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조직의 쓴맛’
  •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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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담합 실패‘ 예상 깨고 ’단결‘과시

 ‘한물 간 조직’, 1년 전 시사주간지 <타임>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렇게 묘사했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는 생산량 감축 논의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이 잡지는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회원국들이 저마다 더 많이 원유를 생산해 수출하려고 하는데 담합이 유지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감축한다는 데 흔쾌히 동의했고, 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7개 산유국도 여기에 가세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가까이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세계적 인플레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70년대 ‘OPEC 전성 시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 기구가 출범한 것은 60년 9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였다. 이란·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가 창립 멤버였고, 62~71년에 추가로 6개국이 가입해, 회원국이 11개로 늘었다.

 특징적인 것은 기구의 표결 방식. 1년에 두 번 총회가 열리는데, 생산 할당량 조정처럼 핵심적인 사안은 만장일치제로 결정한다. 이 조직의 목적은 석유 가격을 적정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것.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느 한 국가라도 생산 할당량을 어기면, 담합이 유지될 수가 없다. 회원국간에 최고 12배까지 생산량이 차이 나는데도, 1국 1표제·만장일치제를 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석유수출국기구는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전체 원유 매장량의 77%, 전체 원유 무역량의 60%를 차지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실제 생산하는 양보다 매장량이 훨씬 많고, 생산량에 비해 수출 물량이 많다.

 95년 전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7천만 배럴이다. 이것이 2020년에는 1억 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계속해서 이같은 속도로 원유를 채굴하면, 회원국들은 앞으로 80년, 비회원국들은 20년이면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체 에너지를 개발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석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석유수출국기구의 위상은 계속해서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과거와 같은 ‘전성 시대’는 아닐지라도, ‘한물 간 조직’으로 폄하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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