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GT 쉬는 DY, 최후 승자는?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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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우향우’로 통합의 정치 모색…정동영, 철저히 백의종군

 
“급한 대로 봉합 수술은 된 것 같다.” 취임 한 달째를 맞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GT)에 대한 측근의 평가다. 당을 추스르는 단기 목표에 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달 가량은 ‘허니문’ 기간이라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서로 물고 뜯었다가는 모두 공멸한다는 위기감에 반대파들이 몸을 사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승부는 이제부터다.

재야에서는 주류였지만, 정치권에 입문한 뒤 GT는 계속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동교동계에 밀려서, 노무현 정부에서는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이끄는 당권파에 가려 늘 뒤에서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측근들은 GT의 리더십을 확신한다. 조직에 올라탔을 때 오히려 강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노선 투쟁이 심한 재야 활동 기간에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 직을 맡아 이를 조율해냈던 것을 근거로 든다.

‘반정동영, 비노무현’. 지난 한 달간 보여준 GT 행보에 대한 당내 평가다. 당권파가 독점하는 것보다 계파 안배로 탕평책을 구사하는 것은 정동영 전 의장과 반대되고, 과정을 중시하는 '코드정치'가 아닌 목적 달성 위주의 '통합의 정치'를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대비된다. 탕으로 GT측은 당분간 ‘남의 말을 듣는 모습’을 보여 ‘통합의 정치’를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8월 고건 전 총리 '희망한국 국민연대' 발기인 대회에 촉각 곤두세워

GT 진영은 7·26 재·보선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5·31 지방선거의 패배로 당이 움츠려든 상황이기 때문에 재·보선 결과에 정치적 책임을 크게 지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방선거에서 남은 매를 마저 맞는 정도’라고나 할까. 오히려 8월 초로 예정된 고건 전 총리의 ‘희망한국 국민연대(희망연대)’ 발기인 대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T측은 일단 희망연대 발기인 대회부터 열린우리당 현역 의원의 이탈이 가시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범에 즈음해 당에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안 나도록 해야 한다며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다.

GT 진영에서는 최대 고비가 10월 재·보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때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지방자치 단체장 재·보궐 선거는 출범 100일을 맞는 ‘김근태호’의 중간 평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선거에서 최소한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당내 복귀 시점을 놓고 저울 중인 ‘천신정’호의 마지막 주자인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근태호의 중기 목표는 정계 개편에서 열린우리당이 주도권을 잃지 않을 정도의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목표의 달성 여부가 10월 재·보선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를 통해 일하는 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작정이다. 진보가 무능으로 통하는 등식을 깨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에게 재평가받겠다는 전략이다. 

민생경제 살리기 위해 'GT노믹스'도 우향우

중기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GT 노믹스’의 좌표 역시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재야 시절부터 줄기차게 주장하던 GT의 ‘민주 대연합론’은 이제 정통 민주화 운동 세력과 합리적 보수간의 연대로 그 폭을 넓혔다. GT 진영에서는 여러 정책에서 ‘우향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재벌에 대해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서 ‘사회 대타협’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우향우’로 방향을 정하는 데 GT가 가장 많이 참고한 역할 모델은 바로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다. 만델라 식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에게 의뢰한 이미지 조사에서 만델라는 GT와 가장 근접한 정치 지도자로 꼽혔다. 개량주의자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결국 만델라가 초석을 놓은 사회 통합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우호적 관계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는 위기의식과 노무현 정부가 재평가받아야 GT에게 기회가 온다고 판단하고 있다. GT 진영에서는 노대통령과 GT의 관계 설정이 태종과 세종의 관계처럼 되기를 바라고 있다. 외척 세력 제거 등 성군 세종의 기틀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태종이 악역을 맡았듯 노대통령이 적절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인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정계 개편에서 GT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연말이 되어도 GT의 지지율이 두 자릿 수에 이르지 못하면 정계 개편이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는 대선 후보로 나서 고립되는 것보다 정계 개편의 지휘자가 되어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개헌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탄핵을 순식간에 처리했듯 개헌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에서 내린 DY, 갑옷 벗고 철저하게 '백의종군'

빽빽하고 숨가뿐 GT의 정치 일정표에 비해 정동영 전 의장(DY)의 일정표에는 여백이 많다. 7월 중순 출국해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한 달간 머무르고 백두대간 종단에 나서는 것 말고는 아직 이렇다 할 일정이 없다. 7·26 재·보선 출마설이 잠깐 제기되기도 했지만 출국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세  수그러들었다.

말에서 내린 몽골 기병, DY는 갑옷을 벗고 철저하게 ‘백의종군’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언론 노출을 철저히 피하고 있으며 김상일 수행비서관을 정청래 의원실에 보좌관으로 보내는 등 측근들의 재배치도 마쳤다. 베를린 자유대학 유학도 측근을 배제하고 가족과 함께 다녀올 예정이다. 현실 정치로부터 당분간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DY 진영에서는 대권에 관해 일절 함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반성·정리·공부·준비’ 등이 DY를 설명할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왜 정치를 하는가’하는 근본 물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긴 호흡으로 정치 인생을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정계에 복귀할 때는 GT와 달리 ‘반노무현’ 혹은 ‘반고건’ 깃발을 들고 세를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뛰는 GT와 쉬는 DY, 과연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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