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김씨 “결승전서 만나자”
  • 광주·이흥환기자 ()
  • 승인 199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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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회동…대권후보 선출 앞두고 ‘공조’ 확인 정치자금 공정분배 등 4개항 합의

민자당 金泳三 대표최고위원과 신민당 金大中 총재가 지난 1일 광주에서 만나 1시간10분 동안 무릎을 맞댔다. 4월1일 대구회동 이후 3개월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 둘이 만난 후 △지역감정 해소노력 △선거공영제 강화 △정치자금 공정분배 노력 △공정한 국회운영 등 4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민자당 朴熺太 대변인은 두 김씨의 회동에 대해 “지역화합을 도모하고자 한 종교적 모임의 상면이었지, 정치화합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모임은 아니었다”고 평가했고, 신민당 朴相于 대변인도 “합의사항이 막연하다. 구체적 합의가 적절하지 못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1시간 남짓 ‘은밀히’ 나눈 이야기는 발표된 합의사항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기초·광역 자단체장 및 총선, 대선 등 내년에 잇따라 치러질 예정인 선거일정과 내각제 문제 등을 밀도있게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대표는 내년 1월에 총선을 치르자는 입장이었으나, 김총재는 김대표와의 단독회동이 있기 전에 가진 오전의 기자간담회에서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를 내년 4~5월 사이에 동시 실시 할 것을 주장했다. 위의 4가지 합의사항 중에서 △정치자금의 공정분배 노력 △공정한 국회운영 등은 좀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3대 국회의 종반부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여야 정차권의 주요 관심은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에 솔려 있고 위의 2가지 사항은 바로 이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합의사항에서 자칫 구설수에 오를 만한 첨예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잡음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광역선거 직후 두 김씨의 광주 회동이 확정되자 정가에서는 여러 추측들이 있었다. 시·도의회 의원선거에서 ‘주가’가 상승한 김대표가 ‘주가폭락’으로 시달리는 김총재를 만나는 자리인 만큼 ‘의미있는’ 얘기가 오가는 만남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여야 대표끼리의 만남이라기보다는 여야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끼리의 만남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때마다 두 사람은 목회자들이 마련한 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일 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대답했고, 정치 현안에 대한 모종의 ‘합의설’을 부인했다. 그런데도 두 김씨의 만남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도 먼저 회동 시점이 주목된다. 7~8월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한 바 있는 김대표는 광역선거에서의 압승을 기반으로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 김대표의 총선 준비는 차기 대통령후보로 가는 길의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표는 민정계와의 일대 격전을 앞두고 김총재를 만난 셈이다.

 김대중 총재는 광역선거에서 패배한 후 한때 주춤거리는 듯했으나 다시 총재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야권재편이라는 외압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야권재편은 야권의 ‘유일한’ 차기 대통령후보로 지목돼온 김총재의 위상변화와 맞물려 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상대와의 고달픈 접전을 앞두고 만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대통령선거라는 ‘결승전’에서 과연 서로 만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미리 타진해본 자리일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양김구도에 의한 공조체제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7월 중순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총재의 여야 영수회담을 앞두고, 김영삼 대표가 앞질러 김총재를 만났다는 것도 한번쯤 음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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