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내전, 국제전 비화 가능성
  • 부다페스트·김성진 통신원 ()
  • 승인 200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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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청소 계속하면 그리스 등 참전할 수도… 해결책은 서방 ‘군사개입’뿐


 

  유고내전의 흐름을 돌릴 계기가 될 수 있어 비상한 관심을 보았던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는 현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정권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따라서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코소보자치주와 마케도니아에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실시된 선거에서 유고내전을 종식시킬 유일한 대안으로 서방의 지지를 받았던 밀란 파니치 연방총리는 언론을 완전장악한 밀로세비치측의 ‘공작’과 이에 동조하는 세르비아 국민의 정서를 극복하지 못한 채 1백만표 차이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실시된 총선에서도 야당측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 밀로세비치 체제의 독선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완전 실패했다.

  선거가 끝난 직후 파니치 연방총리는 이번 선거가 불법적으로 조작되었다면서 늦어도 5월까지는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반 밀로세비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선거인명부에서 의도적으로 누락되거나 투표용지를 지급받지 못한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었다. 반면에 선거권이 없는 미성년자라도 밀로세비치를 지지하면 투표용지가 발급되어 여러곳에서 야당측의 항의와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재선거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동안 국제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밀로세비치 대통령에 맞서왔던 파니치 연방총리는 이번 선거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아 재기가 힘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세르비아 내부의 권력이양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던 서방측의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유고사태는 결국 서방측의 중재나 군사개입에 의해서만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선거직후 유럽공동체(EC)와 유엔의 중재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2월 27일 EC와 유엔측 특사인 영국의 오엔경과 밴스 전 미국무장관은 이즈베고비치 보스니아 대통령, 투디반 크로아티아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28일 초시치 유고슬라비아 연방대통령도 접촉했다. 이것은 유엔의 중재로 1월 3일 열릴 보스니아 각 정치단체, 민병대 연석회의에서 실제적인 평화구도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정치작업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도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될 것 같지는 않다.

 

美 ‘새 정권’ 군사개입 가능성 희박

  국제기구의 중재가 여의치 않다면 마지막 수단은 군사적 개입밖에 없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이나 유럽공동체측은 기회있을 때마다 군사적 개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왔는데, 선거가 끝난 뒤 베오그라드 언론은 미국이 군사개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선거부정 시비가 향후 정국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밀로세비치측의 ‘언론 플레이’일 것으로 단정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방부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보스니아에 병력을 파견하는 한편 보스니아화할 가능성이 많은 코스모에도 전쟁방지를 주목적으로 한 병력을 파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 시기에 있는 미국이 과연 ‘위험한’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특히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보스니아보다는 코소보자치주와 이와 맞물린 마케도니아로 확전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계엄령상태에 있는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이 저항할 경우 마케도니아에 거주하는 알바니아인들이 동조함으로써 코소보에 절대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알바니아, 마케도니아에 전통적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리스와 불가리아 등이 전쟁에 휩쓸려 드는 최악의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시치 유고연방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이탈리아 신문과의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밀로세비치의 독선은 결국 서방의 불협화음이 조장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결국 밀로세비치체제를 강화시켰다. 이제 내전의 향방은 서방측이 어떤 카드를 세르비아측에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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