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승부 걸고 대변신 꿈꾸는 SBS
  • 송준 기자 ()
  • 승인 199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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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뉴스>로 환원 후 대대적 공세…'질적 차별화'가 성공의 열쇠

'환골탈태'를 천명한 서울방송(SBS)의 변신이 화제를 불러일키고 있다. 최근 SBS가 보여준  변화 의지는'제2의 개국'에 비견되리만큼 전방위적이고 또 임체적이다. 6월30일부터 9시 메인뉴스를 8시로 환원하고 연이어 드라마 두 편을 연속 편성하면서 SBS는 '저녁 8시부터 SBS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주말극·일일극에도 일대 변화를 꾀했다. 아침 프로그램에는 가수 김창완씨와 전 KBS 앵커우먼 신은경씨를 전격 채용하기도 했다.

슬로건은 광고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울 공덕동 내거리에 '아빠! 한시간 빨리 들어오세요'라고 쓴 길이 40m짜리 초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저녁 8시부터 SBS 세상'로고를 박아 넣은 공중전화 카드 50만장을 전국에 배포했다. 버스 광고·지하철 광고를 활용하는데 동시에 SBS프로그램의 화면 하단에 매시간 'SBS 세상'로고를 실어 방영하는 전략을 폈다.

시청률 바닥세에 "이대로는 안된다"
6월25일부터는 주요 일간지에 모두 24회 걸쳐 컬러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세상을 한 시간더 빨리 밝힙니다''김일병의 첫 휴가처럼 기다려지는 뉴스''새색시 밥상처럼 정갈한 뉴스'등 대여섯 종류의 광고가 일사불란하게 펼쳐졌다. SBS는 앞으로 4개월 동안 일간지 1면에 지속적으로 돌출 광고를 낼 계획이다.

특히 경쟁사인 KBS와 MBC에 <8시 뉴스> 광고를 내보내겠다는 SBS의 계획은 우리나라 방송 역사상 초유의 일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SBS는 이미 <사자탈출><야구심판><탁구>등 코믹 광고 세편을 제작해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청약해 놓은 상태이다. 그렇지만 KBS와 MBC의 반응이 미온적이어서 이 광고가 경쟁사를 통해 방영 될지는 알수 없다.

SBS는 이처럼 총력전을 펴는 까닭은 최근의 시청률 성적이 위험수위에 다다른데다, 앞으로 다매체 시대에 대비해 전면적인 전력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2~3개월 사이 SBS 시청률은 내리막 추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5~6월 방송 3사가 경쟁적으로 마련한 대선 주자 초청 토론회가 좋은 예이다. SBS가 마련한 토론회 시청률은 3.7~7.2%,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인 수치였다.

비슷한 시기 프라임 타임(오후 7~10)의 전반적인 시청률도 경쟁사의 3분의 1수준에 그쳤고, '시청률 10위'안에 드라마 한 편이 간신히 오르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광고 수주액마저 목표치의 75%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 3월3일 봄철 개편때 9시롤 옮겨간 메인 뉴스가 KBS·MBC의 시청률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지 못한 점이 위기를 증폭시킨 원인으로 꼽혔다.

8시 뉴스 부활은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고심끝에 대안인 셈이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시간대 차별화 전략만으로 SBS의 질적 변신, 나아가 방송 뉴스의 질적 변호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한 방송 기자는 "한국 시청자는 보수 경향이 강하다. 새 매체가 생겼다고 해서 채널을 바꾸지는 않는다. 시청자를 끌어들이러면 뚜렷한 질적 차이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질적 차별화를 꾀하기가 더욱 어렵다"라고 말한다.

이같은 현상이 벌러지는 데에는 이른바 출입처 기자단 제도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출입처 제도 때문에 닮은 꼴 기삭 양산되다 보니, 차별화 전략으로 연성 기자를 자꾸 개발하게 되고, 뉴스의 본질마저 변해가는 위기가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출입처로 기자가 몰리다 보니 심층 취재에 뛰어들 인력이 그만큼 부족해지고, 결국 사건을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다루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오락에서 보도로 무게 중심 이동
방송계 일각에서는 SBS의 변신이 그간 제기되어 왔던 공중파 방송 보도의 고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발고기도 한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예컨대 시청률로 뉴스의 질을 평가하는 그릇된 관행이나 민감한 사안을 친권력적 입장에서 보도하는 자세, 주요 사안을 가볍게 다루고 넘어가는 식의 편집 등이다. 뉴스 보도를 통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방송위원회가 지난 4월 말~5월 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사 프로그램 홍보의 67%가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그 가운데 32.6%가 종합 뉴스의 몫이다.

SBS의 승부수는 일단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8시뉴스>시청률도 9시 때보다 현저히 상승했다는 것이 SBS의 자체 판단이다. SBS 보도국 권오승 부국장은 "상업 방송으로 출범해 오락·드라마 프로그램에 주력하느라 보도 저널리즘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락 위주에서 보도 중심으로 방송의 본령을 옮긴다는 것이 제2의 개국 정신이다. 게다가 앞으로 4~5년 뒤면 공중파 방송의 독과점 시대가 가고 케이블 방송·위성 방송이 경쟁하는 다매체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다매체 시대에는 뉴스의 질이 방송의 수준을 재는 기준이 된다. 그 때에 대비하려면 지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SBS의 분발을ㄹ 바라보는 경쟁사의 시각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MBC 김상기 보도국장은 "SBS 뉴스가 8시로 돌아간 것은 시청자에게 채널 선택권을 넓혀 주었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KBS 홍성현 보도국장은 "이제 뉴스를 방송사간 경쟁의 잣대로 삼을 게 아니라, 얼마나 명확하고 깊이 있게 보도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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