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광고계 여왕' 복귀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8.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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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리비전 CF에 가장 적합한 스타' 1위 탈환, 브랜드38연구소 "상반기 지존 이효리 제쳐"

 
‘여왕의 귀환.’ 소비자들이 최고의 광고 모델로 꼽는 스타는 배우 전지현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 기관인 브랜드38연구소(소장 박문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2회에 걸친 반기별 소비자 조사에서 스타를 활용한 광고 효과를 측정해왔다. 기업들이 광고 모델을 선택할 때 과학적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조사는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먼저 1차는 일반 소비자에게 ‘텔레비전 광고에 가장 적합한 스타’ 및 ‘이들 광고 모델에게 어울리는 업종군’을 묻는 조사이다. 이렇게 스타 선호도를 묻는 것은, 스타에 대한 호감이 브랜드 호감 및 구매 행위로 이어지는 스타 마케팅 원리에 따른 것이다. 2차 조사는 이들 스타가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가 어떤 것인지 묻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연구소는 조사 결과를 취합해 스타의 광고 효과를 계량화한 이른바 스타마케팅브랜드지수(SMBI)를 매년 두 차례씩 발표해왔다. 올 하반기 스타마케팅브랜드지수를 측정하기 위한 1차 조사는 지난 7월18~27일 열흘간 1 대 1 면접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1천4백75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단수 응답에서 복수 응답으로 조사 방식을 바꾼 이번 설문에서 텔레비전 광고에 가장 적합한 스타로 꼽힌 이는 단연 전지현이었다. 전지현을 지목한 응답자는 전체의 16.27%로, 2위인 장동건(9.63%)과 3위인 박지성(9.49%)을 크게 앞질렀다.

성별·연령별로도 전지현은 고른 지지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성(14.16%)보다는 여성(17.58%) 소비자가 그녀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0대 14.90%, 20대 초반(20~24세) 16.08%, 20대 후반(25~29세) 20.00%, 30대 이상 22.00%로 소비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전지현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이로써 전지현은 ‘CF계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빛바래지 않았음을 다시금 증명해냈다. 지난 상반기 조사 때만 해도 그녀의 권좌는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브랜드38연구소가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서 전지현은 가수 이효리에게 근소한 차이로 ‘텔레비전 광고에 가장 적합한 스타’ 1위 자리를 내주었다. 2004년 하반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위치는 6개월 만에 다시 역전됐다. 이효리는 이번 조사에서 선호도 8위(5.29%)로 추락했다.

전지현, 남성보다 여성이 더 선호

이는 이효리의 활동이 최근 부진했던 데서 1차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상반기 조사 때만 해도 그녀는 ‘겟차’를 머릿곡으로 한 2집 앨범을 새로 들고 나와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중이었다. 브랜드38연구소 박문기 소장은 이효리가 스타일을 변신한 것 또한 선호도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소장에 따르면, 이효리가 대중에게 주목되는 핵심 요인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리더’로서의 이미지 때문이다. 조사 응답자들은 이효리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로 ‘섹시한(11.28%)’ ‘S라인(10.26%)’ ‘글래머(10.26%)’ ‘매력적인(9.74%)’을 꼽았다.

그런데 최근 오락 프로그램 사회 등을 맡으면서 이효리가 새롭게 보여주려는 이미지는 ‘조신한’ ‘이지적인’ 쪽이 강하다고 박소장은 분석했다. 이것이 그녀의 본래 강점인 ‘섹시한’ 이미지와 조화되지 못하면서 대중이 흥미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광고 효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곧 이효리의 섹시한 모습을 강조한 광고는 성공률이 높은 반면 이성적인 측면을 부각한 광고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지현은 자신의 섹시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일관되게 밀어붙임으로써 ‘스테디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2003년 스타마케팅브랜드지수 조사가 시작된 이래 전지현은 총 여덟 차례 조사에서 단 한 번도 1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난 일이 없다. 전지현을 제외하고 여덟 차례 공히 10위권을 유지한 스타는 이영애가 유일했다. 이 밖에 스테디 스타로 꼽을 수 있는 이는 장동건·송혜교·이나영(이상 6회), 비·이효리(이상 5회) 등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조사 응답자들이 전지현에게 가장 어울리는 광고 업종으로 패션(31.67%)에 이어 정보통신(18.33%), 생활 용품(17.50%)을 꼽았다는 사실이다. 기존에도 전지현은 탐스러운 생머리와 날씬한 몸매 덕분에 패션·생활 용품 광고 모델로 인기가 높았다. 지난 상반기 2차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전지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로 꼽은 것은 라네즈(화장품), 엘라스틴(샴푸), 지오다노(의류), 17차(음료) 순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정보통신 부문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이는 그녀가 지난 5월부터 휴대전화 애니콜 광고 모델로 새롭게 기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모델이던 이효리와 더불어 전지현을 ‘투 톱’으로 새로 기용하면서 제일기획 측은 약간의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고 한다. 전지현이 패션 쪽 광고 모델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효리를 제외하고는 섹시함과 카리스마로 전지현을 능가할 만한 20대 여성 스타가 없다는 최종 판단 아래 제일기획은 전지현을 새 모델로 선택했다. 박용진 국장은 “특별히 새로운 이미지를 발굴하기보다 섹시하고 발랄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전지현만의 강점을 더 극대화해 전달하는 쪽으로 광고 방향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 전지현이 등장한 휴대전화 광고는 발표될 때마다 광고 전문 포털인 TVCF(www.tvcf.co.kr) 사이트에서 ‘인기 베스트 CF’에 오르는 등 폭발적 화제를 모았다.

박지성 등 스포츠 스타 이례적 약진

박문기 소장은, 자신이 지닌 매력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 부각하면서도 새 업종으로 광고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을 전지현의 1위 재탈환 요인으로 꼽았다. 자칫하면 식상할 수도 있는 자신의 섹시한 이미지를 휴대전화가 지닌 ‘첨단’ ‘세련됨’의 이미지에 성공적으로 접목하면서 그녀가 스테디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것이다.

 
물론 전지현에게 몇 년째 소비자들의 선호가 집중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매력이 강렬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광고계가 ‘빅 모델 기근’에 시달린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스타는 흔해도 스테디 스타는 드물다. 지난 3년간 조사 결과는 대중의 취향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한 예로 출연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선호 광고 모델 10위권 내에 진입했던 김정은·박신양·다니엘 헤니 등은 반짝 인기를 끈 뒤 다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올 상반기 조사에서 4위에 올랐던 이준기 또한 <왕의 남자>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하반기 12위로 선호 순위가 처졌다.

이런 대중의 변심 경향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에 나타난 스포츠 스타의 약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미지수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광고 모델 선호도 100위권 안에 스포츠 스타가 무려 아홉 명이나 포함됐다. 축구 스타 박지성·이영표·안정환·김남일·박주영·조재진·이천수와 야구 스타 이승엽·박찬호가 그들이다. 이는 여덟 차례 조사 중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으로, 월드컵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 있는 것은 이들의 순위 변동이다. 일단 축구 스타 박지성은 지난 상반기(6위)에 이어 3위로 순위가 뛰어올랐다. 이영표(61위→26위), 안정환(39위→37위), 김남일(45위→38위)도 순위가 올랐다. 반면 박주영은 상반기 27위에서 하반기 51위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이는 월드컵에서의 전적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박문기 소장은 분석했다(아드보카트 감독은 10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프리미어 리거다운 경기 운영 능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 박지성·이영표에 대해 소비자들이 강한 호감을 표시한 반면 제 몫을 하지 못한 박주영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지성이 등장한 엑스캔버스 TV, 하이트맥주 광고 등은 월드컵 이후로도 지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박지성을 모델로 쓴 뒤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스포츠 스타와 더불어 이번 조사에서 약진한 또 하나의 집단이 이른바 비호감 스타군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상반기 53위였던 모델 출신 현영의 선호도 순위가 이번 조사에서 1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호통 개그’의 원조를 자처하는 개그맨 박명수의 순위도 45위에서 21위로 올랐다. 이 밖에 개그맨 신정환(66위), 노홍철(79위)이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외모나 캐릭터가 대중에게 쉽게 호감을 주는 계열에서 벗어난다고 하여 이른바 비호감 스타로 분류돼왔다. 그랬던 이들이 올 상반기 새로운 사회 트렌드로 떠오른 ‘비호감의 재발견’ 바람에 힘입어 선호도가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현영을 내세운 BC카드 광고로 호평을 받은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스 관계자는 “본래 신용 카드 광고는 차분한 분위기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젊은층을 새 타깃으로 삼으려는 BC카드 마케팅 전략과 발랄하면서 통통 튀는 현영의 캐릭터가 마침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특히 처음에는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는 이유 등으로 안티 팬도 많았으나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하며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전달되면서 현영의 인기가 상승한 것 또한 광고 효과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비호감 스타군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스 관계자는 “이들은 이른바 종합 엔터테이너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좋게 말하면 만능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본업이 없다는 뜻이니까”라고 말했다. 어느 순간 달아나 버리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이들 공히 하루바삐 본업을 찾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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