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證市 뒤흔든 日本의 ‘큰손’
  • 이석열 주미특파원 ()
  • 승인 198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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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요일’의 株價대폭락에 日정부 개입 의혹

미국증권시장 사상 유례없는 ‘암흑의 월요일’은 하루만에 주가지수가 508포인트나 떨어졌던 1987년 10월19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 악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만 2년만에 또 다시 증권가를 뒤흔들어놓은 ‘13일-금요일’의 충격에 심장마비라도 일으킬 지경이 아니었을까.

 지난달 13일 뉴욕증권시장에 폐장의 임박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서 불과 1∼2시간만에 賣物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와 큰 혼란이 일어나 다우 존스指數가 평균7% 급격히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심장발작 정도로 끝나 곧 회복할 수 있었던 상황에 일단 마음을 놓았을 것이다. ‘암흑의 월요일’에 이어 월街가 생긴 이래 두 번째로 큰 재난의 날로 기록된 ‘13일-금요일’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본래 증권시장이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름판과 같은 곳. 약삭빠른 투기꾼이 작은 밑천으로 목돈을 그러모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판이 과열되기도 하고 때로는 탐욕스런 거부들이 큰손으로 판을 쥐고 흔들어대어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13일-금요일’ 충격도 대강 이런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는데, 그렇다면 판을 흔들어놓은 큰손은 과연 누구인가?

 

證市過熱이 폭락의 前兆

 지난 1년 동안 뉴욕證市는 걷잡을 수 없는 과열상태로 달아올랐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기업합병과 기업매입이라는 대형거래와 관련된 이른바 ‘정크 본드’가 실세보다 항상 높게 거래돼 왔다는 것이다. ‘정크 본드’는 이자율이 높은 대신 위험부담률도 따라서 높은 공개법인체의 채권이다. 또 누적되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金利引上이 임박해졌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더욱이 달러마저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해 미국의 수출이 더욱 곤란해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부는 通貨政策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의회는 의회대로 그동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기업합병과 매입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이익에 새로 합병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먹을 거푸 얻어맞은 證市에 決定打를 가한 것은 유나이티드 항공회사인수에 필요한 자금의 제공을 은행들이 거부했다는 뉴스였다. 폐장 직전에 이 소식이 확임됨에 따라 큰 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체이스맨해턴 은행이 거간이 되고 다이이치강교(第一勸業)를 비롯 상와(三和) 등 몇몇 일본은행이 출자하기도 되었는데 갑자기 마지막 단계에서 오리발을 내밀어 성사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왜 마지막판에 일본은행들이 등을 돌렸는가. 어떤 의도에서 이들은 유나이티드에 出資를 하지 않은 것인가.

 당사자들은 아직 아무 말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은행들이 뒤로 물러선 이유를 첫째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대한 투자가 그리 탐탁스런 것이 아니었다는 데에서 찾고 있다. 둘째 미국정치인들이 미국내 일본투자의 러시를 못마땅하게 보는 경향이 갑자기 커졌다는 것이고 셋째로 일본은행들이 위험부담이 높은 기업합병같은 분야에 섣불리 나서기 꺼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株式會社 日本’ 세계지배 야망

 대강 이런 설명이지만 전문가들 가운데는 더 깊은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일본이 對外投資資本金으로 5천억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쌓아두고 있고, 이 돈의 절반 가량이 對美투자용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미 일본이 세계 전역에 투자한 돈이 선진국투자총액의 40%나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은행업계를 14%나 잠식하고 있는 마당에 유나이티드항공사 매입거래에 필요한 75억달러 정도를 놓고 망설였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정부 당국이 유나이티드 항공에 대한 투자를 갑자기 거절함으로서 생기는 충격이 어떤 波及效果를 가져올지 면밀하게 검토한 뒤 은행들이 후퇴하도록 지시 내지는 압력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일본 대장성의 우쓰미 마코토 차관은 “절대로 일본정부가 개입한 일은 없다”고 펄쩍 뛰었지만 국책은행인 니혼(日本)은행의 스미타 사타시 총재는 “다만 기업합병과 같은 危險負擔이 높은 분야데 대해 금융계가 좀더 신중해달라고 충고를 한 일이 있다”고 간여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그동안 축적된 엄청난 자본력을 동원하여 세계금융시장의 제패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런 과정에서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부와 기업체가 한몸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발걸음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에 워싱턴에서 열린 國際通貨基金(IMF)과 세계은행(IBRD) 총회에서도 일본은 두 국제기구에 대해 增資를 제의하면서 거기에 걸맞는 지위와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한 일이 있다.

 아무튼 미국이 일본돈을 필요로 하고 있는 이상, 일본의 큰손이 주식시장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국제기관에서도 판을 휘어잡고 흔들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사실이 바로 미국사람들, 아니 세계 모든 사람들이 기를 죽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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