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김근태 대한해협 오가며 맹활약
  • 편집국 ()
  • 승인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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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잠수함’ 김근태
대한해협 오가며 맹활약

  국민회의 김근태 부총재는 말수가 적고 움직임이 조용해 ‘잠수함’으로 불린다. 한때 그는 재야의 대부로 이름을 날렸지만, DJ 밑으로 들어간 후에는 비주류 진영에 남아 잠수해 왔다. 그런 그가 최근 들어 해외 나드이로 부쩍 바빠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런던에서 하시모토 총리를 만나고 있을 때, 김부총재는 일본으로 날아가 일본 정·관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일본 외무성이 주선한 친선 프로그램이었다. 4월 17일에는 <아사히 신문>이 주최하는 강연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일본 소수 엘리트만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강연회에 한국인이 초청되기는 처음이다. 그의 측근들은 “외국 언론, 특히 일본 언론이 김대통령의 개혁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좌표로 김부총재를 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부총재의 국내 정치 행보도 부쩍 빨라졌다. 그의 목표는 DJ와 YS가 손잡고 ‘민주 대연합’을 이루는 것. 미국이나 영국처럼 정치 노선에 따라 의원들이 헤쳐 모여야 미래 지향적인 정치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김근태식 정계 개편론’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야당 의원과도 수시로 만나며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다.

최기선 인천시장 탈당은
DJ-YS 재결합 신호탄?

  상도동과 동교동이 결합할 수 있을까. 최기선 인천 시장이 4월3일 한나라당을 탈당함으로써, 그 가능성이 점점 무르익고 있다. 최시장은 얼마전 상도동을 찾아가 한나라당 탈당을 포함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YS로부터 사전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시장이 정계 입문 전에 동교동 인사들과 더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이다. 대학 재학 시절 최시장은 문희상 청와대 정무수석과 ‘의형제 결의’를 맺을 정도로 가까웠고, 최시장에게 배필감으로 최영숙씨(작고·당시 YS의 국회비서)를 소개한 이도 이 협 국민회의 의원이었다. 그래서 최시장은 상도동 가신 그룹 사이에서 ‘YS의 사위’로 통했지만, 계파를 떠나 동교동 인맥과도 가깝게 지내 왔다.

  최시장이 국민회의 공천으로 인천 시장에 재도전하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만약 김대통령이 최시장을 공천한다면 이는 곧 동교동·상도동 결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한동, 전당대회서
맞수 허주에게 밀릴까

  이한동 한나라당 댚와 김윤환 고문은 민정당 시절부터 라이벌이다. 4월10일 치러질 전당대회는 이 두 사람의 역학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이대표가 입지 경쟁에서 ‘한 수 밀리는’쪽으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고문이 조 순 총재와 담판해, 조총재의 임기를 1년간 보장하는 조건으로 전당대회에서 수석 부총재로 지명받기로 타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능성은 한나라당이 4월4일 확정한 당헌·당규 최종 개정안에서 엿보인다. 바로 총재 유고시 부총재 중 연장자가 권한을 대행한다는 규정이다. 문제는 조총재가 전당대회에서 지명할 대부분의 부총재 예정자들이 김고문보다 나이가 적어 김고문이 사실상 수석 부총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총재와 김고문 간의 ‘밀약’에 따라 이같은 당헌·당규가 확정되었다면 이는 이대표의 ‘판정패’나 다름 없다. 이대표가 부총재로 지명되더라도 나이가 김고문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표측은 이같은 분석을 일축했다. 무엇보다도 총재 유고 상황이 있을 수 없는 데다, 당헌·당규에 수석 부총재라는 규정이 없어 이대표가 김고문과의 역학 관계에서 밀렸다는 분석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음식점 ‘하로동선’ 주인들
고기 팔며 정치 재기에 성공

  고기를 먹으면서 정치 재기를 다질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 박석무 노무현 유인태 등 대개 15대 진출에 실패한 통추 멤버들이 만든 하로동선(夏爐冬扇)이 그곳이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종종 모여 고기도 먹고 정보도 교환했지만 재기할 가능성은 까마득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선 막판에 합류한 국민회의가 정권을 잡아 일약 집권당이 되면서 앞길이 활짝 열렸다. 한나라당 이수인 의원(사진)만 해도 친형인 이수성 전 총리가 DJ정권에 참여함으로서 여권에 합류할 여지가 넓어졌다.

  거기에다 1년 전에 문을 연 하로동선은 용케 IMF 한파를 견뎌내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개업 1주년 행사까지 가질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처럼 당장은 쓸모가 없지만 언젠가는 긴요하게 쓰인다는 화로동선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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