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돕기 모금 본부 李美卿 사무처장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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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죄만이 정신대 해결책”

 정신대 할머니들을 우리 손으로 도웁시다“ 일본 정부가 원호기금을 창설해 정신대 할머니들의 생활기금을 마련하는 것을 보고 ”수치심과 분노가 일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행동으로 실천하는 단체가 있다. 지난해 12월1일에 발족한 정신대할머니생활기금모으기 국민운동본부가 그곳이다. 연일 계속되는 모금 설득작업으로 목이 꽉 잠겨 있는 이미경 사무처장(한국여성단체연합회 공동대표)을 만나보았다. 그는 정신대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여성수난사가 아니라 ”어머니 자궁을 파괴하는 민족말살 정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한다.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일본인 중에는 한국 정부가 정신대 할머니들을 팽개치고 있구나, 일본한테 돈 뜯어서 그들의 생계를 해결해 주려나 보다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신대 할머니들을 돕는 일을 우리가 실천함으로써 이 문제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일본에게 분명히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일본이 제안한 종군위한부 원호기금 창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본이 조선인 여성 10만~20만명을 강제로 끌고 가 위안부로 삼은 것은 세계전쟁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죠. 일본은 범죄에 대한 인정, 명백한 사죄, 그에 따르는 법적인 배상의 순서로 정신대 문제를 해결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범죄에 대한 인정과 사죄를 하지 않은 채 위로금 또는 생활부조금으로 적당히 무마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그 돈을 받으면 일본의 범죄는 묻혀져 버립니다.

 

‘1천인 공동회의’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됩니까?

운영위원 1백명이 중심이 되어 1인당 각계 지도자 10명씩을 교섭하여 회원으로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회원 1천명이 10만원씩 모금하여 기금 1억원이 확보되면, 그것을 기반삼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하여 10억원을 목표로 모금할 계획입니다.

 

현재 어느 정도 목표가 진척되었습니까?

각계 97명이 주축이 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회원 3백여명이 참가하여 3천만원 정도를 모았습니다. 여성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며, 종교단체의 참여도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아 아쉽습니다.

 

세계전쟁사에서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있었습니까?

장기간에 걸쳐 국가가 명령해서 조직적으로 여성을 끌고 간 범죄는 없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군대에 성병이 없는 여성을 대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민족을 말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고 봅니다. 민족사에 관심있는 이들은 정신대 문제가 지닌 본질을 꿰뚫어봐야 합니다.

 

국내에 생존한 정신대 할머니는 얼마나 되며, 어떻게 살아 가고 있습니까?

정대협과 외무부 집계를 추산하면 1백30명쯤 됩니다. 이들은 심각한 생활고와 병에 시달리고 있어요. 많은 여성들이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되어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못했습니다. 미군 공습이 심했던 남양군도 팔라우에 끌려갔던 한 할머니는 온몸이 파편투성이입니다. 미성년자 때 끌려갔던 한 할머니는 ‘아랫도리’가 다 망가져서 지금도 화장실에 가는 것을 두려워해요. 모임이 있을 때는 똑바로 못 앉는 할머니가 많습니다.

 

이들은 신고후 또다른 갈들을 겪고 있지는 않습니까?

처음에는 후련했지만 성노예 생활이 또다시 떠올라 신경이 날카로와진다고 합니다. 이들은 증언을 하고 난 후 한번씩 몹시 앓는다고 해요.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파렴치한 행태에 새삼스런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요. 또 실제로는 한푼도 받은 것이 없는데도 이들이 돈을 많이 받았거나 아니면 곧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주변 시선 때문에 허탈해 하기도 합니다. 죽을 날을 얼마 남기지 않고 ‘용감한 증언’을 한 이들이 명예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정신대 문제를 제대로 다루었다고 보십니까?

국민에게 정신대 실상을 잘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옥이 재판받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서 죽지 왜 살아서 돌아왔느냐고 묻자, 죽을 만큼 그렇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라를 판 큰 죄를 지은 사람도 살아있지 않느냐라고 한 여옥의 대답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연을 맡았던 채시라와 박상원이 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대협이 1년 넘게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계속해 왔는데 특별란 의미가 있습니까?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하는 이 시위는 일본 정부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일본이 우리 요구를 아직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도 있지요. 우리는 참가 인원에 개의치 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본이 사죄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입니다.

 

정대협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여려움은?

초기에는 연구해서 진상을 알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운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과 함께 역사적인 자료를 남기기 위한 조사활동, 국제법이나 전쟁범죄에 관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는 진상규명을 위해 일본에 압력을 넣는 일, 국제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유엔 활동 등, 이 모든 일을 민간 차원에서 하다 보니 힘에 부칩니다. 오죽하면 정신대 일을 자원하게 되면 정신이 다 빠진다는 말이 나왔겠어요.

 

운영 비용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실행위원 15명이 2년 넘게 주머니 돈을 털어서 운영해 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느낌입니다. 이 사정을 안 외무부가 올 예산편성 때 대책활동과 조사비용으로 5천만원을 신청했는데 지난 12월 국회에서 삭감당했어요. 국회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온갖 관변 단체에는 몇억원씩 주면서 민족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온 민간 단체에 주는 예산을 자른 것은 일본한테 너무 창피한 일입니다. 2월의 유엔 인권위원회 참가 비용도 세계교회협의회에서 대주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종군위안부를 강제로 연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규명할 수 있습니까?

이번에 발간한 생존자 29명의 증언집이 귀중한 역사 자료입니다. 위안소로 끌려갈 때는 속아서 간 경우, 길에서 끌려간 경우, 총칼 앞에서 연행당한 경우로 분류할 수 있으나 위안소에서 위안부가 된 시점은 모두 강제적입니다. 처음 당할 때 반항하다가 두들겨 맞아서 팔이 비틀린 사람도 있어요. 자기네 공식문건 속에서 관련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발뺌하는 일본 정부에게 우리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공식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할 예정입니다.

 

일본은 김영삼 정부를 상대로 종군위안부에 대한 제2차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보상이 아닌 모종의 조처’에 관한 실무협의를 했다는데 모종의 조처란 무엇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본 정부가 가끔 흘렸던 대로 적십자사를 통한 위로금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기 전에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위로금을 받으면 절대로 안됩니다. 정신대 전체 규모, 지역 배치, 책임 소재, 위안소 실태, 전후에 취해진 조처에 대한 보고가 나와야 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입니다. 이같은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후 위로금이 아니라 범죄 행위에 따르는 배상을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이 원칙을 잘 지켜왔으니 끝까지 잘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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