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박근혜에게 선전포고?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8.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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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리포트] 당내 루머 적극 해명·박 전 대표 텃밭 방문 등 ‘각 세우기’ 행보

 
정두언 의원이 지난 8월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일곱 가지 거짓말’이라는 글이 정가의 화제가 되었다. 왜 생뚱맞게 지금 그런 글을 올리느냐는 것이다. 자칫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을 광고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데 굳이 글을 올린 이유가 무엇인지에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해명 글이 재미 사업가 김경준씨 관련 사건 등 오히려 다른 의혹을 환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도 글을 올린 것은 이명박 전 시장측이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 외부보다 당 내부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을 둘러싼 루머는 인터넷 공간보다 당 내부에서 더 많이 유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을 대리해서 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박 전 대표 진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대선 경선 이전에 승부 낼 듯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견제한 것은 정책탐사 과정에서도 이루어졌다. 이 전 시장은 지난 8월17일, 3박4일 일정으로 ‘물류 비전 정책 탐사’를 떠났다. 내륙 운하 연결 사업을 위한 사전 답사 성격이었던 이 정책 탐사에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의 텃밭인 대구시 달성군을 방문해 박 전 대표측을 자극하기도 했다. 8월 말 혹은 9월 초로 예정된 경기도당 위원장 경선을 놓고도 이 전 시장측과 박 전 대표측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두 진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도 분쟁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에서 제기한 ‘오픈 프라이머리(국민 경선제)’ 때문이다. 정치 신상품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한나라당에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이 전 시장 캠프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심을 거스르는 당심’을 막기 위해서 오히려 한나라당에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측도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조만간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을 놓고 당내 분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의 정치 행보를 서두르고, 박 전 대표 진영을 자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발(發)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갈등으로 열린우리당발 정계 개편 일정이 당겨지면서 한나라당의 일정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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