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 필승…주역은 박근혜”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7.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새로 구성된 당 지도부를 어떻게 평가하며, 내년 대선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 여론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대선이 1년 6개월이나 남았는데도 한나라당 안에 벌써부터 박근혜-이명박 사생결단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왜일까? 양 진영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본선’은 이미 한나라당 승리로 굳어진 만큼, 1년 앞으로 다가온 당내 예선(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찌감치 기선 제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여론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대통령’이라는 때이른 자신감이 한나라당 내부에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한나라당 내부 기류를 당 밖의 지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 중에 누구의 경쟁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시사저널>은 전국의 한나라당 지지자 7백2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7·11 전당대회 후 새롭게 구성된 한나라당 지도부의 평가,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와 지도부가 TK(대구·경북) 일색인 데 대한 감수성도 궁금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2007년 대선 승리에 대한 확신은 상상을 초월했다. 무려 98.7%의 응답자가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나이·지역·학력을 불문하고 만장일치에 가까울 정도로 한나라당 승리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 ‘잃어버린 10년’의 보상 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수치로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응답자들은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실정’을 가장 많이 꼽았다(64.6%). ‘한나라당의 정책 방향이 더 옳기 때문’이라거나,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인물 경쟁력이 더 높아서’라는 답변은 각각 16.2%, 15.7%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20대와 60대 이상 지지층에서 한나라당 정책이나 대권주자에 적극적인 호감을 나타낸 반면, 30~50대에서는 반 노무현, 반 열린우리당 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에 더 무게를 두었다. “이들에게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느냐?”라고 물었을 때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한나라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싫어서”라는 응답이 세 배 가까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몇몇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지지층의 응집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안티 노무현, 안티 열린우리당 정서’에 기대고 있는 만큼 정치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여권 등에서 차기 주자가 부상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이 급속도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2002년 대선 때도 ‘3홍(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동교동계의 전횡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하면서 한나라당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노무현이라는 새 상품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신중론자들은 한나라당이 적극적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좀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7·11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구성된 당 지도부에 ‘보수 편향’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그런  염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대표를 필두로 이재오·강창희·전여옥·정형근으로 구성된 선출직 지도부에 대해 응답자의 60.8%가 보수 편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4.9%에 불과했다. 수도권과 부산·경남, 호남권 등에서 보수 편향이라는 응답률이 높았고, 대구·경북과 충청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새 지도부의 편향성에 관해서는 당사자 격인 강재섭 대표조차 인정한 적이 있다.  

박근혜, 지지도·당선 가능성에서 이명박 앞서

이런 현 지도부의 평가는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의 정치 성향이 좀더 진보적·개혁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해야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0%가 ‘현재보다 진보/개혁을 지향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재보다 보수/안정을 지향해야 한다’가 23.6%,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가 9.8%였다. 30대 지지층에서 현재보다 진보/개혁을 지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가장 높은 데 반해, 50~60대 지지층에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보수/안정 성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40%가량 나왔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타 지역보다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좀더 개혁적이어야 한다’는 응답률이 62.8%나 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렇게 해석했다.

"한나라당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정권 탈환 기대감이 높다. 노태우 정권 이래 ‘잃어버린 15년’에 대한 상실감이 상당했는데, 한나라당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인 데다, 당권 경쟁에서 두 사람의 대리전 논란을 벌이며 1, 2위를 차지한 강재섭-이재오 최고위원 역시 둘 다 TK 출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든 ‘TK 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한나라당의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전략적 ‘좌향좌’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 TK 정서인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의 집권 욕망은 노골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쪽 현장 기사 참조). “대권 후보·당 대표가 TK 일색인 것이 차기 대선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도 이 지역 한나라당 지지자의 70.8%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한나라당 지지층의 응답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쪽과 안 될 것이라는 쪽으로 반반씩 나뉘며 ‘TK 대망론’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누구를 한나라당 대선 후보감으로 염두에 두고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지지도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3.2% 대 36.2%로 7%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 고건 전 총리가 10.1%를 얻어 3위를 차지했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3%에 그쳤다.

박근혜-이명박 두 유력 주자에 대한 지지도는 응답자의 연령대에 따라서는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역이나 직업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지역의 경우, 박 전 대표는 충청권과 영남권에서 이 전 시장을 상당한 격차로 앞섰고, 이 전 시장은 서울에서 우세했다. 직업별로는 농업·임업·어업 종사자와 가정주부 사이에서 박 전 대표 지지도가 높았고, 화이트칼라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는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보수·안정을 지향하는 쪽에서는 박 전 대표를, 진보·개혁을 지향하는 쪽에서는 이 전 시장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하지만 경선 통과 가능성으로 보면 두 주자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개인의 지지와 상관없이 누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박 전 대표 지목률이 48.1%로, 이 전 시장 (31.1%)보다 17% 포인트나 앞섰다.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 27.6%가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 본 반면, 박 전 대표 지지자 가운데 이 전시장의 경쟁력을 높이 본 사람은 11.6%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처럼 박 전 대표의 경쟁력이 우세하게 나타난 배경을 5·31 지방자치 선거와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후폭풍으로 해석한다. 지충호 피습 사건을 겪으면서도 박 전 대표가 5·31 지방선거를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이끌어내고,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이 벌어진 7·11 전당대회에서도 결과적으로 친 박근혜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고평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선 후보자 색깔 검증은 당연” 41.5%

이런 흐름 때문인지, 7·11 전당대회에서 대리전 논란을 벌인 책임이 누구에게 더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도 답변 회피 경향이 두드러졌다.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가 22.2%, 이명박 전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가 14.2%에 그친 데 반해, 모름/ 무응답이 50% 가까이나 된 것이다.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근혜 개입론’을 제기하며 한때 당무 보이콧에 들어가고, 언론에서도 박 전 대표가 대의원들에게 그 전날 전화를 건 정황이나, 전당대회 당일 이재오 후보의 연설 도중에 자리를 이동한 사례들을 들어 ‘박근혜 책임론’에 무게를 싣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특히 대구·경북 응답자들은 박근혜 책임 15.9%, 이명박 책임 13.3%라고 엇비슷하게 답해, 박 전 대표를 향한 강한 보호 심리를 드러냈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색깔론’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41.5%는 ‘공인으로서 당연히 검증받아야 할 사안이었다’고 응답해,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부적절했다’는 응답(37%)보다 많았다. 이재오 최고위원 처지에서 보면 새삼 충격을 받을 만한 수치고, 앞서 ‘한나라당이 좀더 진보/개혁적으로 가야 한다’는 응답이  ‘보수/안정 지향’ 응답 보다 두 배 이상 많았던 것과도 배치되는 결과다.

이번 조사 결과로 보면 한나라당 지지층은 2007년 대선 승리를 철석 같이 믿고 있고, 그 선봉장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이 전 시장측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세론이 우세했는데 몇 가지 변수로 상황이 바뀌었을 뿐이다. 한나라당 당원이나 일반 지지층이나 ‘될 사람 밀자’는 대세론에 민감한 만큼, 조만간 박근혜 대세론을 이명박 대세론으로 다시 뒤집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대로 끝까지 가자’는 박 전 대표측과 ‘조만간 반전의 기회가 오리라’는 이 전 시장측의 샅바 싸움이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