장 큰 폭의 현역의원 교체율을 보인 곳은 다름 아닌 대구·경북이다. 경북은 총 21개 선거구 중 5곳이 바뀌면서, 금진호 박세직 이영창씨 등 거물급이 들어섰다.

 광역의회 선거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광역선거는 민자당의 압승으로 평가되긴 했지만 민자당이 승리의 깃발을 꽂은 곳 중에서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이며 대구가 2위이고 경북이 7위로 나타났다. ‘TK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더구나 아직까지 TK 내에서 이렇다 할 대통령 후보감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더러 명실공히 TK를 장악하고 있거나 장악할 인물이 없다는 사실도 위기론에 부채질을 해댔고, 그렇기 때문에 TK는 특정인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집단 대응의 차선책을 택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TK의 무게중심이 노대통령이라는 데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대구·경북의 32명 후보들을 노대통령 직계와 김윤환 사무총장이 중심이 된 신민주계, 박철언 의원이 월계수회 등으로 나누어볼 때도(민주계 吳景義 申榮國 의원과 공화계 具滋春 의원 등 3명은 제외) 노대통령 직계가 15~16명으로 가장 많으며, 김총장이 노대통령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노대통령이 TK의 중심추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직까지 TK의 이합집산 현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총선과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을 거치면서 TK 내부의 응집력이 노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현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할는지는 미지수다. 우선 김윤환 사무총장의 전면부상은 총선 후 그가 실질적으로 TK '대부‘ 노릇을 하리라는 예측을 낳는다. 민자당 경북지부 金義行 운영실장은 “분당을 막은 허주(김총장의 아호)는 그 공로가 대부분의 당원들에 의해 인정될 뿐 아니라 이번 공천 과정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고 평했다. 그는 “구TK는 申鉉碻씨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허주 시대가 도래했다. 그가 김복동씨나 박철언 의원 등 신TK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여권의 정치 풍향이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자당 일각에서는 김총장이 총선 후 사무총장 이상의 자리, 예를 들어 민정계 최고위원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김윤환씨가 가장 유력” 분석도
 김총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공천에서 李致浩 金漢圭 朴定洙 의원 등 8~9명의 자파세력을 재기용, 당내 계파별 지분 싸움에서 자기 세를 확보했으며, 朴泰俊 최고위원 계열로 분류되던 일부 의원들조차도 공천을 전후해 공공연하게 “나는 허주계다”라고 말할 정도로 TK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김복동씨 등 친인척 3인방과 김총장의 관계 정립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노대통령과 김총장 중심의 기존 TK인맥이 친인척 3인이라는 변수를 만나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하느냐에 따라 향후 역학구도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총장은 현재 金泳三 대표최고위원과 한 배를 탄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총선 후 상반기중에 치러질 민자당 전당대회에서 김대표와 김총장이 결속력을 보일수록 박철언 의원의 反김대표론과 김복동씨의 김대표 비판론에 동조하는 세력의 도전도 그만큼 거세질 것이다.

 민자당 민주계 일부 의원들은 친민주계의 선두주자인 김총장의 역할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김총장도 결국은 TK"라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흡인력을 필요로 하는 권력 이동기에 TK 인맥을 일사불란하게 조종할 만한 구심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 수위에 육박한 것은 아니며, 재도약을 위한 일시 정지작업에 불과하고, 김총장은 과도기의 TK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다는 분석이다. TK가 중대한 위험에 직면했다고 판단될 경우 김총장이 TK의 이득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TK인맥 재편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총선 결과다. 지금 현지 여론은 “TK가 대구·경북에서 최소한 6~7석을 잃는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에서부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과연 TK'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대구 수성 갑을 통해 ‘대권 도시’ 대구 입성을 노리는 박철언 의원은 “뜻을 같이했던 동지들이 공천 못 받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조용히 새로 진출한 동료들도 있다. 총선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라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주당 대구 지역의 한 지구당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대구·경북에서 TK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TK 지진계에 감지되는 TK 내부의 지진강도는 3월25일 새벽녘에 판별된다. TK의 새로운 판짜기는 그 새벽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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