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대 8이냐, 10 대 9냐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5.0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 하반기 원구성 싸고 뜨거운 신경전…상임위원장 자리 경쟁 치열

17대 국회 전반기의 마지막은 열린우리당이 장식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며 3·30 부동산 대책 법안 등 여섯 가지 민생 법안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경악할 만한 비리’라는 이명박 시장 관련 말실수 파문으로 위기에 처했던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가뿐하게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패장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의 정치 스케줄에는 빨간줄이 그어졌다. 애초 이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당의 민생법안 강행 처리를 막아내지 못하고 여당과 민주노동당·민주당의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구축을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여 있다. 

구석에 몰린 이대표는 17대 국회 후반기의 원 구성을 통해 반전을 벼르고 있다. 전반기의 경우 전체 19개 상임(특별)위원회 중에서 열린우리당이 11개, 한나라당이 8개 상임위에서 위원장을 차지했었다. 한나라당은 재보궐 선거를 지나며 양당 의석수가 바뀐 만큼, 상임위원장 자리를 하나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7대 국회 초반 1백52석이던 열린우리당 의석수는 1백42석으로 줄어든 반면, 한나라당은 1백21에서 1백24석으로 늘어나 있다.  

원 구성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 17대 전반기 원 구성 당시, 열린우리당은 신문법 등 언론개혁법에 주력하기 위해 문화관광위원장을 가져오고 대신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한나라당에 양보했다. 그러나 전반기 때 각종 개혁 입법안들이 줄줄이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어려움이 컸던 터라 법사위원장 탈환에 힘을 쏟고 있다. 

상임위원장 자리 놓고 물밑 경쟁 치열

양당 지도부가 상임위원장 수를 놓고 각축하는 가운데, 양당 중진들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다선 의원이 적은 열린우리당의 경우 재선 의원들 중에서도 상임위원장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된다. 반면 다선 의원이 많은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다선 원칙을 따른다는 방침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합이 치열한 곳은 건설교통위·산업자원위·통일외교통상위·문화관광위 등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들이다.

열린우리당 몫의 건설교통위원장에는 이호웅 홍재형 정장선 박병석 배기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고, 한나라당 몫의 산업자원위원장에는 이윤성·임인배·권오을 의원 등이 다투고 있다. 리더 사관학교로 불리는 통일외교통상위 원장에는 장영달·문희상·김원웅·임종석·유선호·김성곤 의원이 경합하고 있다. 최근 인기 상임위로 부상한 문화관광위원장에는 김태홍·원혜영·박병석·유인태·조배숙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보좌관들, 자리 걱정 ‘태산’

인기 좋은 상임위를 제외하고는 위원장 자리가 대체로 교통정리가 되어 있는 편이다. 법제사법위원장의 경우 안상수 의원이 유임을 희망하는 가운데, 정무위원장에 송영길·조배숙 의원이, 국방위원장에 김성곤·안영근 의원이, 행자위원장에 유인태·원혜영 의원이, 재경위원장에 이한구·정의화 의원이, 교육위원장에 권철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에 김형오·김영선 의원이, 농림해양수산위원장에 권오을 의원이, 환경노동위원장에 전재희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의원들의 상임위 지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큰 차이를 보였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일단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천명한 열린우리당의 경우 의원들의 눈치작전이 극심했다. 반면 소폭 변동이 예상되는 한나라당은 소신 지원이 많았다. 상임위 배정 업무를 다루는 한나라당 관계자는 “두 당을 합치면 건설교통위 지원자만 70명쯤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건설교통위가 최대 인기 상임위임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비인기 상임위를 회피하려는 모습에서는 여야가 없었다. 극심한 ‘엑소더스’가 나타난 비인기 상임위는 몸싸움이 잦은 법사위와 농림해양수산위, 환경노동위 등이었다. 그래도 비인기 상임위를 지키는 ‘소신파’ 의원들도 없지 않다. 환경노동위의 제종길·김영주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의원들의 상임위 변동은 연쇄적으로 보좌진에도 풍파를 일으킨다. 특히 정책보좌관들은 의원이 상임위를 바꾸면 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큰 변화가 예고되는 열린우리당 소속 보좌진은 그래서 특히 좌불안석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줄초상이 나게 생겼다. 자리 걱정에 보좌진들은 지방선거마저도 뒷전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