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잇는 브리지게임
  • 북경ㆍ김재일 차장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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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회장배 경기 공동 주최한 윤석헌 회장

 지난 5월2일 오후 1시40분. 북경 인민대회당에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국 민간 연구 기관인 ‘아태경제문화연구소’와 중국 브리지협회가 주최한 ‘아태 회장배 브리지 게임 초청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참석자는 원로를 비롯해 전ㆍ현직 부총리, 장ㆍ차관 등 1백여명. 그 중에서는 중국 8원로 중 한 사람인 만리(전 인민대회위원장) 왕한빈 진기위(인민대회 부위원장) 이란청(국무원 부총리) 정관근(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부장) 오문영(방직공업부 부장) 등이 포함됐다. 한국측에서는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소 회장, 유성환 민자당 의원, 장수홍 (주)청구 회장, 신영구 (주)거림항공여행사 회장, 권재우 (주)경북 콘크리트 사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인민대회당에는 본당 외에 23개 성, 5개 자치구, 3개 직할시를 상징하는 방이 31개 잇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본당과 가장 가까운 방인 호남청에 모여 브리지 게임을 벌였다. 호남청은 모택동이 태어난 호남성을 상징하는 방으로 커다란 자수 그림과 도자기 들로 꾸며져 있다. 1백여평의 방에는 테이블 25개가 놓여 있고, 참석자는 테이블에 4명씩 앉아 게임을 벌였다.

 2시께 ‘중국 브리지협회’ 명예회장이기도 한 만리가 입장하자 경호원들은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가운데 곧장 그를 호남청 맞은 편 방으로 안내했다. 거기서 그는 이란청 정관근 진기위와 함께 따로 브리지 게임을 했다.

 브리지 게임은 특히 중국의 엘리트와 고위층에서 즐기는 오락인데 국민으로부터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등소평이 브리지 협회의 영예 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지난 80년 중국 정부는 브리지 게임을 스포츠로 인정했다.

 

비공식 창구 중시하는 중국

 윤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 대회를 추진했다. 그는 한ㆍ중 수교 1주년을 앞두고 민간 차원에서 두 나라의 친선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이 대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중국은 개방을 안할 수 없으나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미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우리로서는 중국의 협조를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핑퐁’ 경기를 활용했듯이 외교에서 비공식 창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윤씨는 8년 전부터 중국을 드나들며 고위층 자제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의 친구인 영낙제는 영고당 중국 브리지협회 회장의 아들이다. 영고당은 중국공산당 중앙고문위원회 비서장 등을 역임한 고위 인사다. 또 윤씨는 지난 1월 북경 부시장 장백발의 부탁으로 필리핀 IOC위원을 만나 2000년 올림픽을 북경에 유치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는데〈더 스타〉등 필리핀 신문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중국측은 윤씨를 가까운 친구로 대해주고 있다고 한다.

 영고당은 “윤회장이 양국의 브리지사업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에 찬사를 표시한다. 중국 브리지협회는 브리지 경기를 통해 양국 문화ㆍ체육 분야의 왕래를 증진하고 두나라 국민 간의 우의를 두텁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성환의원은 “중국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친교가 중요하다. 이 대회를 계기로 더 많은 민간 교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윤회장과 함께 만리가 초청한 만찬에 참석한 유의원은 “만리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고 했고, 아름다운 나라 한국에 1~2년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석헌 회장은 중국에서 경제와 문화 분야의 사업을 준비중이다. 우선 7월 초에 ‘향후 10년 아시아의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는 키신저 전 미국무장관과 중국ㆍ태국 지도자들, 그리고 한국 기업인ㆍ정치인들을 참석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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