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3월~98년1월사망률 이렇게 조사했다
  • 김 당 기자 ()
  • 승인 1998.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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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북한식량난민 472명이 증언한 식량난 실태보고서’단독 입수 · 공개

 96년부터 북한에 활발히 식량지원활동을 펴온 우리 민족 서로 돕기 불교운동본부(집행위원 장 법륜 스님)는 북한 식량난의 실상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 아무도 생각지 못한‘모험’을 시도했다. 그것은 조 · 중(韓 · 中)국경 지역에 식량을 구하러 탈북(脫北)또는 탈국(脫國)한 식량 난민으로부터 증언을 청취하는 것이었다. 식량난으로 인해 지난 2년반(95년 9월 대홍수 이후 98년 1월31일까지) 동안에 사망한 북한 주민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 식량난 실태에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탈북자의 가족과 마을(인민반)의 사망자를 조사해 전국 규모의 현황을 추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두려움에 떨며 도망 다니는 탈북 식량 난민을 찾아 인터뷰한ㅇ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배고픔 때문에 부모를 여의고, 자식을 가슴에 묻고 흐느끼는 이들에게 아픈 과거를 캐묻는 것 자체가 그들을 또 한 번 죽이는 일이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세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불교운동본부는 인터뷰 방법을 조사자에게 주지시켜 될 수 있는 대로 사실적인 조사 작업을 진행했다. 조사자 9명과 보조요원 23명이 넉 달 동안 진행한 이 설문조사는 1차(97년9월30일~11월30일), 2차(97년12월1일~98년 1월31일)로 나누어 실시되었다. 국제 사회는 북한 식량 실태에 관한 좀더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실태조사는 북한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인 한국 정부와 실상 공개에 폐쇄적인 북한 정부가 할일을 대신한 것이다.

 조사 요원들은 조선족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넉 달 동안 5백50여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불교운동본부는 이 중 통계 분석에 인용할 가치가 있는 4백72명분을 추려‘식량난민 4백72명이 증언한 북한 식량난 실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과 인도적 지원에 동참하고 있는 각국 정부 및 국제 비정부 기구(N해)의 대북 지원을 위한 훌륭한‘지침서’이자, 식량 · 의약품을 신속히 지원해 죽어가는 수백만 북한 주민을 살려낼 수 있는‘구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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