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릴러가 따로 없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7.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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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화제] 전봉관 교수, <경성기담> 통해 기기묘묘한 ‘근대 조선의 사생활’ 소개

 
에필로그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썼다.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듯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넘겨도 좋고, 행간을 읽으며 암울한 식민지 시대의 분위기를 느껴도 좋다.” 간혹 이런 문구가 써있는 책들 가운데는 말대로 기대를 갖고 책을 읽다 보면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도대체 언제 재미있어지나’ 싶은 ‘예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책은 달랐다. 흥미진진하다. 전봉관 교수(카이스트·인문사회과학부)가 쓴 <경성기담>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전교수는 <1930년대 한국 도시적 서정시 연구>라는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 논문을 위해 당시 도시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 신문과 잡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신문과 잡지를 보다보니, 역사책에서는 접하기 힘든 기기묘묘한 사건들이 많았다. 1933년, 경성 시내 한복판에서 대낮에 몸통 없는 아이 머리가 발견되고 총독부와 일본 경찰이 ‘과학적 수사’를 앞세우다가 결국 도시 하층민을 ‘족치는’ 수사를 한 엽기적 사건이라든가. 또 이런 것은 어떤가. 민족대표 33인에 들어가 3·1운동에 참여하고 교육자로 이름난 박희도 중앙보육학교장은 1934년 자신의 친구 아내이자 제자였던 여성과 ‘키스 내기 화투’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성 스캔들 사건에 휘말렸다. 여기에 1931년 조선 최초로 스웨덴에서 경제학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으나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직을 못해 ‘콩나물 장사’를 하다가 비운하게 죽은 ‘최영숙 스토리까지.’

분과 학문 체계에서 문학에서도, 철학에서도, 사학에서도 다루지 않는 이 이야기들에 그는 주목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벌어진 기이한 살인사건 4건과 대형 스캔들 6건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공적 영역에만 집중해 알지 못했던 ‘근대 조선의 사생활의 역사’를 발견한 것이다.
지은이의 간학문적 시도는 계속된다. 다음 출간될 책의 주제는 공적 영역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가정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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