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냐 ‘신민계 맏형’이냐
  • 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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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기택?김상현 ‘차세대 얼굴’ 경쟁…최고위원도 ‘뜨거운 자리’


 

  민주당이 대통령선거 패배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李基澤 대표는 24일 선거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기 전당대회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고 말해 오는 3월 예정인 전당대회를 조기에 치를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는 대통령선거 패배에 따른 무기력과 허탈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당권경쟁을 통해 침체된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20여년 만의 진정한 세대교체 기회

  이에 따라 민주당은 앞으로 약2개월 동안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 기간은 金大中 이후를 노리는 많은 인사가 자신들의 정치적 야심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민주당으로서는 일종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김대표의 무게에 눌려 제대로 기를 펼 수 없던 차기 주자들이 역량을 펼쳐보일 시험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에서 패배하고 김대표가 은퇴한 마당에 이른 당권경쟁이 좋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들보를 세워야 지붕을 올릴 수 있듯 민주당으로선 새 지도자를 내세워 당의 위상을 재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李海瓚 당무기획실장은 “김대표의 은퇴로 생겨난 당 중심의 공백, 정치력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한 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단순한 지도력 교체에 불과하지만, 민주당이 한국 정통야당의 맥을 잇는 유일한 야당이라는 점에서 실로 20여년 만에 이뤄지는 진정한 세대교체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새 민주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자는 과연 누구인가.  현재로서는 이기택 대표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까지의 공동대표가 아니라 유일한 대표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어놓았다.  이날 그는 차기 지도체제와 관련하여 “여당이 강력한 당 체제를 갖추면 야당도 강력한 체제를 갖추어야 비판과 견제가 가능하다.  기존의 당헌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체제를 모색하겠다”고 밝혀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를 권력집중형 단일성 지도체제로 변경하고 자신이 새 총재가 될 수도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대표는 이번 대통령선거 지원유세를 사실상 자신의 선거운동과 병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공고가 나가기 한달전쯤부터 전국의 모든 지구당을 반복해 돌며 일선 지구당 조직과 자신을 접목시키는 일에 주력했다.  이는 김대중 후보와의 역할분담 때문이기도 했지만 차기를 염두에 두고 이대표가 그렇게 열심히 뛰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24일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확실한 자유경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자유경선 원칙을 강조했다.  이미 경선에 대비한 일차 운동을 끝낸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대표를 향해서는 두가지 비판론이 있다.  그 하나는 거대 야당을 이끌만한 지도력을 갖추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7선의 국회의원으로서 구 민주당을 이끈 경험이 있고 김대중 선생과 함께 민주당을 운영해왔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한가지는 정치자금 운용 능력이다.  구 민주당 시절 당 운영비를 전적으로 부담하지 않아 갈등이 있었고, 구 민주당이 해체될 때에도 이대표보다 ㅈ의원이 나서서 당직자 급여와 밀린 빚 등을 청산했다.  따라서 그가 고연 매월 약2억원에서 3억원에 달하는 당 운영비를 마련 할 수 있고 그럴 의사가 있느냐 하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에 대해 “전당대회까지 당의 재정문제도 결국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해 그전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계의 한 최고위원도 “이대표는 사실상 당 재정을 담당할 만한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이대표가 반공개적으로 차기를 겨냥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이에 맞설 신민계 간판주자들의 활동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민주계가 이대표에 도전할 만한 역량있는 인사가 드믄 것에 비해 신민계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인사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당권에 도전할 만한 신민계 인사로 金相賢 金令培 趙世衡 鄭大哲 金元基 등 5명의 최고위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중에서도 맏형격인 김상현 최고위원이 이대표에게 가장 힘겨운 상대라는 것이 당내의 공통된 인식이다.  김최고위원은 오랜 정치 공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1천28표로 최고득표를 해 역시 동교동계의 적자임을 증명했다.  당시 그는 김영배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광주?전남 지역에서 몰표를 얻고 구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 영남에서도 상당한 표를 얻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대중적 인기로 민주당내 차세대 주자의 선두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그 역시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 호남 출신이 간판주자가 되면 이렇듯 심화된 지역구도 속에서 더 이상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비판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그는 “물론 영남 대 호남의 대립 구도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金泳三 대통령당선자가 호남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으므로 현실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당권은 호남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민주당의 당권투쟁과 관련해 대표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정통성을 이어나갈 자격이 있느냐 △어느 특정 계층과 지역을 대표할 대표성이 있느냐 △현 민주당을 민주정당으로 개편 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냐 하는 점이 검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오직 한반도만 냉전시대의 틀 속에 남아 있다.  김영삼 김대중 씨가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는 냉전시대적 지도자였다면, 앞으로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통합하는 공존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최고 ‘킹 메이커론’ 눈길

  김최고위원의 주장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킹 메이커론’이다.  그는 “이번에는 김상현이 대통령후보로 나설 만한 자격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도 동료나 후배 가운데 더 적절한 인물을 찾아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 남을 전통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또 그것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역시 그가 호남 출신인 데 따른 논리로 보이나 구시대적 정치행태를 일신할 만한 획기적인 주장인 것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이 부분은 앞으로 민주당 행로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는 이번에도 김영배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3명 정도의 최고위원이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더라도 2월 당권경쟁은 결국 이기택 대 김상현의 양자대결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세형 최고위원도 당권경쟁에 대비해 최근 만만치 않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28일 모든 당직자를 불러모아 송년 회식 자리를 마련했고, 그 며칠 전에도 현역 의원 송년모임을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20여명의 현역의원이 참석, 조최고위원 계보가 만만치 않음을 입증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그는 당내 제일가는 이론가라는 점 때문에 평민?신민?민주 당을 거치며 정책위 의장을 여러번 맡았다.  그는 기자 출신 정치인이 자신의 독자계보를 가지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야전 정치인으로서의 자생력을 얻는 데 성공했다.  조최고위원은 전북 김제 출신이지만 호남색이 덜하고 서울?경기 등 중부권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서울?중부 지역 대의원들과 민주계의 지지를 얻어 8백53표로 3위를 차지했다.

최고위원 자리에 20여명 도전 예상

  당권경쟁 못지 않게 주목을 끄는 것은 최고위원 경선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8명의 최고위원 선출에 무려 14명이 도전했는데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많은 20여명이 나설 것으로 보여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더구나 현재 최고위원 숫자가 너무 많다는 비판 때문에 최고위원 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경쟁은 더 뜨거워진다.  朴英淑 최고위원을 포함한 8명의 현 최고위원은 다시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기획단 단장을 맡아 선거 실무에 깊숙이 개입했다.  특히 선거자금 운용에 대해서는 김전대표 이외에 김최고위원만 알 정도로 핵심 역할을 맡았다.  매서운 인상과는 달리 지난번 경선에서 8백90표로 2위를 차지할 만큼 친화력을 보이고 있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선친(정일형 박사)의 후광과 학벌(경기고?서울법대), 원만한 대인관계 등으로 폭넓은 세를 형성하고 있다.  박영숙 최고위원은 여성?환경 문제에 대한 성실한 활동과 당내 개혁모임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길 최고위원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당을 살렸다는 희생정신과 이번 선거에서의 헌신을 무기로 대의원을 파고 들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4선의원인 김원기 최고위원은 총무?총장을 두루 거친 실무경력과 합리적 성격을 바탕으로 차세대 주자로서의 계보 형성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번 경선에서의 저조한 득표율을 이번에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심거리다.

  이부영 최고위원은 개혁정치 모임과 함께 당내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최고위원은 재야 출신이라는 일정한 한계와 또 그로 인한 신선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재야 출신이라는 기본틀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그의 입지를 상당 부분 축소시켜 놓았다.  선거 초반만 해도 서울지역 담당 최고위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 듯 했으나 주요 대도시에서의 유세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서울에서의 유세도 당내 소장파 인사들에게 대신 맡겨져 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 내에서 그의 역할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당내 진보그룹으로서의 독특한 역할을 위해 김대중 전 대표가 그를 도왔듯, 누가 대표가 되든 개혁모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정치부 기자를 상대로 차세대 지도자를 묻는 한 월간지 설문조사에서 1위로 꼽혀 야당을 잇는 재목감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밖에 최고위원에 도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인사는 許景萬 국회 부의장, 韓光玉 사무총장, 李 哲 총무, 洪思德 대변인, 金琫鎬 柳畯相 朴一 趙舜衡 李愚貞 張基旭 의원 등이다.

  이중 한총장은 權魯甲 韓和甲 金玉斗 崔在昇 의원 등 소위 동교동 가신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총장을 넘어서는 위치를 얻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한총장은 김대중 전 대표의 핵심측근으로 당내 민주계는 물론 여권에 대한 극비 밀사역을 소문없이 수행한 협상력과 말수가 적은 신뢰감이 돋보인다.

  홍사덕 대변인은 대선 패배에 따른 사직서를 당 지도부에서 반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고사했다.  대변인직 수행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의 잡음 때문에 생긴 정치적 타격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의 대변인 활동으로 말끔하게 복구한 그가 명대변인의 명성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이 철 총무는 91년 9월 야권통합 당시 반대편이었던 김대중 대표와 다섯차례 만나는 끈기를 보이면서 통합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이 때문에 민주계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김 전대표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일찍부터 원내총무에 기용됐다.  혼자만의 주장이 강해 팀웍 조성에 약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 이번 최고위원 출마가 그의 정치력을 평가하는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봉호 의원은 사무총장 출신이라는 관록을 바탕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고, 유준상 의원은 지난번 선거에서 선거기획단 수석부단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당무에 전력한 공로를 앞세우며 대의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 일 조순형 이우정 장기욱 의원 등은 지난번 경선에서 패배한 설욕을 만회한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민주당은 더욱 보수화 경향으로 흘러가는 세계질서에 맞춰 당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 것이냐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는 그 누가 당권을 잡고, 어떤 사람이 최고위원이 된다 해도 풀기가 그리 쉽지 않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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