慶昌憲 주파라과이대사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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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진출유망 종목 많다"


 

"파라과이는방값이무척아고노동력도풍부합니다. 합작형태이건직접투자이건중소기업체가들어오되,반드시설비와기술을가져오는것이중요합니다. "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남미의 '충청북도'격인 파라과이는 한국인에게 비교적 생소한 나라다. 한반도의 면적의 두배이지만 인구가 4백 30만명밖에 안되며 목축과 임업이 성하다. 이 나라는 지난 65년 정부가 해외이민 장려정책의 일환으로 농업이민협정을 제일 먼저 맺은 나라이다. 이 협정에 따라 당시 30세대가 농업 이주민으로 파라과이에 터를 잡았는데 오늘날 교민 수는 1만여명으로 늘어 튼튼한 교민사회를 이루고 있다. 최근 해외공관장 회의에 참석차 귀국한 慶昌憲 주파라과이 대사를 만나 교민들의 생활과 고충에 대해 들어보았다. 올해 53세인 경대사는 69년 주월남대사관 3등서기관을 시작으로 주영 참사, 뉴욕 부총영사, 주대만 공사를 거처 지난해 6월 파라과이에 부임했다.

 

파라과이의 교민 현황은 어떻습니까?

우리 교민은 1만명 정도인데 다른 나라교민에 비해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현재 파라과이에는 일본인 8천명, 대만인과 홍콩인 7천명, 독일인 2만5천명, 그 밖에 레바논 사람 수천명이 살고 있습니다. 독일과 일본 사람은 주로 농장을 경영합니다. 그간파라과이를 거쳐간 우리 이민은 10만명이 넘습니다. 대부분은 중도에 미국이나 이웃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떠났지요. 지난 60·70년대만 해도 파라과이는 농경 사회여서 도시의 상업이 낙후돼 우리 교민은 장사로 돈을 꽤 벌었지요. 그런데 돈을 벌면대부분 이웃 나라로 떠났습니다. 현재 브라질의 4만여 교민과 아르헨티나의 3만여 교민 중 상당수가 파라과이를 거쳐간 사람들입니다.

 

교민은 대개 어디에 모여 삽니까?

주로 수도인 아순시온에 삽니다. 대부분 작은 슈퍼마켓을 경영하거나 전자제품상 의류상 달걀가게를 하지요.

 

파라과이 교민은 남다른 데가 있다고 합니다. 교민 소개를 해 주시죠.

현재의 교민은 파라과이에서 뼈를 묻겠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때문에 다른 교민 사회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세가지나 해냈습니다. 첫째, 교민의 성금과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국민학교를 세웠습니다. 지난해 2월13일 3층짜리 교사가 준공돼 3월에 교육부로부터 정규 국민학교로 인가를 받았습니다. 유치원생은 물론 1학년에서 5학년까지 학생3 백명을 가르치며 한국에서처럼 전일제 교육입니다. 토요일에만 학교에 나오는 중학생을 포함하면 학생 수는 모두 5백50명입니다. 교사는 정부 파견 교사 2명과 이곳의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 5명 등 모두 7명입니다. 한국 교육부에서 파견한 장학관도 한명 있습니다. 모두 53만달러가 들었는데 한국정부가 반을 부담했고 나머지는 교민의 성금이었습니다. 둘째는 아순시온 교외에 한인 공동묘지를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교민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죠. 이미 2백여분을 이곳에 모셨다고 합니다. 셋째는 교민들이 5년 전부터 성금을 모아 약 1만5천평의 땅에 체육공원을 만들었죠. 앞으로 이곳에 축구장 수영장 탁구장을 조성할 예정으로 계속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어떠합니까?

현지 주민들 간에 외국인에 대한 배타 성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현지인들은 한국 교민에게 "우리 땅에 와서 살면서 돈을 벌면 재투자하지 않고 왜 미국으로 빼가느냐"는 항의를 많이 했습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교민 중에는 돈을 벌면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죠. 이제 갈 사람은 다 갔습니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으나 과거의 부정적인 인상이 말끔히 가시진 않았습니다.


교민 사회가 특별히 현지 주민을 위해 하는 일이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교민들은 얼마 전 현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장학기금으로 3만달러를 모았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도 지난해 2만달러를 지원해 현재 모금 총액은 5만달러 입니다. 한인 학교의 운영을 맡고 있는 교육문화재단에서 이 기금을 관리합니다. 재단에서는 기금에서 생기는 이자로 올해부터 중고등학생 5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교민들은 10만달러를 목표로 모금운동을 계속 벌이고 있습니다. 장학기금과는 별도로 한인 교회의 활동도 관심을 끕니다. 수도 아순시온에만 한인 교회가 아홉 군데 있습니다. 한 장로 교회에서는 약 9천평의 땅에 직업학교를 짓고 현지 정규 교사를 채용해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학생 수가 1백3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 학교의 준공식 때는 파라과이 대통령 내외분까지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죠.

 

교민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경제 문제입니다. 파라과이는 인근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로 진출할 수 있는 입지조건이 아주 좋습니다. 물건도 싸고 관세율이 낮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의 경제가 침체되면 파라과이 도 큰 영향을 받죠. 교민들은 지난 2년간 이웃 나라의 경기 침체에 덩달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교민들은 국내에 재산이 전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려 해도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 문제입니다. 현지에는 한국계 은행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기업은 진출해 있습니까?

 현재는 한 기업도 없습니다. 이는 두가지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 나라의 시장이 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이 나라의 정국이 불안정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파라과이는 2년전 아순시온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과 함께 남미공동시장을 창설하기 위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오는 95년 1월에 발효할 이 협정에 따라 앞으로는 역내 상품이 완전 무관세로 이동합니다.

 

투자 환경은 어떻습니까?

노동력이 풍부합니다. 지난해 평균 임금이 우리 돈으로 18만원입니다. 또한 전력이 풍부한 데다 공업용수도 걱정이 없습니다. 환율도 안정돼 있고 인플레도 남미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충분치 못하며 대출 이자가 최고 40%에 이를 정도로 금리가 높아 불리한 점도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지난해 12월 파라과이와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는데 올 상반기에 발효될 것입니다.

 

우리 기업이 진출한다면 어떤 기업과 종목이 유리할까요?

합작 형태이건 직접 투자이건 중소기업체가 들어오되, 반드시 설비와 기술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지에는 노동력도 풍부하고 자본도 충분합니다. 현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기술과 설비입니다. 파라과이 교민 중에는 국적을 옮긴 사람이 절반 정도는 됩니다. 파라과이 법에 합작 공장을 세우면 현지인을 고용하게 돼 있으므로 파라과이 국적을 가진 교민을 쓰면 됩니다. 유망 종목은 플라스틱·가죽제품·면방사업등 입니다. 한 예로 현지에서 면화는 1㎏에 20센트밖에 안되지만 그 생산물인 면사는 1㎏에 13달러입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진출해 면방사업을 시작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현지 땅값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너무 쌈니다. 아순시온에서 북쪽으로 3백km정도 가면 비옥한 땅이 있는데, 3천평에 우리 돈으로 8만~24만원을 주면 삽니다. 우리로 치면, 강남 신흥 개발지역에서 1천평 대지에 수영장이 있는 2층 양옥집을 1억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시내 중심은 두배 정도로 보면 될 것입니다.

 

우리 중소기업인을 만나 파라과이에 대한 투자 환경과 전망을 설명해 보셨습니까?

아직은 부정적입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 보았는데 중국 러시아 베트남등에 투자하느라 파라과이는 신경 쓸 틈이 없다고 하더군요. 현지에서 기업 이민은 대환영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도산한 중소기업이 1만여개에 이른다고 듣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파라과이 진출에 눈을 뜨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멀고 작은 나라의 대사로서 우리 국민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교민 사회가 잘되고 인식이 좋아지려면 무엇보다 파라과이에 대한 기업 이민이 시급합니다. 기업인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한 문화 외교도 시급합니다. 파라과이에는 지난87년 우리 민속공연단이 온 후 지금까지 우리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없었습니다. 바람직하기는 리틀엔젤스 같은 문화사절단이 와서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인상을 깊이 심어주면 좋겠지요. 또 우리 기술자들이 파라과이젊은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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