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대표
  • 편집국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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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펼치는 관록의 7선



 이기택 대표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이른바 ‘순리론’이다. 이는 지난해 야권통합 이후 김대중씨와 공동대표를 맡아 당을 이끈 경험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신의 일인 양 적극 나섰던 이대표가 당의 새 지도자가 되는 것이 순리이자 대세라는 논리이다. 이대표는 “선거 기간에 김후보는 1만3천㎞를 뛰었지만, 나는 1만5천㎞의 유세를 강행하면서 정치적 신의를 지켰다”고 강조한다.

 金正吉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현역 의원이나 기초ㆍ광역 의원이 모두 호남 지역에 몰려 있어서 지역 편중 현상이 너무 심한 것이다. 비호남 지역은 너무 지지세가 약하기 때문에 국민정당, 수권정당으로 자라나려면 허약 지역을 보강해 전국적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대표가 적임자임을 강조한다. “세 후보를 상대적으로 평가해봐도 이대표의 7선 의원 경륜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대표의 7선 경력은, 신민당 당수였던 兪鎭午 박사가 그를 4ㆍ19 세대의 대표로 발탁함으로써, 29세이던 7대 국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그는 최연소 의원이었는데, 가장 강력한 상대인 김상현 최고위원도 6대 국회에서 29세라는 똑같은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의 화려한 정치이력은 그후로도 계속돼 76년 최연소 야당 사무총장(39세), 78년 최연소 부총재(41세), 국회 5공특위위원장, 통일민주당(일명 꼬마 민주당) 총재, 통합야당 민주당 공동대표로 이어진다.

 그러나 경력에 비해 그는 정국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 이는 그가 언제나 주류보다는 비주류 쪽에 섰던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74년 珍山 사망 이후 신민당 당권을 잡은 金泳三씨가 76년 5월 이른바 ‘각목대회’에서 비주류인 李哲承씨에게 뒤집기를 당할 때 그는 비주류 쪽에 섰었고, 80년 중반 양김이 정치에 복귀할 때도 그는 ‘민주사상연구회’란 독자 계보를 이끌며 양김씨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지도력 부족” “정치자금 인색” 비판

 이대표가 김영삼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지도력과, 한차례도 변절하지 않은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이런 특이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87년 양김씨가 신민당을 깨고 통일민주당을 만들 때 불이익을 각오하고 무소속에 남았다. 신민당이 12대 총선에서 다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직선제 개헌을 위해 잘 싸운 정당인데 이를 버리고 새 당을 차리는 데 대해 나는 ‘양김씨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금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역사의 중요한 길목에서 옳은 길을 선택해왔다”고 강조한다. 그가 가장 목청을 높이는 대목은 “나는 양김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지도력은 ‘꼬마 민주당’ 시절 당 운영에 대한 소극적 자세와, 3당 통합에 한발을 걸쳤다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사실, 14대 총선에서 전국구에 진출함으로써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그가 정치자금에 인색하다 해서 ‘영일 염전’(영일은 그의 고향)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꼬마 민주당’ 총재 시절부터였다. 또한 김정길 최고위원이나 盧武鉉 전 의원이 대국적 견지에서 부산 지역구를 사수한 것과 달리, 그는 손쉬운 전국구를 선택해 “지도력에 아쉬움이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만약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다 해도 앞으로 2년은 그가 겪었던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시련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의 민주계만으로는 아직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동교동 가신그룹과의 연대도 서로의 이익에 따른 일시적 결합일 뿐 화학적 융화를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앞으로 2년간 정치 시험대에 올라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당권을 이어받고, 다음에는 당권을 넘겨준 뒤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다. 내 노력에 달려 있으나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반드시 당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고한다.

 이번 당권도전과 관련해 그는 “지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그것은 이번 경선에 진다면 그는 어쩌면 재기불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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