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뚜껑을 조심하라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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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을 갓 넘긴 조카는 뭐든 빠는 걸 좋아한다. 방바닥을 기어다니다 손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양말짝이건 볼펜이건 일단 입으로 가져가고 본다. 조카가 그럴 때마다 빼앗아야 할 품목이 또 하나 늘었다. 음료수 병 뚜껑이 그것이다.

음료수 병 뚜껑을 잘 살펴보면 겉은 딱딱한데 안쪽은 약간 말랑말랑한 것을 알 수 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라고, 염화비닐(PVC)을 부드럽게 만드는 물질을 첨가했기 때문인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유럽연합(EU)은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환경 호르몬 물질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장난감과 유아용품에 이 물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4월 중순 시중에 팔리는 병 음료 13종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이 중 9개 제품의 병 뚜껑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되었다. 이번에 검출된 것은 프탈레이트 가소제 중에서도 DIDP(디이소데실 프탈레이트)라는 물질이다. 

 
소시모는 웅진식품의 ‘자연은 790일 알로에’ 병 뚜껑에서는 25만5천ppm, (주)쟈뎅의 ‘쟈뎅라떼 오리지날’과 웅진식품 ‘아침햇살’ 병 뚜껑에서는 각각 22만1천ppm과 21만4천ppm의 DIDP가 검출되었다고 밝혔다(표 참조). 다음으로 DIDP가 많이 검출된 것은 매일유업 ‘순두유’(17만7천ppm), 남양유업 ‘악마의 유혹 프렌치카페’(17만5천ppm), 해태음료 ‘과일촌 제주감귤’(15만3천ppm) 순이었다. 

DIDP가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동물 실험에서 DIDP가 간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보고된 뒤 유럽연합과 한국에서는 이 물질의 독성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지난해 7월 산업자원부는 이 물질의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세 살 이하 어린이가 입에 물 수 있는 장난감에 대해 DIDP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웅진식품측은 “최근 유럽연합도 DIDP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라면서,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불안해 한다면 병 뚜껑 재질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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