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흥겨운 판타지 퍼포먼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8.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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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위트앤비트

 
기자는 ‘팔짱족’이 되기 쉽다. 영화 시사회나 공연 프레스콜에 참석하면 일단 ‘팔짱 끼고’ 보게 된다. 잘난 체가 아니라 기사 거리를 찾기 위해 긴장해서이기도 하고, 작품과 거리감을 두고 지켜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판타지 퍼포먼스’ <위트앤비트>를 보면서는 팔짱이 금세 풀어졌다. 흥겹고 에너지가 넘치는 마을에 들어섰을 때처럼.

줄거리는 이렇다. 앞을 볼 수 없는 한 어린이가 있다. 라디오로 세상을 접하는 이 아이를 위해 여섯 명이 음악을 생산한다. 이때, 몸과 무대 설비는 악기가 된다. 손뼉과 발구름으로 리듬을 디자인한다. 어두운 무대, 형광 물질을 칠한 장갑을 이용해 이모티콘을 만든다. -_-;. 이렇게 생긴 이모티콘을 여섯 명이 손으로 만든다. 재밌다. ‘팔짱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과 가족 관객은 이미 ‘무장해제’된 지 오래였다. 페트병을 이용해 가요 ‘어머나’와 ‘남행열차’를 연주하는 대목에서 탄성이 일었다. 공기 주입량을 달리해, 페트병에서 나는 소리와 음 높이를 일일이 튜닝했다고 한다. 또 공기를 주입하는 압축기로 ‘에델바이스’와 베토벤 심포니 9번 <합창> 부분을 연주하는 것은 신기할 정도였다. 모든 물건에는 소리가 담겨 있었다.

 
<위트앤비트>는 생태주의 뮤직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의 작품이다. 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문화센터 ‘하자’에서 태어난 공연단으로, 작곡가·배우·설치예술가·사운드 디자이너 등 아홉 살에서 마흔 살까지 30여 명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난타>를 연출한 최철기씨와 <점프>를 연출한 백원길씨가 객원 멤버로 프로듀싱과 연출에 참여했다.

“아침에는 장인으로,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배우로 살자”라는 신조로 노리단은 이번 무대 설치물과 기괴한 악기를 중고품 및 재활용품으로 직접 만들었다. 하자에서 비롯된 공연단. 배우들 가운데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섞여 있다. 하지만 연출자 백원길씨의 말처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흥겨움과 에너지 앞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은 불필요한 표식에 불과하다.

<위트앤비트>는 내년에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 참가한다. 이번 공연은 8월8일에서 9월24일까지 문화일보 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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