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 … 재미 … 감동 극예술 큰잔치 팡파르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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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연극제 ‘97 서울/경기, 10월 15일까지 열려

올해 9월은 문화적으로 어느 해보다 풍성한 달이다.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반면, 문화 쪽에서는 큰 잔치판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국내 행사가 아니라 수십 개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 축전들이다. 광주에서는 제 2회 광주 비엔날레가, 부천에서는 제 1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서울과 과천에서는 세계 연극제 ‘97 서울/경기가 동시에 열리고, 달을 넘기면 곧바로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어진다. 올 9월은 말 그대로‘단군 이래 최대 문화 축전의 달’이 되는 셈이다.

9월 1일 ~ 10월 15일 세계연극제 ‘97 서울/경기가 열리는 한 달 보름 동안 국립극장 · 세종문화회관 · 예술의 전당 등 대형 공연장에서부터 대학로의 소극장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극장들이 사상 처음으로 빠짐없이 가동된다.

세계 74개 나라가 가입해 극예술 장르의 유엔이라고 불리는 ITI(International Theatre Institute · 국제극예술협회) 제 27차 총회와 때를 맞춰 열리는 세계연극제는 전 세계 극예술인의 올림픽이라 불린다. 세계연극제 ‘97 서울/경기에는 올림픽답게 여섯 대륙 스물다섯 나라에서 마흔 편 가량이 참여하고, 국내에서 해마다 열려온 연극 · 무용 · 음악극 축전들이 여기에 합세해 잔치 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놓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연극 잔치인 서울연극제와 한국 · 중국 · 일본 국제극예술협회 본부가 94년에 창설한 베세토 연극제, 창무회가 해마다 주최해 온 창무국제예술제, 국제극예술협회 총회의 ‘연극 교육 현장’인 세계대학 연극축제가 세계연극제 속으로 들어와 있다. 무용 · 음악극까지 합하면, 공연되는 작품 수는 모두 백여 편에 이른다.

국내외 유명 무용 · 음악극도 공연
세계연극제의 두 축은 서울에서 열리는 ‘공식 초청 공연’과 과천에서 열리는 ‘세계 마당극 큰잔치.’ 이 무대에 오르는 외국 공연들은 구제극예술협회 본부가 ‘품질’을 공인한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내의 연극 · 무용은 60년대 이후 우수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을 엄선했다.

국내 작품들은 오태석 손진책 최영인 김철리 김아라 김광림 이윤택(연극), 국수호 홍신자 배정혜 최청자(무용), 임진택 채희완 김명곤(마당극)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현역 연출가 · 안무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마강 달밤에> <오장군의 발톱> 같은 국내 작품을 잇달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연극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형 무화 이벤트인 것이다.

모든 작품이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지만, 외국 공연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되는 작품은 프랑스 이마쥬 에귀 극단의 <카포니노>와 이탈리아의 카를로 콜라 가족 인형 극단의 <세헤라자데> <페트루슈카>이다. 완성된 대본보다는 음악 · 대본 · 이미지를 통합하고 그것을 압축해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마쥬 에귀 극단의 <카포니노>에는 프랑스 · 태국 · 베트남 · 한국 어린이 20명이 출연해 각자 자기 나라 말로 공연한다. 닫힌 사회 구조에서는 좀체로 허용되지 않는 다른 인종, 다른 세대, 각계각층 사람들의 조화로운 만남이 한 무대에서 이루어진다.

이탈리아의 카를로 콜라는 1890년부터 4대를 걸쳐 내려온 가족으로 구성된 유서 깊은 인형 극단이다. 이들은 손으로 직접 조각해 만든 인형 4백 개를 이용해 환상적인 세계를 연출한다. <세헤라자데>와 <페트루슈카>는 19세기의 발레를 정교하게 표현하는 인형극이다.

이밖에도 세계연극제에서는 그리스 아티스 극단의 <안티고네>와 서울시립극단의 <안티고네 - 인간의 법칙>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으며, 미국의 라마마 극단과 한국의 동랑극단 앙상블이 함께 만든 <트로이의 여인들>, 아이보리코스트 이마코 극단의 <카이다라의 전설>, 베네수엘라 라하타블라 극단의 <아무도 대령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인도 소파남 극단의 <중간의 것> 등 세계 연극제가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의 <바테르조이> <메이비>, 미국 뉴욕시티 발레단의 <교차> <차이코프스키 2인무>, 한국 툇마루 무용단의 <불림소리>등 수많은 국내외 유명 무용 · 음악극도 세계연극제에서 공연된다.

‘세계 마당극 큰잔치’ 등 야외 공연도 풍성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서울 공연과 달리, 과천에서는 모든 공연이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서울 공연이 세계의 예술 공연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과천 공연은 한국의 전통 공연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과천에서도 러시아 돈 크사크 송 앤 댄스 앙상블이 <돈 코사크 송 앤 댄스>, 미국 핑 총 극단의 <슬픔 그 이후> 등 외국의 거리극들이 종합청사 앞거리와 잔디마당, 중앙 공원 등 야외에서 풍성하게 펼쳐지지만, 한국의 전통적 연희 양식인 마당극이 잔치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연극제는 한국의 연극, 특히 마당극을 세계에 소개할 절호의 기회이다. 세계 마당극 큰잔치는 우리에게도 중국 · 일본과 차별성을 가진 독자적이고 수준 높은 전통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라고 정진수 세계연극제 집행위원장은 말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중국 경극이나 일본 가부키의 아류쯤으로 치부되던 한국의 연극 전통이, 사실은 21세기형으로 주목되는 ‘열린 형식’의 마당극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세계 마당극 큰잔치에는 <칼 노래 칼춤>(채희완 연출), <밥>(임진택 연출) 등 국내 작품 열두 편이 공연되며, 한국 서커스의 맥을 잇고 있는 동춘서커스단의 공연이 딸린 행사로 마련된다.

이밖에 한국 · 미국 · 독일 · 헝가리의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김정옥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이 연출한 특별 공연 <리어왕>을 필두로, 연극 아홉 편이 경연을 벌이는 서울연극제와 세계 젊은 연극인들의 잔치인 세계대학연극축제 등이 동시에 펼쳐진다.

54년 유네스코의 후원을 받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세계연극제는 세계 연극의 흐름을 일별케 하는 가장 권우 있는 축전으로 각광받아 왔다. 세계연극제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극예술협회 총회를 따라다니며 펼쳐지지만, 지금은 개최국 사정에 따라 연극제 없이 총회만 열리기도 한다.

한국은 지난 95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제26차 국제극예술협회 총회에서 김정옥씨가 회장에 선출됨으로써, 회장국으로서 세계연극제를 맞이했다.

세계연극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티켓 전산시스템 ‘티켓 네트’를 가동해 관객의 편의를 돕는다. 세계연극제가 열리는 각 공연장과 대학로 티켓 박스에서는 어떤 공연이든 예매할 수 있다.(문의 02-766-0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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