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계, 빅뱅 사이렌
  • 도쿄 · 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8.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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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일 외환거래 전면자유화… 증권 · 보험업계, 무한 경쟁 시대돌입

일본 금융계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빅뱅신호탄이 올랐다. 일본정부는 4월1일부터 외환거래를 전면 자유화하는 새로운 외환거래를 전면 자유화하는 새로운 외환관리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수출입 대금보유와 개인의 해외예금계좌개설이 자유화했고, 세븐일레븐 · 패밀리마트 같은 편의점에서도 자유롭게 외화를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또 내국인의 외화거래 · 보유가 자유롭게 되어 머지않아 ‘1달러 할인점’‘10달러 스테이크하우스’같은 새로운 아이디어 사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로 숙박요금을 치르는 호텔도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높은 수익률 좆아, 4백조엔‘해외도피’예상
 일본과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개정된 외환관리법 실시에 맞추어 이자율이 높은 외화 정기예금이나 외화표시 MMF같은 신종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2년반째 계속되고 있는 초 저금리 정책으로 일본 국내에서 백만엔짜리 1년 만기정기예금에 가입할 경우 연간 수익은 단돈 2천엔이었다. 그러나 외화표시 정기예금에 가입할 경우 연리 4~5%, 선택하는 통화에 따라서는 7%고정금리가 보장된다.

 이에 따라 1천2백조엔에 달하는 일본의 개인금융 자산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대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의 해외예금 계좌개설이 자유화함에 따라 그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4백조엔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도피’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본판 빅뱅의 하나로 4월1일부터 매매대금 5천만엔이상 주식 위탁 수수료가 자유화하자 증권회사들도 치열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일본 최대 증권회사인 노무라증권은 대고객인 기관투자가 · 연금운영펀드 등에 대해서는 주식매매위탁 수수료를 최대 100%까지 할인해 줄 방침이다. 닛코증권은 매매대금에 따라 40%까지 할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도쿄증권시장의 주식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메릴린치 · 샐러먼 브라더스 같은 외국계 증권회사는 이에 앞서 주식매매위탁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노무라증권이 궁여지책으로 최고 100%할인을 선언한 것은 외국계 증권회사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5천만엔 이하 주식매매위탁수수료 역시 99년 말까지 완전자유화된다.그러나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면 일정이 내년 연초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렇게되면 경쟁력 없는 중소 증권회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보험회사들에는 보험료 산정률 계산이 자유화하는 7월부터 빅뱅의 시련이 몰아친다. 이때부터‘동일가격 · 동일상품시대’가가고 무한경쟁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생명 · 손해보험 회사들은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해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다. 일본의 최대 생명보험 회사인 일본생명보험은 3월25일 모든 임직원이 급여를 삭감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프리(free) · 페어(fair) · 글로벌(glolal)3대 구호아래 일본 금융계를 대변혁하려는 목표로 2000년말까지 오나료될 일본판 빅뱅은 이처럼 4월1일부터 시행된 외환관리법 개정을 신호탄으로하여 금융지주회사 해금, 손해보험자유화, 증권시장 자유화 조처로 이어질 예정이다. 또 은행 · 증권 · 보험회사의 업무영역제한을 완전 철폐하는 것도 일본판 빅뱅의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99년까지 주요개혁과제를 앞당겨 실시한다는 일본판 빅뱅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금융기관 종사자의 약 70%는 빅뱅에 따른 경영불안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을 밝혀졌다. 그 근거는 86년10월에 실시된 영국판 빅뱅의 결과다. 대폭적인 자유화조처가 취해진 후 영국 금융가는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부활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영국의 증권회사와 상업은행들은 미국과 독일 등의 외국계 기업에 전부 넘어가 버렸다.

 그래서 일본의 빅뱅 반대파들은 영국판 빅뱅이 매년 윔블던에서 열리는 테니스대회나 마찬가지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테니스코트, 즉 거래시장만 제공할 분 코트에서 뛰는 선수, 즉 시장 참가자들은 모두 외국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들은 일본판 빅뱅이 영국처럼 증권시장만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고 금융시장전면 자유화를 추진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크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릿쿄대학 사이토세이치로(齊藤精一郞)교수는 일본판 빅뱅이 완료되면 개인금융자산 중 약 7백조엔이 수익률이 높은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추산한다.

중소 금융기관 줄줄이 도산할 가능성
 그렇게되면 거래 규모가 적은 중소금융기관이 연속 도산하고 신용불안이 일어나 중소기업이 자금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때문에 빅뱅으로 금융기관은 활성화할지 몰라도 일본의 산업계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것이 사이토교수의 결론이다.

 그러나 도쿄금융 · 자본시장의‘윔블던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 증권회사 메릴린치는 도산한 야마이치증권의 31개지점과 종업원 2천명을 재고용했다. 미국 유수의 기업 제너럴익렉트릭(GE)의 계열회사인 GE캐피탈도 일본의 도호생명을 합병해 4월1일‘GE캐피탈 에디슨 생명보험’을 발족했다.

 일본판 빅뱅을 윔블던화로 보려는 세력과 글로벌화로 보려는 세력의 본격 대결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글로벌 세력이 윔블던 세력을 잠재울때가 실질적으로 일본판 빅뱅이 완결되는 시점이라는 것이 글로벌파 금융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도쿄 · 蔡明錫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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