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주신 애를 낙태할 수는 없었다"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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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남녀 인터뷰/"우리는 속으로 운다"

검찰에 송치되기 전인 6월9일 오후 2시께 광진경찰서에서 김씨와 박씨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도중 아침부터 현장검증을 하느라 지쳐  있었던 박씨가 간질 증상이 나타날 것 같다고 호소하여 질문에 대한 대답은 주로 김씨가 했다. 김씨와 박씨의 눈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깊이 가라앉아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형편이 좋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말걸 그랬다. 그런 생각 안 해봤는가?
-어차피 가진 애를 죽일 수는 없잖은가. 하느님이 주신 것인데.

육아 준비는 전혀 안 했는가. 둘째 아이 부검 결과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육아 책도 구해서 다 읽었다. 첫 아이 때만 잘 몰라서 흰 우유를 먹이고 했지만 둘째는 분유를 잘 먹였다. 그날 저녁에도 먹였다.

어떻게 갓난아이를 때릴 수 있는가?
-울고, 보채고 엄마를 힘들게 하니까. 지치게 하니까. 그날따라 유난히 보채고 울더라. 목욕시키고 물을 안 먹여서 그랬나? 집사람이 욱하는 성격이어서 화를 못 참는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집사람 성격은 나도 도무지 모를 때가 많다. 

첫째 아이는 본인이 죽인 걸로 진술했다. 왜 그랬는가.
역시 보채는데 화를 못 참아서 그랬다. 죄를 지었으니 죄 값을 받겠다.

화가 나면 못 참는 편인가?
참을 수가 없다. 그 때문에 문제가 많이 생겼다.

 
아이 시체는 왜 파묻지 않고 집에 보관했나?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묻어도 들통 날 테니까.

형사들은 당신들이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고 이상해한다.
왜 슬프지 않겠는가. 첫째아이 죽었을 때는 생활을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속으로 우는 거다. 겉으로 울면 바보 같아 보이지 않는가.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속으로 울었다.

공익 근무지에서는 왜 이탈했나?  일이 힘들었나?
첫째 아이가 생겼을 때 살기 너무 힘들어서 이탈했다. 구의회 의장 의원님들 시설 경비하는 일을 했는데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가? 어려서 학대받으며 자랐는가?
집에서 트러블이 많았다. 어려서는 몸집이 작아서 깡패들한테 많이 얻어맞았다. 어쨌든 철이 없어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다.

아내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나?
사소한 일로 다투기는 해도 많이 싸우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뭐라고 하시던가?
아들이지만 네가 무섭다고 하더라. 그런 유골까지 집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고.

섭섭했나?
무서워하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아내가 먼저 나가게 해달라고 형사들에게 부탁했다. 나도 나가면 공익근무부터 마치고 새  출발을 해야겠다. 공익근무할 때 나에게 잘 해준 반장님이 계셨는데 그분 밑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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