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한변호사협회 李世中 회장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5.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조계 자정은 시대적 사명??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한변협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뢰받는 법률가 단체??와 ??강력하고 민주적인 인권단체??로서 변협의 위상을 정립하겠다며 제37대 대한변협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이세중 변호사(58세)는 변협이 변화와 개혁의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시 8회 출신으로 70년대부터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온 이세중 회장은 지난 광역의원선거 때 ??참여와 자치??를 내건 시민연대회의 공동대표를 지냈고 대선 때도 ??공선협??공동대표를 맡은 현실 참여 변호사이다.

신임 법무부장관이 국회의원직 고수와 자녀의 편법입학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데 자리가 자리인 만큼 젊은 변호사들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늘 석간 신문에서 유임하는 걸로 됐다는 보도를 봤는데 내 개인 의견 같아서는 사퇴 권고안이나 서명이 나오기 전에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고 공직자다운 태도가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법적인 하자는 없다 하더라도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떳떳지 못한 것이고, 그런 험을 안고 법을 집행할 때 국민들이 과연 법 집행을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을 포기토록 하고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킨 법무부장관과 그린벨트 안에 무단 증개축을 한 전 서울시장이 두사람 다 공교롭게도 변호사 출신입니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오히려 편법·위법을 저질렀다는 점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이래 가지고 법 앞에서의 평등을 새 정부에 기대할 수 있을까요?

새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법조인들을 많이 입각시키는 것을 보고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 되겠다 싶어서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법조인이 그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것은 법조인의 처지에서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스럽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주요한 공직에 임명하려는 사람에게는 미국의회의 청문회 같은 검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연방법원이나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기 전에 미리 미국 변호사협회에 조회합니다. 그러면 변협은 그 사람의 과거 성장과정, 학창시절 성적과 교육관계 그리고 판·검사로서의 능력과 판결 내용, 사생활까지 상세하게 조사해 A~E 5등급으로 평점을 매겨 대통령한테 회신합니다. 이런 검증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의회 청문회에 나와서도 큰 험이 없이 넘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법관에 대한 존경심이 나오는 것이고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생기는 겁니다.

대의원 68명이 만장일치로 당선되셨는데 회장 출마 때 공약은 무엇이었습니까?

강력하고 민주적인 변협을 재건한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변협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인권 활동을 강화하고 오랜 군사 통치하에서 만들어진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변협이 활발한 의견 개진을 하고, 편의주의적인 행정운영을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시행되도록 비판과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법조에 대한 개혁입니다. 이 시대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만 법조도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재야 법조인들부터 스스로 정화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법률가 단체가 되어야 하겠고, 법원이나 검찰도 똑같이 구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번째는 회원의 권익 향상인데, 법률서비스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변호사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국민들한테 양질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예컨대 적어도 항소심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케 하고,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도 변호사 입회·참여제도를 요구할 작정입니다. 이는 가혹행위나 진술 강요로부터 피의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법률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으로는 조사과정에서의 변호사 입회가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까?

형사소송법에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게 되어 있는데, 변호사가 수사 초동 단계와 피의자 신문 단계에서부터 입회·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더라도 수사 관행은 변호사보고 나가 있으라고 하거든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서라도 피의자 신문·조사 과정의 변호사 입회·참여권을 새로 도입해야 합니다.

요즈음 정부가 인권문제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공세적 자세로 전환한 느낌이 듭니다. 그럴 만큼 인권상황이 개선되었다고 보십니까?

만족할 만큼 인권상황이 개선되었다고는 보지 않죠.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지 우리의 인권상황에 대해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은 변협에서 내는 인권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인권이라는 것은 사회발전과 더불어 늘 향상되도록 노력해야지 어느 단계에서 만족하고 있으면 뒤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나 사회 변천에 따라 인권상황이 개선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되는 겁니다.

시국 사범의 40% 가량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합니다. 지난 88년 문인구 회장 때만 해도 국가보안법 폐지 및 대체 입법 제정이 변협의 입장이었는데 그뒤 변질된 느낌이 듭니다.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에 대한 변협의 공식적인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아까도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악법 개폐를 주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 같은 것을 개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안기부법·집시법 등 정치 자유와 관련한 법률뿐만 아니라 도시계획법·토지수용법 같은 민생 관련법 중에도 개정이 필요한 대목이 더러 있습니다. 변협 안의 법조위원회·인권위원회 등 소관 분과위에서 연구 검토한 결과를 가지고 정부나 국회에 개폐를 요구할 것입니다.

지난 83년 변호사 보수 기준에 관한 규칙을 제정한 뒤로는 손질한 적이 없는데 이는 곧 보수 기준이 제대로 안지켜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닙니까?

변호사 보수 기준이 83년에 만들어져서 그 내용의 일부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성을 느끼고 있죠. 또 하나는 보수 규칙이 있는데도 실제의 관행은, 특히 재조에 있다가 나오는 분들이 보수 규칙에 정한 것을 무시하고 과다한 수임료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변호사 중에는 법원이나 검찰청 직원한테서 사건을 알선받아 그 사람들에게 수임료의 일정률을 떼 주는 거래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건 수임과 관련해 금품거래를 하는 변호사에 대해서는 그것이 변호사의 직업윤리 위반이고 품위손상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제재를 가할 작정입니다.

그동안 변협에서 자율적으로 비위 관련 변호사를 징계하도록 건의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 변호사법 개정으로 자체 징계권이 강화되긴 했습니다만 반발이 크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반발이 크더라도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치부를 두고서 어떻게 남보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라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또 어떻게 법조계 내부의 개혁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자정은 시대적인 사명입니다.

재조의 비리를 막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변협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봅니다. 현직 판·검사의 비위에 대해 변호사 등록 거부 같은 실효성 있는 조처가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변호사로 등록할 때 변협에 심사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등록신청이 들어오면 우선 법적으로 힘이 있는지를 보고 다음으로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와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그런 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하면 일정기간 등록을 유보하거나 등록을 보류함으로써 제재가 가능합니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연대회의에 참여하실 때도 주위로부터 출마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앞으로 깨끗한 정치를 위해서 정치나 공직에 나설 의향은 없으신지요?

연대회의 때만 아니고 지난 13~14대 때도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저는 절대 정치는 안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 몸을 담거나 정당에 입당하거나 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또 그것은 앞으로도 전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가) “인권상황은 시대의 변화나 사회 변천에 따라 개선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인간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됩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