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시기상조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9.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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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가 조기 이양 반대…대선 연계에는 부정적

 
‘국론 분열.’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를 비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수식어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법 제정,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극심하게 벌어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결국 노무현 정부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시사저널>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어떻게 나뉘어져 있는지 알아보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매우 찬성한다(4.9%)와 대체로 찬성한다(42.2%)가 47.1%였고 매우 반대한다(12.5%)와 대체로 반대한다(34.8%)가 47.3%로 거의 비슷했다. 반대 의견이 좀더 적극적이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균형을 이루었다.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 역시 찬반이 팽팽했다. 사립학교 재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현행대로 개방형 이사제를 유지해야 한다(44.0%)는 의견과 개방형 이사제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개정해야 한다(43.5%)는 의견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주장인 ‘아직 안보가 불안하므로 2012년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는 의견이 63.6%로 ‘자주 차원에서 정부의 계획대로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환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 30.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고건 전 총리 생각, 한나라당과 비슷해

이런 현안에 대한 유력 대선 주자들의 견해는 대부분 소속 정당의 당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표 참조). 이는 정치권 현안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생각이 대부분 수성 전략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안에 대해 무리한 주장을 폈다가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서 ‘불가근 불가원’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파문 당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서민들 피 빨아먹는 도둑놈들’이라고 여권을 비난해서 주목되았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현안에 관해 치고 빠지기식 전략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당에 속하지 않은 고건 전 총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무난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건 전 총리의 생각은 한나라당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적처럼, 전반적으로 고건 전 총리의 견해가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의견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는 고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한·미 FTA 협상에 대해서 대선 주자들은 대부분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이명박·박근혜·고건·손학규는 ‘찬성하되, 농업 등 취약 분야에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김근태 의장은 ‘총론적으로 찬성하지만 협상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보였다.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손학규 두 주자가 재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고건 전 총리는 ‘대승적 차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근태 의장은 ‘이미 여야간 합의로 결정된 사안이므로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전시작전통제권 인수 문제에 의견 엇갈려

전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이명박·박근혜·고건·손학규 등이 대체로 ‘시기상조다. 차기 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태도였다. 열린우리당 소속의 정동영·김근태 두 주자만이 정부의 환수 정책에 찬성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전작권 문제를 내년 대선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에 부정적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재협상을 내년 대선에 연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44.7%,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11.1%)는 의견이 55.8%로 바람직하다(‘대체로 바람직하다’ 27.5%, ‘매우 바람직하다’ 6.3%)는 의견 33.8%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정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작권 문제가 내년 대선에서 지난 17대 총선의 탄핵만큼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이슈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전작권 이슈가 계속 진행될 경우 보수 견제 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특징은 빨리 끓고 빨리 식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신드롬에서도 보듯이 진보와의 열애에 빠졌다가 곧 ‘진보의 피로’에 빠졌다. 보수에 대한 생각도 이와 마찬가지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수구 세력이 계속 설치면 국민들은 곧 ‘보수의 피로’에 젖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보수 편향 한나라당에 경계 목소리

 
한나라당 내에서도 당이 보수 편향으로 가는 것을 슬슬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지도부가 심한 보수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곧 우리쪽 골라인까지 넘을 것이다. 전작권 문제에 매달리면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론이 보수 편향으로 흐르는 것을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경계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의 한 측근은 “당에 브레이크가 없다. 지도부가 강경파 일색이어서 대표가 운신의 폭이 좁다”라고 푸념했다. 당 지도부는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추태 부리지 말라’고 경고한 이상배 의원의 말이나 ‘태국 쿠데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유기준 대변인의 발언으로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방문 이후 솔솔 김이 나기 시작한 ‘한-민 공조론’이 잦아드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내년 대선에서 관건이 될 이슈는 결국 경제 문제로 예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한 측근은 “만성화된 저성장 기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고건 전 총리는 경제 활성화 문제와 함께 국민 통합을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경제 활성화와 국민 통합은 연결되어 있다. 지금처럼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의 역량을 모아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생 경제를 챙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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