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다음은 대만? 어림없는 소리 말라"
  • 리처드 할로란 ()
  • 승인 199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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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란 칼럼

대만, 중국의 '통일'야심에 일찌감치 쐐기

아시아의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가 지난 7월1일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더욱 시끄러워 질조짐이다. 1백55년 만에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넘겨 받은 중국이 대만을 향해 통일의 기치를 더욱 치켜들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을 돌려받은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강택민 국가 주석은 북경에 모인 8만 군중 앞에서 대만과 본토 간의 통일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홍콩의 선례가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최종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주석의 발언은 대만의 이등휘 총통에 의해 즉각 묵살되었다 이총통은 7월3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나 2천1백50만 인구인 대만이 국제적 인정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주권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ㄴ 것을 칭찬하면서도 "대만은 홍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야당인 민진당의 패리스 장 당수도 거들었다. 그는 홍콩이 운명이 대만의 장래 모델이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대다수 대만인은 현재와 같은 사실상의 독립은 앞으로도 계속 누리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만을 본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의 주권국 주장을 일축한다. 또 미국·한국·일본을 포함한 대다수 나라들도 대만을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데 소극적이다. 대만과 중국에 관한 클린턴 행버부의 정책은 일관적이지 못했다. 미국은 한편으로 최혜국대우(MFN)를 연장해 중국을 어르는 정책을 취하면서도 지난해 4월처럼 대만이 중국의 무력 위협에서 처했을 때는 과감히 대만편에 서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대만에 관한 미국의 가장 명료한 입장은 지난 봄 아시아를 순방하던 뉴트 깅리치 하원 의장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중국이 무력을 동원해 대만을 통일하려 할 경우 미국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무력을 통한 문제 해결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중국 정책이 한목소리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백악관은 깅리치의 발언을 반박하지 않음으로써 은근히 그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클린턴 대통령의 중국 정책은 올 가을 강택민 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필시 강주석은 대만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제기할 것이며, 이에 대한 클린턴의 답변은 아시아 전역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특히 미국의 신뢰와 공약을 중시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클린턴의 발언을 주시할 것이 뻔하다.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은 여러 가지 이다. 우선 대만은 세계 해상 무역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남중국해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대만에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설 경우 해외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의 경제는 큰 위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의 경제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중국은 오해 전부터 남중국해에 대한 영해권을 주장해 왔다.

대만 문제 대하는 강대국 태도 모호
다음으로 대만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들지 않을수 없다. 대만은 미국·일본·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과 지난해 2천1백70억달러 교역을 기록했으며, 엄청난 해외 투자국이기도 하다. 올해 첫 5개월 동안 대만과 한국간의 교역량은 단교 상황에도 불구하고 30억달러에 이르렀다.

대만은 또한 세계 유수의 외환 보유고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대만 관리들에 따르면, 91년 걸프전때 미국 정부는 비밀리에 대만 정부에 대해 전비를 4천만달러 보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군사적으로도 대만과 중국은 각각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해군력 증대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대만을 무력으로 접수하려면 앞으로도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군사적인 긴장이 상존하는 한반도는 분쟁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국 등 열강의 대응책이 명확하게 나와 있다. 이에 반해 대만 문제에는 모호함이 존재한다. 유사시 미국 등 이해 당사국들의 행동 진로를 예측하기가 한국의 경우보다 훨씬 어렵다.

지난 몇 년 동안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를 위해 대만 정부는 중국 본토의 유일한 정부임을 스스로 포기한다고 선언했고, 곧 바로 중화민국이 아닌 '대만 중화공화국'이라는 새 국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유엔과 세계무역기구 및 기타 국제기구에 참여하기 위한 외교를 벌이기도 했다. 대만은 동서독이나 남북한이 국제기구에 함께 참여한 선례를 모방하려는 듯이 보인다.

정치적으로 대만은 아직은 신생 민주국이다. 지난해에야 비로소 5천년 중국 역사상 처음 직선으로 총통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다. 홍콩 반환 뒤  곧바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만인들은 절대 다수가 지금과 같은 본토와의 어색한 분리보다는 독립을 선호하고 있었다. 대만의 중산층은 전례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어, 본토와의 통일로 인해 풍요한 생활이 위협받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3천5백달러로 본토 국민의 2천9백 달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높다.

"중국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야심국"
지난해 대만의 존 장 외부장관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만 섬에 대한 대만 정부의 주권 및 사법권 행사는 다른 나라가 시비를 걸 수 없는 절대적인 것임을 분명히 천명했다. 그는 '2개의 정치 체제를 지닌 하나의 중국은 엄연히 현실이며, 세계도 이같은 현실에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49년 공산당을 피해 대만으로 피한 본토 출신 주민을 포함해 대다수 대만 토작인들 사이에 팽만해 가고 있는 정체성 의식이다. 7월 초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가 스스로를 대만인으로, 3분의 1만이 중국인이라고 대답했다. 대만에 오랫동안살고 있는 한 서방 관측통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신이 대만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될 점은, 이제 대만 섬은 대만인이 꾸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상 처음으로 대만인은 그들의 미래 운명을 개척해 나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처지에서 볼 때 대만과의 통일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민족주의 때문이다. 99년이면 포르투갈 식민지인 마카오를 접수하게 될 중국이 대만 문제에 느슨한 태도를 보이면 해외 거주 대만인들에게 대만 분리주의 운동의 기운을 북돋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지도자들은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워싱턴을 찾은 장호전 국방장관은 미국 국방대학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대만이 중국의 '적극적 방어'전략에 긴요하든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대만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아시아를 지배하지 않겠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고 있지만, 구미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아시아통 언론인 리처드 번스타인과 로스 먼로는 최근 그들의 공저<중국과의 다가올 분쟁>에서 '중국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야심국이다. 그 최종 목표는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홍콩 반환을 바라보는 대만의 우려가 그들만의 우려가 아닌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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