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에 섞인 오염물질 잰다
  • 장원 (배달환경연합사무총장·대전대교수) ()
  • 승인 199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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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국적 밝히기 착수…중국 영향 50% 추정

대기 오염 물질의 ‘국적’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 기술연구원(KIST) 환경연구센터와 제주대가 3년 예정으로 3월 11일부터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수월봉에 있는 고산 측정소에서 대기 오염 물질의 장거리 이동을 측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측정 장소를 제주도의 고산 측정소로 정한 것은 그곳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정지역인 데다 근처의 기상청 레이더로부터 기상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대기 오염이 심해서 오염 물질이 토종인지 외래종인지 식별할 수가 없다.

 대기 오염 물질의 발원지를 따지는 일은 정부가 환경 정책을 세우는 데 매우 요긴한 근거 자료가 된다.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연구센터 심상규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히 국내 대기 오염에 중국이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중국은 에너지 소비의 약 75%를 석탄에 의존한다. 전세계 석탄 생산량 45억t 중에서 10억t 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석탄 소비량의 90% 이상을 땔감으로 이용한다. 산성비의 원인인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의 아황산가스 발생량은 1천6백만t(91년 기준). 우리나라의 15배가 넘는다. 중국 국가환경보호국조차 “중국은 석탄 증산에 따라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늘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그 위험이 인접국에 미칠지 모른다”라고 걱정했을 정도이다 (《시사저널》제175호 참조).

 일본은 자기 나라에 내리는 산성비의 50% 이상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그 영향을 30~50% 정도로 추정만 할 뿐 아직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수백년 동안 해마다 되풀이돼온 자연현상으로 취급되던 황사 현상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진 시기도 중국의 산업화가 급진전한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산업화로 인한 중금속 오염 물질이 황사에 섞여 우리나라로 날아올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있다.

 한국 · 중국 · 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 하늘의 대기 오염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지난 3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나고야 대학 · 태양지구환경연구소가 공동으로 태평양 상공의 오염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 일본 등 서태평양 지역의 대기 오염 농도가 동태평양에 비해 5 ~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팀은 이러한 결과의 상당부분이 중국 대륙에서 비롯한다고 추정했다.

한 · 중 · 일 ‘환경협정’에 유력한 근거 자료
 이번 대기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 측정에는 국내 기관뿐 아니라 일본의 자연환경연구소, 규슈 대학,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그만큼 오염 물질의 국적과 성분, 양 등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규명하는 일은 여러 나라의 관심거리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미 79년에 ‘장거리 대기오염 물질 이동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고, 미국과 캐나다도 91년 산성비 원인 물질을 줄이는 협정에 서명했다. 한국이 올해 시작한 조사 자료는 한 · 중 · 일 3국의 환경관련 협정에서 유력한 근거가 될 것이다.

 국내 연구팀은 먼저 대기 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와 종류, 분포를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화학적 성분이나 유독성을 규명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미국 · 일본이 오래 전부터 관련 연구 자료를 꾸준히 축적해온 데 반해 한국은 축적한 자료가 거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대기 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일 못지 않게 그것의 수직·수평 분포를 규명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이 작업 역시 올해 처음 추진되는데, 이 조사 결과는 이동 경로를 연구하는 장기 계획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측정에 참여하는 항공기는 대한항공이 개발한 4인승 경비행기 ‘창공 91’이다. 창공 91은 황사 현상이 있을 때 두번, 맑은 날 한번씩 충남 태안반도 상공을 중심으로 서해안 일대를 비행할 계획이다(53쪽 그림 참조).

 이번 연구는 지난해 10월 환경처가 발주한 ‘황사 및 장거리 이동 오염 물질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계획에 따른 것으로, 중국 지역의 영향을 주로 따져보게 된다. 시스템공학연구소 지구환경정보시스템연구실의 오성남 실장은 “우리나라는 항상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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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방법은 결국 기술 개발이고, 그 중에서도 엔진의 연소 효율을 높이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저연비 · 고출력 엔진이 개발되어 일본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비하면 지금 우리나라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환경정책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는 것은 얼마나 근시안적인 사고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한 환경정책은 첨단기술이나 청정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결국 그린라운드와 같은 환경 장벽에 대응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두번째 특징으로는, 국가의 환경정책이 침투하기 쉬운 산업 규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70년대 초 일본의 자동차산업은 세계의 기술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었고, 일본 경제에서도 큰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대미 수출도 생산량의 약 15%에 지나지 않아, 이 시대의 일본 경제는 철강·화학·비철금속등 기초자원형 공업이 전성기를 맞고 있을 때였다. 그러했기 때문에 엄한 배기가스 규제가 정부에 의해 정책화해도 일본 자동차 공업협회가 이것을 거부할 힘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오직 기술개발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이것은 그 당시 미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마스키법의 규제 실시 시기를 늦추는 데 성공하고, 일본 철강연맹이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환경기준을 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일본의 자동차산업 규모 및 생산력은 국가의 환경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약했지만 가까스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의 규모가 너무 커 정부의 환경정책이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정부가 보다 강력하고 엄한 환경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기업이 청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것이다.

엄격한 규제로 청정 기술 개발 유도해야
 그러면 우리 정부는 현재 어떤 대기 오염 저감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먼저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대책으로는 경유 차량의 매연 저감과 저공해 자동차 개발, 자동차 연료의 질 향상, 배기가스 총량규제 실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아황산가스 저감 대책으로는 청정연료 사용 의무화, 저유황유 공급 지역과 집단 에너지 공급 시설 확대, 그리고 역시 총량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산 먼지발생 대상 사업 및 발생 억제 설치기준 보강과 대도시 먼지 저감 기본계획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대량 배출 시설에 대한 탈황 시설 설치 유도, 대기오염 배출 시설의 효율적 관리, 배출시설 지도점검 때 민간단체 참여 확대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대기 오염 측정망 확충 및 관리체계 개선 등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부와 관계 당국의 확실한 의지와 정책 실천 가능성 그리고 투명성이 문제다. 정부의 의지가 없고 예산이 모자라고 전문 인력이 부족한데 무슨 수로 공기가 깨끗해지겠는가.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는 많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관리산업연구실 김종달 실장에 의하면, 근본적으로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에너지의 53.8%를 차지하는 산업 구조를 구축해야 하며, 업종별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송 부문 수요관리에서는 에너지 절약형 수송 수단 구축, 복합화물 터미널 설치, 에너지 절약형 토지이용 계획 수립과 실행 등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도시교통연구소 박용훈 소장의 연구에 의하면, 철도와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저공해 차량 개발 및 보급 확대, 소형차 중심 자동차 보급, 자전거 도로 건설과 자전거 보급 확대, 생태계를 고려한 도로 건설, 그리고 정보통신에 의한 교통 수요 흡수 등을 대기 오염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 환경단체인 배달환경연합의 경우 시민들에 의한 대기질 간이 측정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제껏 독점되었던 환경 정보를 공유하는 것과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한 환경 인식 제고, 그리고 전국적으로 절대 부족한 대기오염 자동측정망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오염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산업체·화력발전소·자동차·가정용 난방시설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인 물질을 점진적·원천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에너지 덜 쓰기와 자동차 10부제 운영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며, 기업은 청정기술 개발 및 도입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청정 연료 확대 보급, 대기 환경 기준 강화,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더 엄격한 규제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張 元 (배달환경연합사무총장·대전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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