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으로 무장한 건전지 몰려온다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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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선 판매금지한 제품 대량 수입


환경 선진국에서는 유통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중금속 전지??가 우리나라에서는 대량으로 유통되는데도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로 미국의 다국적기업과 일본의 전지회사 들이 중국과 동남아에서 만든 이 싸구려 전지들은, 막 시작 단계인 쓰레기 분리수거 및 수집체계를 어지럽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땅을 중금속으로 오염시키는데도 규제받지 않는다. 또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지에는 폐기물예치금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데 견주어 수입 전지들에는 예치금 요율을 느슨하게 적용하거나 전혀 부과하지 않아 폐기물관리 정책이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소리나는 카드??는 수은 오염원

《시사저널》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통해 입수한 외국의 전지 폐기 규제 동향에 따르면 <표2>에서 보듯 유럽공동체(EC)와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올해 1월부터 수은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일정한 기준치(수은 함량 0.025% 또는 25㎎/100g) 이상인 전지는 판매를 금한다. <표2>에서 보듯 수은을 함유한 전지에 대한 판매금지, 또는 회수 조처는 유럽공동체와 북유럽 국가들이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일부 주에서도 환경보호론자들이 에버레디·듀라셀 등 전지를 생산하는 다국적기업들에 유럽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라고 요구해 수은을 함유한 전지는 점점 설 땅이 없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지에 함유된 중금속을 규제하는 기준치가 없어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에서 생산한 전지가 아무런 제한 없이 들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다국적기업들이 임금이 싼 중국 홍콩 대만 ‘3중국??에서 제조한 ??버튼 셀??(단추형 전지)이다. 단추형 전지의 경우 가격 경쟁에서 뒤진 로케트전기?서통 등 국내 생산업체가 2년 전부터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현재 전량을 수입하는데, 제조기술이 뒤떨어진 이들 3중국산 전지에 다량의 수은이 함유돼 있다.

한국표준과학원 방부길 박사(전기화학연구실장)에 따르면 현재 수입 유통되는 알칼리·망간전지(단추형)의 수은 함유량은 100g당 2.5~3.5g(2.5~3.5%)으로 유럽공동체 규제기준보다 1백~1백40배나 더 많다. 수입 전지의 경우 수입검사품 목록에도 빠져 있어 현재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안되고 있지만 표준과학원은 수입 망간전지에도 비슷한 수준의 수은과 미량의 카드뮴, 납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각종 ‘소리나는 카드??는 한해 1백만장 이상 팔리는데도 전원으로 쓰인 단추형 알칼리?망간전지를 회수하고 처리하기 위한 경고문조차 없어 새로운 수은 오염원으로 등장했다. 환경처는 이에 대해 폐기물예치금을 징수하거나 별도의 회수?처리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현재 환경에 유해한 전지에 대해 생산과 수입을 규제하는 유일한 방안은 폐기물관리법(제33·34조) 상의 폐기물예치금제도이다. 환경처는 전지를 “가정용 유해물질로서 일반 폐기물과 혼합되지 않아야 할 물질??로 분류해 예치금 대상품목으로 정해 놓고 있다. 예치금 요율은 전지 종류에 따라 다른데, 수은 함유량이 높은 수은전지와 산화은전지는 각각 1개당 1백원과 50원씩을, 그밖에 리튬전지, 알칼리?망간전지, 망간전지, 니켈?카드뮴전지 등은 모두 ㎏당 1백20원씩 부과한다. 그런데 전량이 수입품인 단추형 알칼리?망간전지만은 수은 함유량이 유럽공동체 규제기준보다 무려 1백배 이상 많은데도 낮은 요율을 적용해 수거 및 수집률이 매우 낮다. 또 충전해서 쓰는 2차전지로 거의 전량이 수입품인 니켈?카드뮴전지에는 카드뮴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데도 낮은 요율로 예치금을 부과해 수거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양식??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폐건전지 수거를 전담하는 한국자원재생공사는 폐기물예치금을 운용해 수명이 다한 수은전지와 산화은전지를 각각 ㎏당 2만원과 4만원씩에, 그밖의 모든 전지는 ‘잡전지??로 분류해 ㎏당 1백원씩에 사들이나, 다른 재활용 폐기물에 견주어 수거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또 생산?수입 업체가 폐기물 회수?처리 비용으로 ??맡긴 돈??인 예치금을 되찾는 반환청구율도 낮아 예치금제도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셈이다. 이는 결국 예치금, 곧 폐기물 회수?처리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됨을 반증한다. 자원재생공사 기금운영부에 따르면, 수입업자 중 지난해 전지를 자체 수집해 예치금 반환을 청구한 업체는 대동전자와 코셀 두곳뿐이다. 한편 국내 전지업체들은 92년부터 환경처의 ??예치금 대상 제외 기준??인 1PPM보다 낮은 무수은전지(수은 함량 0.03PPM)를 개발?생산하고 있어 예치금(로케트전기의 경우 7억5천만원)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환경처와 한국자원재생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표1>에서 보듯, 국내에서 유통된 전지 양(91년말 기준)은 1만7천6백66t인데 견주어 수거된 전지 양(92년말 기준)은 2백58t 밖에 안돼 수거율이 1.5%에도 못미친다. 문제는 그나마 수거한 전지마저 처리하지 못하고 ‘단순 보관??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폐전지를 보관하는 곳은 환경관리공단 산하 온산?화성 사업소 두곳과 자원재생공사의 일부 사업소(서울 제3사업소)뿐이다. 화성사업소에서는 수은 함량이 높은 수은 및 산화은 전지를 보관하고 있다. 단추형 알칼리?망간전지를 포함한 온갖 ??잡전지??들은 이곳에서 받아주지 않아 ??잡전지??1백t이 제3사업소에 보관돼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폐전지를 고형화해 매립처리하거나 전지 속의 수은 등을 분리회수해 재활용하나, 우리나라는 아직 마땅한 처리기술을 갖추지 못했고 경제성도 떨어져 마치 사용후핵연료처럼 보관만 하는 형편이다.

물론 보관마저 되지 않은 나머지(98.5%) 전지의 행방은 알 길이 없다. 그나마 1.5%에 지나지 않는 ‘보관품??은 겨우 2년 전부터 모은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하늘로 솟았건 땅으로 꺼졌건??보관?처리하지 않은 전지는 모두 환경에 해롭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폐전지가 쓰레기 매립장에 묻히면 토양오염을, 매립장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지하수나 강물로 흘러들어가면 수질오염을, 그리고 폐전지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로에서 태워지면 대기오염을 일으키는데, 대기 중의 중금속은 반드시 땅으로 다시 떨어진다.

환경처에서는 전국 토양에 대해 영농·수질·폐기물·대기·생활오염 등 오염원 별로 토양측정망을 설치해 중금속류 6종(카드뮴 구리 비소 수은 납 아연) 및 토양산도(pH)에 대한 조사를 2년에 한번씩 해오고 있다. 환경처에서 최근 발표한 92년 토양 중금속 함유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5백20개 조사지역모두 농작물 생육피해 한계농도 이하로 나타나긴 했지만 자연 함유량보다는 평균 2.2배까지 높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전년(90년)과 비교해 납 구리 아연 비소 4종의 농도는 9~23% 감소했으나 카드뮴과 수은의 토양농도는 증가했다는 점이다. 수은 농도가 7% 높아진 것을 전지 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수은을 다량 함유한 수입 전지가 전혀 규제받지 않고 들어와 쓰고 버려진 뒤 적절한 수거 및 처리를 하지 않아 우리 땅의 수은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중금속으로 무장한 값싼 수은 전지를 쓰고 버린 대가로 값비싼 청소비를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표1> 그 많던 전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단위:t

 

품목

국내생산량

수입량

유출량

수거량

총계

11,665

6001

17,666

258.6

수은전지

-

12

12

0.15

산화은전지

-

15

15

1.46

알칼리․망간전지

800

458

1,258

257*

망간전지

10,763

4,000

14,763

리튬전지

-

116

116

니켈․카드뮴전지

102

800

902

기타 전지

-

600

600

<표2> 외국에서는 전지를 이렇게 규제한다

 

알칼리전지

망간전지

단추형 전지․기타

유럽공동체

󰡑93.1~

수은 0.025% 이상

판매금지

󰡑93.1~

수은 25㎎/전지, 카드뮴 0.025%

납 0.4% 이상 판매금지

스위스

󰡑90.1~

수은 0.025%+카드뮴

판매금지

󰡑89.7~

수은 0.025%+카드뮴

판매금지, 회수표시

노르웨이

󰡑91.2~

수은 0.025%+카드뮴

판매금지

󰡑91.2~

수은 0.001% 이상

판매금지

󰡑95.1~

수은 0.001% 이상

판매금지

스웨덴

󰡑90.1~

수은 0.025%+카드뮴

판매금지

󰡑89.7~

수은 0.025%+카드뮴

회수표시

미국

미네소타주

󰡑92.23.1~

수은 0.025% 이상

판매금지

󰡑96.1~

무수은화

 

󰡑91.9~

수은 25㎎ 이상

󰡑92.2~

수은전지

판매금지

미국

뉴욕주

󰡑92.1~

수은 0.025% 이상

판매금지

󰡑93.1~

수은 0.0001% 이상

판매금지

󰡑92.1~

수은 25㎎ 이상

판매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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