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 막론하고 사고 치니…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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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리포트]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스스로 당·청 갈등 초래…김근태 비대위 ‘곤혹’

 
6월16일 오전 청와대 참모와 통화를 했다. 그는 “이병완 비서실장이 꼭지가 돌았다”라며 중앙일보를 맹렬히 비난했다. 이날 아침 중앙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6월21일 국회에서 하기로 했던 연설을 전격 취소한 이유가 당의 요청 때문이라는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6월14일 김근태 의장에게 대통령 난을 전달하기 위해 당을 찾은 이비서실장에게 김의장이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 각별히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이를 ‘말조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이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연설 취소’를 건의해 받아들여졌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측은 노대통령이 연설을 취소한 것은 연설하려던 이유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6월 국회는 여야가 원 구성만 하고 땡 치는 것으로 알려졌었기 때문에 국방개혁·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6월중에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 노대통령이 서둘러 국회 연설을 추진했다. 그런데 6월14일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6월중에 처리하기로 합의해서 대통령이 굳이 국회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그동안 얼마나 ‘소설’을 써왔는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번 기사가 당청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보수 언론의 이간질임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공세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당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세간의 의구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해명 자체가 열린우리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인상을 주는 탓이다. 여당의 한 고위 인사는 “이 정도로 심판을 받았으면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나와 소회를 밝히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자기 챙길 것만 따지고, 그것이 해결됐다고 안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이 여당과 국회를 얼마나 경시하는지 드러난다”라고 꼬집었다. 안 그래도 당청 갈등의 꼬투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보수 언론에 청와대가 스스로 먹잇감을 던져주고 있다는 불만이 담겨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바로 다음날에는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지방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민심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초선 의원 1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참여정부에 대해 독선적이고 오만하다는 평이 많다” “화두는 민생인데,  국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없었다” “대통령과 김병준씨, 그 밑의 참모들이 제발 함부로 말을 못하게 해달라는 당원들의 이야기도 있다”라는 식의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김근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뒤 지도부가 그토록 ‘개인의견 자제’ ‘네탓 공방 금지’를 외치며 입단속에 나섰지만, ‘터진 입’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위아래 막론하고 사고를 치는 통에 ‘조심, 또 조심’ 하며 어떻게든 내부 분열을 막아보려던 당 지도부만 곤혹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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