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오싹한 공포 “이걸 봐, 말아”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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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강풀 3부작

 
 정말이지 한국 네티즌은 못 말린다. 공포 영화 <아파트>에 대해 촬영지 주민들이 제기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마자 신종 ‘댓글 놀이’를 개발해낸다. “<전설의 고향>을 가처분 신청합니다. 왜? 무서워서 고향에 갈 수가 없으니까.” “영화 <괴물>을 가처분 신청합니다. 왜? 무서워서 한강 둔치에 갈 수가 없으니까.”라는 식이다.

낄낄대며 댓글을 읽다 갑자기 강풀이 그리워졌다. 알려진 대로 영화 <아파트>는 인터넷 스타 작가인 강풀이 2년 전 발표한 동명 원작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작품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인터넷에 지금도 ‘떠’ 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다시 읽어도 무섭다.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

2년 전 읽다 책장을 덮어버리고 말았던, 아니 스크롤바를 죽 내려버리고 말았던 대목에 이르니 다시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으, 그 열쇠 구멍으로 보이던 빨간 눈. 이걸 봐, 말아. 고민하다 시계를 보니 자정 1분 전이다. 오싹하다. 그래도 밤 9시56분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이 시간이 왜 중요한지는 78쪽 ‘영화평’을 참조하시길).

 
내친김에 <타이밍>까지 다시 찾아 읽었다. <아파트>와 함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2부작이라 불리는 이 만화를 읽다 보면 강풀을 왜 ‘이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칭송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타이밍>을 더 ‘강추’한다. “지금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배용준 입에서 나올 때는 멋지기만 했던 이 대사가 이렇게 소름 끼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았다. 

단 심약한 분들은 두 작품 공히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 공포물로 대중을 ‘낚는’ 데 성공한 그는 요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야심작 <26년>(cartoon.media.daum.net)을 인터넷에 새로 연재하는 중이다. 대중 작가의 정점에 막 다가선 작가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의 뚝심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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