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메모’ 에 숨은 글자
  • 김종엽(문화 평론가) ()
  • 승인 199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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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나는 경기도에 산다. 그리고 거의 매일 서울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그 때문에 시.도경계에서 신창원을 잡으려는 검문을 매일 받는다. 그 검문이 도리어 하루에 힌번은 꼭 신창원 생각나게 한다. 서울 강남구에 신창원이 나타난 다음날부터는 검문이 더 요란해졌다. 그 날 나는 신문을 보지 않고 집을 나선 탓에 왜 검문 경찰이 ‘살벌하게’ M-16까지 메고 있는지 영문을 몰랐고, 마침 꽁치잡이 어선 그물에 북한 잠수정이 걸려든 직후라 무장 공비라도 나타난 줄 알았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 친구는 시치미 뚝 떼고는 “북한 잠수정이 나타난 이유는 신창원을 북송하기 위해서야“라고 해서 나늘 웃겼다. 나는 북한ㅇ 무엇때문에 신창원을 북송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친구는 신창원을 데려가서 남한의 참혹한 인권탄압 사례를 세계 만방에 알리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슨 이야기냐고 하자, 친구는 날더러 신창원이 강남구에 나타났을때도 도망가며 차속에 떨구곤 간 ‘탈주 메모’가 인터넷에 떠 있으니읽어 보라고 했다.

교묘한 언론 플레이로 비뚤어진 교도 행정 고발
  곧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탈옥수 신창원 탈주 메모(전문)‘를 받아서 읽어 보았다. 검문을 위해 수고하는 경찰에겐 미안한 일이지만,첫 번째든 생각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든 생각은 신창원의 이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가 글을 풀어간 솜씨나 표현력으로 보아서 중학교 나온 것 같으며, 아마 그 시절에는 꽤나 예민한 문학 소년이었던 것 같다는 것이었다. 세번째 생각은 그가 서울에 나타난 것은 아마도 이 탈주 메모를 남기기 위해서 였으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탈주 메모의 첫 문단이 ‘죽어야하는 죄인이지만 국민 여러분이 꼭 알아야 할 게 있어서 이 글을 남깁니다‘ 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 추측이 옳다면 그는 세칭 ’언론 플렝‘를 한것인데, 그 점에서 그는 성공했다. 그가 숱한 주간 신문이나 시사 주간지의 커버 스토리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언론 플레이는 여느 언론 플레이와는 다르다. 검거 혹은 사살의 휘험을 수한 언론 플레이였으니 말이다. 물론 메모의 꽤 많은 구절에서 그는 자신을 도덕적 인물로 세우기도 하고, 잘난 ‘척’도 한다. 훔친 돈으로 소년 소녀 가장을 도왔다는 니야기나 그 름의 성생활 원칙, 경찰이 총을 가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그런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메모를 남기기 위해서 감수한 위험을 감안할 때 거기엔 어떤 정성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은 전체 메모에 흐르고 있는 교도소 행정에 대한 그의 통렬한 고발로 보인다.

  그는 총송 제2교도소에서 가혹하게 몽둥일로 맞았으며, 교도관들로부터 ‘너희들은 이지만 않으면 돼,병신이 되어도 우리에겐 책임이 없어. 국가에서 허락한 일이야‘하는 말을 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또 많은 재소자들이 모진 추위에 떨고, 병들어도 제대로 치료받지 하고 있음을 고발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병든 죄수의 약값조차 횡령하는 교도관들의 리에 있음을 적시했다. 그는 그런 교도소에 사는 것이 ‘팔이 부러지고 온몸이 얼어붙은 채 잠을 자며 비스켓 하나로 하루를 버티며 사는 ‘탈주 생활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탈주 생활을 하는 지금은 ‘남에게 고통을 가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 그 가학성 변태 성욕자 같은 자들의 노리개 감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백히 한국의 교도소가 ‘교도’소가 아니며, 교도관이 ‘교도‘관이 아니라는 것을 해 준다. 일종의 ‘생조자 증언’ 이라고 볼 수 있는 신창원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도소는 국가가 위임한 적이 없는 폭력을 휘두르고 (이는 폭행죄이며, 공권력을 사칭한 죄이다) 공금을 횡령하는 범죄자들(교도관)이 다른 범죄자들을 다스리는 치외법권 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러니켤하게도, 신창원은 ‘강도 살해범’ 이지만, 그의 탈주 행위와 ‘언론 플레이’는 일종의 인권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이런이야그를 살인 강도범의 탈수를 인권 주장으로 호도하는 것이며, 그가 교도관들에게 얻어맞은 일은 응보일 뿐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권은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지, 살인범이라고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신창원은 더욱 의미 잇다.<쇼생크 탈출>과 <도망자>의 동시 상영 같은 그의 이야기 제기하는 참된 질문은 살인범에게 까지 인권을 보장할 만큼의 성숙함이 우리 사회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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