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농, 전화 수난 딛고 ‘2회전’ 출사표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8.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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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질 말라” 항의 전화로 집.사무실 몸살...8월 말부터 ‘대선 후보 경선’ 등 공세 가속 예정
 
요즘 국민회의 김상현 지도위의장 방의 전화가 수난이다. 호남 사람들의 항의 전화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물론 왜 김대중 총재를 거스르고 ‘역적질’을 하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역구(서대문 갑) 사무실은 사정이 더하다. ‘자꾸 그러면 다음 번에는 안 찍겠다’는 협박이 빗발치고 있다.

지금 후농(김의장의 아호)이 처한 상황은 87년 대선 전후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후농은 평민당을 창당한 DJ를 따라가는 대신 YS의 통일민주당에 합류했다. 그 ‘죄’로 그의 지구당 사무실에있던 10대의 전화는 하루 천여 통의 비난 전화로 몸살을 앓았고, 결국 그는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 악목응 떠올렸는지, 후농은 지난 8월8일과 9일 이틀간 전북 임실에서 지구당 단합대회를 가졌다. 총선 뒤풀이라는 명목이었지만 그보다는 집안 단속 성격이 더 강했다. 자칫 동요할 수도 있는 지구당 관계자들을 암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동교동의 후농 고사 작전이 자꾸 수위를 높여가는 터였다. 후농은 이 행사에서 ‘나를 따르라’는 주문을 강력히 한 것으로 알려진다. 치국평천하에 앞선 수신제가였다고나 할까.

DJ 영남권 행차 놓고 “평소 잘해야지”
DJ가 괌에서 대선 구상을 가다듬는 동안 후농 역시 제2라운드를 준비하며 호흡을 골랐다. 지난 4․11 총선 이후 그는 당내 민주화, 대선 후보 자유경선. 대권 제3 후보론 등을 잇달아 터뜨리며 숨가쁘게 달려온 터였다. 정가에서는 후농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자 조바심이 나는 눈치다. 흥미진진한 뉴스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30일 김봉호 의원의 ‘강제 출당’ 발언 이후 충격을 받은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하지만 후농측 입장은 ‘천만의 말씀’이다 . 당헌 당규에 어긋나는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웬 출당이냐는 반응이다. 후농의 한 측근은,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똑같은 애기를 반복하면 말장으로 바칠 수 있어 말을 아끼는 중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하한 정국이라 말보따리를 풀어놓은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것도 후농이 조용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 침묵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8월22일 서울 로터리클럽 초청 강연과 23일 제주대 강연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가 끝나면 8월25일에는 일본으로 떠나 일본 지역 후원회를 둘러본 후 9월5일에는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초청 강연회에서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강연의 주제는 ‘97년 한국 대선과 새로운 리더십’. 주제가 민감한 데다 마침 9월5일이 국민회의 창당 기념이라 국민회의측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종 강연을 통해 대외적인 명분 쌓기에 한창인 그는 한편으로 당내 겨선에 대비하여 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두 달 전 여의도 당사 근처에 새로 후원회 사무실을 마련했다. 50여 평 규모에 상주 직원만 10명이 넘는 이 사무실에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후농은 거의 매일 이 사무실에 들러 사람들을 만나고 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김원길․박정훈․김종배 등 현역 3인방을 비롯한 후농의 측근들도 경선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당내 신세대 그룹의 대표 주자인 박우섭 위원장(인천 남 갑)이 홍보 특보로 가세했다. 후농측은 권노갑 지도위 부의장을 경북도지부장에 임명하는 등 당이 부쩍 비호남권 관리를 강화하는 데 대해서도 ‘평소 잘해야지’라며 느긋한 반응이다.

후농은 평소 ‘정치는 명분이 첫째, 그 다음이 세.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해 왔다. 대선 후보 경선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공개적인 세불리기에 들어간 그에게, 이제 남은 것은 공식 출마 선언과 표몰이 돌입 MD 주요 시점을 정하는 일이다. 그는 전국을 돌며 표몰이에 나서는 시점을 내년 초로, 공식 출마 선얼을 내년 봄쯤으로 잡아 놓고 있다. 올 하반기는 대권 도전에 필요한 정책과 비전 마련에 치중할 계획이다.

후농이 행보를 빨리 하면 할수록 정치권에서는 궁금증이 커가고 있다. 후농의 노림수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DJ 이후의 당권인지 차기 대권인지 그 뱃속을 모르겠다는 눈치다. 하지만 그의 목표가 당권이든 대권이든 1차 관문인 대선 후보 경선만은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괌에서 돌아온 DJ가 어떤 대응 카드를 꺼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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