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경제 이익’ 두 토끼 쫓는 한국 정부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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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안보리에서 심의중인 대 리비아 제재안의 내용은 △ 모든 외국항공기의 리비아 취항금지 △ 군수품의 금수 및 군사고문단의 파견금지 △ 리비아의 재외공관축소 등인데 이 가운데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다.

 외무부 許昇  제2차관보를 중심으로 11개부터 국장급으로 이루어진 정부대책반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리비아로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될 경우 빚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현재 주1회 간격으로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로 취항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운항이 중단되면 5천여 근로자의 원활한 업무교대가 차질을 밎게된다. 업부교대가 차질을 밎게 되면 현재 1백95억달러에 이르는 각종 수주공사의 연기가 불가피하고 이는 곧 계약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다. 정부는 만일에 대비해 육로 또는 선박을 통한 업무교대 같은 긴급조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동아건설 현대 대우 대림 등에 소속된 현지 근로자들은 현재 ‘세계 10대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대수로 공사를 비롯해서 리비아 정부가 발주한 각종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2단계 공사까지 끝난 대수로공사는 카다피 국가원수가 ‘녹색혁명’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으로 동아건설이 막강한 다른나라 경쟁사를 물리치고 계속 공사수주를 해왔다. 현재 리비아에 있는 우리 건설회사들은 한국인외에도 1만1천명의 동남아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주한 리비아 공관에는 압둘 하미드 파르하트 대사를 포함해 7명의 외교관이 근무하고 있다. 리비아 재외 공관축소조항을 담고 있는 유엔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외무부는 결의안대로 주한 리비아공관원의 일부감원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80년 12월에 문을 연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해 리비아 정부가 상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칠 예정이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외무부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강대국에 대한 한국외교는 대한항공 피격때 시험대에 올랐으며 독자성의 한계를 느낀 것이 사실이다. 이번 리비아 제재는 미국이 중심이 되긴 했으나 유엔안보리라는 국제기구가 토의를 거쳐 결의할 예정이므로 “회원국에 대한 구속력을 갖는다”고 국제법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혹 개별외교를 펼쳐 우리의 입장을 설득한다 하더라도 미국 등 서방진영은 리비아 제재의 명분으로 ‘테러국에 대한 처단’을 내세우는 판에 리비아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한국의 사정을 일일이 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이란 유엔의 대 리비아 제재결의안이 통과되면 다른 나라들의 제재참여 폭과 속도를 최대한 참작, 신중하게 결정하는 일뿐이라고 외무부 관계자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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